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업가가 보는 마케팅과 영업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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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회사 매각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이룬 분을 만났다.

그가 번 돈을 생각했을 때 ‘경제적 자유’라는 말은 사실 너무 소박한 것 같다. 대부분이 꿈꾸는 금액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큰돈을 벌었으니 ‘초현실을 달성’했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돈도 돈이지만 외부투자를 전혀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회사를 중견기업까지 키웠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더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렇게 증명한 사람의 말은 더욱 집중해서 듣는 편이다. 물론 한 개인의 우연적이면서도 특수한 사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지은 다리 밑에서 목숨 걸고 생활하던 고대 로마시대 건축가의 책임감 같은 게 이런 사람들의 말에서 느껴지기에 자연스레 말 하나하나를 곱씹으면서 듣게 된다.

3시간여의 대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그가 마케팅과 영업을 구분하는 방식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케팅의 역할은 “많이 알린다”와 “사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영업은 ‘판다’였다.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 말일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단순 명료한 정의를 들으면 가슴속이 후련해지곤 한다. 책에서는 이렇게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단 지식인들은 이렇게 말하기 힘들다. 그들은 “모든 사람은 죽는다”와 같이 예외 없이 적용가능한 전칭 명제를 논하기 때문이다. 부득이 복잡하고 방어적인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무에서 성공한 사람은 입장이 다르다. “나는 죽는다”와 같이 본인을 근거로 한 단칭 명제를 논하기에 군더더기 없이 그리고 방어할 생각도 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마케팅과 영업을 보는 그의 시각은 다분히도 본인이 속했던 산업과 규모에 기반한 것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단칭 명제이기에 모든 사람에게 통용될 수도 없다. 브랜드 컨설팅/마케팅 에이전시를 운영하면서 대기업은 물론이고 수많은 중소기업을 만나왔다. 이를 통해 느낀 점은 회사의 규모 그리고 목적에 따라 ‘마케팅’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고, 마케팅팀의 역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대기업처럼 규모가 크고 시스템이 체계화된 회사에서는 그의 말대로 마케팅팀은 ‘많이 알리고’ ‘사고 싶게 만들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조금 다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마케팅팀에서는 ‘기획’과 ‘영업’까지 같이 고려해야 한다. 즉 마케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터로서 모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과 영업의 구분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회사에 가서 ‘많이 알리고, 사고 싶게 만들면 끝입니다’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공자는 ‘인(仁)’이라는 덕목을 성급한 제자에게는 ‘서두르지 않는 것’, 그리고 주저하는 제자에게는 ‘행동하는 것’처럼 상대에 따라 달리 설파했다. 나도 이처럼 회사에 따라서 마케팅을 달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맥락에 따라 달리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마케팅’을 점점 더 복잡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물론 마케팅은 결국 고객 중심이라는 것에는 변함없다).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풀기보다는 더 어렵게 꼬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럴 때는 때때로 그것을 단순무식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을 풀려고 끙끙댈 때 그것을 단칼에 잘라버린 알렉산더처럼. 그래서 경제적 자유를 이룬 분의 말이 나에게는 복잡한 매듭을 끊어내는 알렉산더의 단칼이자, 쾨쾨하게 쌓인 생각을 환기시켜 주는 환풍기였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단칼이자 환풍기를 접하게 되었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달성한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이었다.

 <TSMC 반도체 제국>이라는 책에 따르면 모리스 창은 영업(sales)을 ‘판매이행’, 마케팅을 ‘판매전략’으로 해석했다. 다른 말로 영업이 회사의 기존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이라면, 마케팅은 새로운 황무지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려면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석유를 바다에서 퍼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석유가 어디에 매장되어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이처럼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석유가 매장된 위치를 파악하고 어떻게 퍼 올릴지를 생각하는 것이 ‘마케팅’이라면, 가장 효율적으로 퍼올리는 것이 ‘영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케팅과 영업을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다만 성공한 두 사업가의 말처럼 단순하게 그것들을 바라보면 ‘판다’라는 최종결과로 나아가는 두 발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단순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고객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마케팅’이라면,
마지막으로 눈을 그리는 것이 ‘영업’이다.

P.S. 호리바제작소의 창업자이자 일본 IT 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호리바 마사오는 “영업은 상품이 아닌 인간성을 파는 것”, “친구의 입지에 서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또한 생각해 볼 만한 정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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