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마케팅에 관련된 모든 요소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 하나 문제가 생긴다면 나머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컴퓨터 본체에 주요 부품이 하나라도 빠지면 컴퓨터가 켜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나 골라보라고 하면, 저는 제품과 서비스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제품과 서비스는 집으로 비유하자면 기둥이고, 식물로 보면 뿌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합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중요성
마케팅 전 과정의 시작점에 있는 제품과 서비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들은 다른 요소들에 비해 파급력이 비교적 큽니다. 잘 만든 제품은 어디에 내놔도 잘 팔리며, 잘 못 만든 제품은 어떻게 팔아도 팔기 어렵습니다. 시장성이 좋은 제품의 경우에는 특정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파급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폰 13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애플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애플의 제품도, 전반적인 마케팅도 뛰어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의 성능이 뒤떨어지고 안정성에 문제가 많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지금의 애플은 없을 것입니다. 애플의 뛰어난 마케팅 옆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치밀하게 설계된 제품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애플의 제품들은 하드웨어만 보더라도 상당히 준수하고,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로 안정성이 뛰어나고 성능이 출중합니다. 마찬가지로 내부 생태계도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품과 서비스가 잘 만들어졌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고객의 특정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고 그 이외에도 내구성, 안정성, 편의성 등을 갖춰야 합니다.
잘 팔리기 위해서는 특히 시장성이라는 요소가 중요한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곳에서 다 팔고 있는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서 약간 더 비싸게 판다면? 팔리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당장 저라도 여기밖에 재고가 없다던가, 급하게 받아야 한다거나 하는 특수한 이유가 없다면 사지 않습니다.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팔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팔리기는 팔리는데 충분히 수익성을 가지고 팔기가 어렵고 지속성이 낮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은 꼭 낮은 가격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쌀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면 비싸게 받아도 그것은 합리적인 가격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라다, 샤넬의 잡화가 객관적으로 시장에서는 비싼 제품이지만 브랜드 가치가 크기 때문에 합리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프라다 로고가 찍혀 나오면 비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물론, 질 낮은 물건에 계속 프라다 로고를 박으면 추후에는 가치가 훼손되어 비싸게 사줄 사람이 없어집니다.
마케팅을 충분히 잘했음에도 잘 팔리지 않는다면 마케팅에 문제가 있는데 찾지 못했거나, 제품이나 서비스에 그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관련 사례
제품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 하에, 시장의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뚜렷하고 강력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으면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나는 몇 가지 제품, 서비스와 경험을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와이즐리 홈페이지
와이즐리의 면도기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났는데, 성능이 시장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제품의 가격 부분에서 상당한 메리트가 있습니다. 속는 셈 치고 구매했었는데 절삭력이 기존에 사용했던 대형 브랜드의 면도기와 다를 게 없었고 지금도 꾸준히 사용 중입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과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것은 뚜렷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샤오미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인 성능과 심플한 디자인, 기존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 현재는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와이즐리와 마찬가지로 가격적인 측면에서 차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잠백이 흑마늘
건강기능식품 쪽으로 넘어가서 잠백이 흑마늘즙이라는 제품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제품은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른 흑마늘즙에 비해서는 확실히 비싼 가격을 가지고 있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보기 힘든 높은 함량과 제품을 만들 때 생기는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접목되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는 확실하게 높은 함량과 기술력으로 뚜렷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고, 직접 먹어봤을 때 비싼 가격이지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시장의 탑 플레이어고 제품의 고유한 강점 (USP)이 뚜렷한 제품입니다.
서비스는 모두가 알고 있는 넷플릭스를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넷플릭스는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와 넓고 많은 콘텐츠, 뛰어난 편의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그것을 배제하고도 뚜렷한 USP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OTT 시장에 디즈니 플러스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많지만, 꾸준히 USP를 유지하며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많고 좋은 콘텐츠는 넷플릭스의 강력한 차별점이고 이 부분을 놓친다면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했을 때도 제품의 차별점이 강하고 뚜렷하다면, 마케팅이 보다 원활했었고 부족할수록 난항을 겪었었습니다. 제품의 차별점이 부족하다면 고객 설득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마케팅 실패로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활하게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일단 잘 만들어져야 원활하게 전달을 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은 자동차에 부스터를 달아주는 역할이고, 제품과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마케팅에만 기대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예외가 있고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품과 서비스는 마케팅의 토대가 되는 부분이고,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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