“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조니워커 블랙라벨 TV-CM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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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은 매우 훌륭한 설득의 전략 중 하나이다. 적절하게 배치된 인용문은 메시지를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오래전부터 전해져 온 명언,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 가사, 가슴을 움직이는 연설문 등은 부연 설명 없이 주장의 전달력을 배가시켜준다. 물론, 시인의 통찰력 있는 시구(詩句)도 좋은 인용의 재료 중 하나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니. 이 정도의 멋진 문구라면 더욱 그러하다. 거의 치트키다.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면 일단 반쯤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조니워커 블랙 라벨 TV 광고. 스페인의 시인 안토니오 마차도의 시 <카스티야의 들>의 유명한 한 구절로 시작한다.

조니워커 블랙 라벨 TV 광고 캡처

歩くからこそ、道は生まれる。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이 문장은 “걷기 때문에 길은 생겨난다”라고 직역이 된다.  스페인어의 시 원문은 “se hace camino al andar”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어로 번역된 시집의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를 그대로 옮겼다. 한국어 번역이 더 시적이다. 길이 생긴 인과성에 대한 주장은 물론 길이 만들어지는 시간의 흐름까지 느껴진다. 이에 비해 일본어로 된 자막에서는 원인과 결과적인 측면을 더 힘주어 보여준다. 길이 있어서 걸은 게  아니라, 걷는 행위 때문에 길이 만들어졌음을 명확히 해주는 느낌이다. 바로 이 다음 카피를 위해서 이리라.

迷ったら、ときめく方へ。

망설이고 있다면, 가슴이 뛰는 쪽으로 

지금 어느 길로 가야 할지 헤매고 있다면, 주저하고 있다면 가슴이 뛰는 쪽으로 전진하라고 격려한다. 길이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당신이 걸어가면 그것이 바로 길이 될 거라고.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도움이 되는가, 

돈이 되는가, 

편한가, 

안전한가, 

부끄럽지 않은가, 

남 보기에 어떨까…

이런 기준들에 얽매이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을 선택하라는 조언. 

멋있다. 그러고 싶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매번 그런 선택지를 쥐어들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가슴이 뛰는 쪽을 선택하라는 말에 가슴이 뛰는 건

평소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TV광고:

출처: KIRIN BEER 유튜브 채널

문득 드는 생각, 가슴 뛰는 쪽을 선택하라는 말은 평소 많이 들어 본 말이다. 

이 말을 담은 한국 광고는  없을까? 


2020년에 온에어 된 포르셰 The New Macan의 TV 광고가 생각났다. 조니워커의 광고 카피와 비슷한 내용이 담겨있다. 

포르셰 The New Macan 광고 캡처

가야 하는 길과 가고 싶은 길,

그 갈림길에 있다면

가슴 뛰는 선택을 하라 

포르셰가 여러 나라에서 진행한 “Choose Thrilling”캠페인의 한국 버전이다. Choose Thrilling이라는 캠페인 콘셉트에 잘 맞아떨어지는 멋진 카피다. 

이 광고의 TV 매체 노출은  많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인터랙티브 광고 형식으로 전개된 것이 더 눈에 띄었다. 결말 부분에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를 시청자가 결정하면 그 선택에 따른 이야기가 이어지는 형식이었다.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좋았으나 정교하게 설계된 캠페인은 아니었다. 영상 마지막 부분마다  시청자에게 주어진 선택들이 너무 단순했다. 이를테면, 재즈를 들을 것인가, 시티팝을 들을 것인가. 정장을 입고 나갈 것인가, 재킷을 입을 것인가 같은 것들이었다. 선택에 따른 이야기도 기대했던 것 만큼 흥미롭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유튜브 포르셰 채널 캡처

한가지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영상에서 표현되는 등장인물들이다. 조니워커 광고에서는 가슴 뛰는 선택을 하는 젊은이들의 분위기, 삶의 자세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포르셰 광고의 주인공은 성공한 전문가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컷도 있지만, 여전히 잘 생긴 부잣집 도련님의 모습이다.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는 주인공이 일상이 지루해서 포르셰를 선택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영상의 좋은 퀄리티와 참신한 시도, 그리고 좋은 카피를 생각하면 결과물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도 공감이 가는 포인트는 하나 있다. 

포르셰를 사면 확실히 가슴이 엄청 뛰긴 할 것 같다. 

좋아서든 비싸서든.

정규영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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