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이전에 정체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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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수많은 인테리어 브랜드가 있다. 영세한 디자인 스튜디오부터 대기업 인테리어 브랜드까지, 규모나 콘셉트, 카테고리는 천차만별이지만 인테리어 브랜드들의 지향점은 동일하다. 더 나은 공간이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다 보니, 차별점을 강조하는 어렵다는 데 있다. 뒤늦게 시장에 진입해 브랜드를 알리고자 하는 인테리어 업체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구축하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데, 사업 초기 단계에서 하게 되는 고민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어떤 채널을 활용해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것인지’와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다. 그러나, 채널과 실행 방안에 대해 고려하기 전 선행되어야 하는 단계가 있다. 바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수립하는 단계다. 명확한 정체성이 없는 상태에서 마케팅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 헛수고가 될 확률이 높다.

ⓒNastuh Abootalebi, Unsplash

간혹 마케팅을 진행하려는 목적이 매출 개선이기 때문에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필요성을 모르겠다는 업체들이 더러 있다. 정체성 없이 성공을 거두는 브랜드도 있지 않냐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다. 물론, 완전히 틀린 논리는 아니다. 마케팅을 진행하고자 하는 목적이 비용 부담이 적은 제품의 판매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다르다. 인테리어는 기본적으로 고관여 서비스기 때문에 저관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때와는 다른 마케팅 전략을 취해야 한다.

저관여 서비스 및 제품은 중요도나 관심도가 크지 않아 빠르고 쉽게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고관여 서비스와 제품은 비용적 부담이 크거나 중요도가 높아 구매 의사 결정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인테리어와 같은 고관여 서비스를 소비하고자 하는 잠재 고객은 의사를 결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면서 서비스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이나 신뢰도 역시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테리어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에서 브랜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렇다면, 정체성은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

ⓒSpacejoy, Unsplash

대다수의 마케터들이 로고나 슬로건을 먼저 정하라고 조언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제대로 된 정체성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쌓아온 포트폴리오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로고나 슬로건을 기획하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는 작업이지만,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이나 추구하는 가치는 그들이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이제 막 스타트를 끊은 인테리어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뚜렷한 방향성도 원하는 바도 없어 브랜드 정체성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Spacejoy, Unsplash

사실, 아이덴티티가 없는 브랜드는 없다.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그동안 진행해 왔던 시공사례의 프로젝트 포인트를 정리하다 보면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것이 바로 브랜드 정체성이다. 예를 들어, 고객의 니즈에 맞춰 고급 자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해당 브랜드는 고객 맞춤형 프리미엄 인테리어 브랜드가 되는 것이고, 소형 평수의 레이아웃을 변경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공사를 주로 진행해 왔다면 해당 브랜드의 정체성은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간혹 가치관이 변하거나 다른 유형의 공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브랜드 정체성을 규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업체들도 있기는 하지만, 서브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아이덴티티를 변경해야 할 때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면 해결되는 일이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포기한다면 잃을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도 많다.

ⓒR ARCHITECTURE, Unsplash

인테리어 브랜드를 설립하게 되면 마케팅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다. 변별력을 갖추기 어려운 시장 상황과 로컬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기인되는 지역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급한 마음에 다짜고짜 시간과 비용부터 투자해서는 안된다. 제대로 된 성장을 위해서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찾고, 아이덴티티와 일관성이 있는 방향으로 마케팅 활동을 이어나가야 한다. 알맹이가 없는 상태에서 브랜드를 알리려 하거나, 시공 사례만을 노출하려 하면 기대하는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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