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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팔리는 지금
대한민국, 수험생, 취준생과 직장인을 ‘응원한다’는 광고 메시지가 많이 줄어든 것을 느낀다. 응원의 메시지는 그것의 바탕이 되는 진실된 활동과 함께가 아니라면 공허해지기 쉽다. 소비자는 이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겉으로만 ‘~한 척’ 하는 브랜드를 냉정하게 외면한다. 말로만 응원한다고 하는 것이 아주 큰 위협이 되었기에, 오랜 시간 특정 집단에게 관심을 쏟으며 실질적 도움을 주는 브랜드만이 그러한 응원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진심’은 이제 하나의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마케팅, 브랜딩 측면에서도 진심이 팔리는 것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좁더라도 구체적이며, 가볍더라도 거짓되지 않은 진심들이 그렇지 않은 메시지들을 이기고 있다.
(좌)시계 브랜드 G-SHOCK / (우)양말 브랜드 아이헤이트먼데이 홈페이지 캡처
지샥(G-SHOCK)은 튼튼한 시계를 만든다. 좁고 구체적이지만 묵직하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렇게 꾸준히 진심을 유지해 온 결과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고, 튼튼한 시계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가볍고 유쾌하더라도 진심이기 때문에 먹히기도 한다. 아이헤이트먼데이는 누구나 싫어하는 월요일을 즐겁게 하기 위한, 개성 있는 양말을 파는 브랜드이다.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월요일이 싫고, 그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겨내려는 진심은 소비자들을 움직였다.
역설적이게도 진심은 직접적으로 드러낼수록 옅어진다. 언젠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곁눈질을 참으며 묵묵히 하던 걸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인스탁스, 짙은 취향이 모이는 브랜드
인스탁스의 타겟은 사진으로 일상을 남기고, 기록들을 정리하고 꾸미며, 이러한 기록들로 가득한 공간에서 지내는 사람들이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이렇게 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기록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물건이다. 인스탁스의 제품들은 일상의 기록을 위한 유용하면서도 감성적인 수단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필수소비재가 아닌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언제든 디자인이나 기술력에서 경쟁사를 의식해야 할 것이다. 현재 1위 포지션을 잡고 있는 인스탁스는 가치적으로도 어필될 만한 지점이 있어야 했다. 감성적인 이미지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독보적이거나 개성이 있지는 않았다. 소비자가 동일한 가치를 경쟁사의 제품으로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깊고 짙어지기로 했다.
‘기록에 이만큼이나 진심인 인스탁스 카메라로, 여러분의 진심을 기록해 보는 건 어떤가요?’
단순히 기록하는 이들을 돕는 도구, 수단에서 그치는 것은 아쉬웠다. 진심을 가진 브랜드가 팔리기에, 인스탁스도 자신만의 진심을 가지고 그것을 유지하는 짙은 브랜드가 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깊이 있는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모이는 브랜드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인스탁스가 무엇인가에 진심이 된다면, 그것은 당연히도 기록이어야 했다. 인스탁스가 ‘기록’ 그 자체에 진심인 브랜드가 되면, 소비자가 브랜드에 동질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시장에서 경쟁사와는 차별되는 매력적인 ‘기록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What’s’ in your day? 인스탁스 데일리
무언가에 진심이라는 점을 어필하려면 꾸준하게 지속되는 장기적인 캠페인을 기획해야 했다. 그래서 이제는 기록의 수단이 아니라 기록의 주체로서, 인스탁스가 직접 ‘매일’을 기록하기로 했다. 마치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기록하려면, 인위적으로 선별되지 않은 일상의 모습들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Humans of Seoul’이나 ‘지금 무슨 노래 듣고 있어요?(와쏭)’처럼 길거리로 나섰다. 친근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가 넘치는 매력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하루에는 무엇이 있는지’ 매일 찾아다니는 인스탁스는 정말로, 기록에 진심인 브랜드가 된다. (캠페인 명은 가방 안에 어떤 물건이 들었는지 소개하는 콘텐츠, ‘What’s in my bag’에서 착안했다.)
(좌)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Humans of Seoul’ / (우) 사람들에게 무슨 노래를 듣고 있는지 묻는 유튜브 채널 ‘와쏭’
@Instax_daily는 매일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남기는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서울숲, 대학교 등 매번 다른 장소에 방문해 무작위로 선정한 한 명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준다. 사진 하단에는 그 사람이 직접 한 문장을 자유롭게 손글씨로 남긴다. 이 사진은 콘텐츠의 썸네일이고, 실제 업로드하는 콘텐츠는 릴스 영상이다. 인터뷰할 대상을 선정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을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 업로드한다. 단순히 사진만 올리는 것보다 릴스 형태가 콘텐츠 확산에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인스탁스의 제품 중에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뿐만 아니라 휴대폰의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인화기도 있다. 이 제품을 홍보하는 콘텐츠로, 즉석 사진 촬영뿐만 아니라 사진 인화 콘텐츠도 포함했다.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과 같은 질문을 건네고 휴대폰의 반려동물 사진 등을 그 사람이 고른 사진을 인화해 주는 콘텐츠이다.
그래서, 우리의 진심은?
이렇게 고객의 이야기를 매일매일 기록하는 인스탁스의 진심을 보여 준다면, 기록에 대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내세워 해당 계정을 팔로우하게 하고, 추후에 폴라로이드 사진기 구매라는 장벽을 넘게 만드는 전략이었다. 인스탁스의 제품은 취미 용품에다가 가격도 높으며, 구매 연령이 낮은 편이기에 구매까지 고민의 시간이 길다. 그렇기에 꾸준히 진심을 보여주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이 제안서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배운 점이 많았다. 스튜디오 와그작도 하나의 브랜드로서 진심을 가지고 있는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지 고민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경험에 진심이다. 소비자에게 지금껏 해본 적 없는, 마음을 움직이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 중요한 건 이러한 선물을 매번 다른 브랜드의 이름으로 보내는 것이다.
브랜드에 가장 잘 맞는 포장에 담아, 언제나 우리의 짙은 진심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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