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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막 전역한 군인이 대전역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머리로 ‘대’만 가리면서. 즉 대전역에서 ‘전역’만 보이게 배경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 전역을 자축한 것이다.
이 사진 한 장이 온라인상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면서, 대전역은 순식간에 전역 군인의 성지(?)가 되었다. 몇 년 후 대전시는 이를 활용한 포토존을 만들었다.
마케팅을 언급할 때마다 지겹도록 이야기하지만 마케팅의 출발점은 ‘고객(소비자)’이다.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이를 ‘고객 가치 탐구’라고 명명했다. 마케팅으로 수많은 성공사례를 만든 박종윤은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라는 제목의 책까지 출간할 정도로 고객에 집착했다. 즉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혹은 원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위 대전역 사례는 고객에서 시작하는 마케팅의 대표적인 예다. 매월 탄생(?)하는 전역 군인을 관광객으로 유치할 수 있는 아주 손쉬운 방법을 고객이 직접 대전시에 떠먹여 준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즉각적으로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포토존의 방식도 세련되지 못하다는 점일 것이다.
망원역 근처에 위치한 카페인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은 ‘실내정숙’이라는 경고문구를 다는 대신 몇 가지 장치를 통해 고객 스스로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만들었다. 조금만 빠르게 걸어도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 바닥, 조그만 소리도 크게 울리는 구조, 그리고 여타 카페와는 다르게 그 어떤 노래도 틀지 않은 적막한 분위와 같이 말이다. 이처럼 대전시도 직접적으로 포토존을 그려 넣기보다는 자연스레 특정 장소에서 찍을 수 있게 넛지(nudge)하는 세련된 방식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고객에서 출발한 사례는 또 있다. 바로 곰표의 컬래버레이션이다. 밀가루 전문 브랜드인 곰표가 어느 날 느닷없이 옷을 만들었다.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컬래버레이션이었고 고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컬래버레이션은 곰표가 처음부터 기획한 것은 아니었다. 이근상의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에 따르면 곰표의 브랜드 담당자는 4XR이라는 브랜드가 곰표 측의 허락 없이 곰표의 디자인을 사용하여 옷을 만드는 것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회사였다면 법적 대응을 했겠지만 곰표는 달랐다. 곰표 디자인의 옷을 판다는 것은 고객이 그것을 원한다는 것이니 이를 적극 활용해 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 후 곰표는 옷뿐만 아니라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성공적인 마케팅(및 브랜딩)을 할 수 있었다.
최근에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대표님이 티타임을 요청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초반과 달리 성장이 조금씩 정체되는 것 같아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는데 큰 소용이 없다고 했다. 나는 바로 그 회사의 쇼핑몰을 살펴보았다.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고객 후기였다. 상품이 워낙 좋다 보니 고객 후기도 좋았다. 문구 하나하나가 그 어떤 마케팅 메시지보다 강렬했다. 그래서 고객 후기를 적극 활용해서 마케팅할 것을 조언드렸다. 답은 그곳에 있다고.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고객을 뚫어져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며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말이다. 답은 언제나 고객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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