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락더마켓에서 찾은 로컬 커머스의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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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by 슝슝

이제는 체험이 더 중요합니다

 지난주 개인적인 일이 있어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근래 부산을 종종 들리곤 하는데, 확실히 과거와 달리 부산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풍성해졌음을 느끼곤 합니다. 과거의 부산이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해운대, 광안리 등 해변을 중심으로 한 자연경관들을 주로 내세웠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체험 요소들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맞춰서, 새로운 명소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중 대표적인 곳이 작년 7월 문을 연 밀락더마켓입니다. 밀락더마켓은 더베이 101로 잘 알려진 키친보리에가 기획한 대형 복합 문화 공간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광안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단지 트렌디한 곳을 넘어서, 부산의 로컬 브랜드를 큐레이션 하여 지역 명소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직접 방문하여 정말 차별화된 경험을 주고 있는지 확인해 본 결과와 이를 바탕으로 알아본 로컬 커머스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로컬 커머스로 성공하려면

 일단 밀락더마켓의 첫인상은 강렬했습니다. 특히 1층과 2층을 잇는 커다란 계단을 좌석형태로 만든 ‘오션뷰 스탠드’가 기억에 남았는데요. 이곳에선 광안대교와 바다를 감상하면서, 공연을 보거나 혹은 입점한 F&B 매장의 음식물들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공간은 뷰가 제일 좋기 때문에, 밀락더마켓에서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단기적으론 이와 같은 공간 구성이 금전적인 손해를 불러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곳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개방하면서, 밀락더마켓이라는 공간 전체의 경쟁력은 오히려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었고, 이는 결국 광안리 앞이라는 입지의 장점을 살리는 신의 한 수가 되었거든요.

 하지만 이후의 경험은 솔직히 아쉬운 측면이 많았습니다. 우선 이곳을 대표할만한 테넌트가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오션뷰 스탠드 바로 옆에는 스타벅스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가장 좋은 목을 우리가 언제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스타벅스에게 내준 점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접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부산의 로컬 브랜드가 이곳에 있었다면, 조금 더 머무를 생각이 들었을 텐데, 자연스럽게 돌아 나가게 되더라고요. 내부에 있는 다른 F&B 매장들 중엔 ‘코카모메’나 ‘료미’ 같은 지역 맛집들이 있긴 했지만, ‘대전의 성심당’처럼 부산을 대표하는 곳이라고 하기엔 한끝 모자란 부분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맛집들이 부산이 아닌 경주에서 왔다는 점도 조금 아쉬웠던 포인트였습니다)

테넌트(tenant): 테넌트란 쇼핑몰의 임대 공간에 영업을 하는 매장을 뜻하는 용어로, 이중에서도 쇼핑몰의 성격을 규정 지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곳들을 별도로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혹은 핵점포라고 칭합니다.

 또한 테넌트의 구성 역시, 식사를 위한 F&B 매장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생각보다 쇼핑 공간이 협소하여 체류 시간을 늘리기에 부적합하다는 측면도 한계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에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런던베이글뮤지엄 사례를 소개해 드릴 때, 입점 브랜드들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해 드린 바 있는데요. 물론 밀락더마켓이라는 공간 자체가 전용 면적 700평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고객이 계속 머무르게 만들 매장이 하나 둘 정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계속 아쉬웠습니다.

좋은 입지에서, 유니크한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구매를 통해 확장할 때 로컬 커머스는 완성됩니다

 그렇다면, 정말 매력적인 로컬 커머스를 구현하기 위해선 어떤 점들을 챙겨야 하는 걸까요? 로컬 커머스는 사실 입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공간 자체도 중요하지만, 위치한 지역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하고, 그곳과 연결된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요. 밀락더마켓이 여러 아쉬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핫플레이스로 떠오를 수 있었던 건, 광안리라는 상징적인 입지에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주변과 어울릴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 경험을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챙겨야 하는 건,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경험입니다. 만약 스타벅스 대신 밀락더마켓에 모모스커피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부산은 최근 국제적인 커피 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커피 문화로 유명하고 이를 계속 키우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매력적인 커피 로스터리나 카페도 많은데요.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라 할 수 있는 모모스커피나, 혹은 떠오르고 있는 다른 곳들을 데려왔다면 로컬 감성이 더 살아나지 않았을까요? 저 또한 굳이 로컬 카페를 찾아 남천동 인근까지 떠나지 않았을 거고요.

 마지막으로는 필요한 건 바로 구매 경험입니다. 마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다 보고 난 후 꼭 만나게 되는 기념품 샵을 떠오르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단지 일회성의 방문을 넘어, 이곳이 계속 회자되고 새로운 고객을 불러 모으려면, 무언가 유형의 상품을 사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이들 상품은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경험’과 연결되어, 이곳 아니면 살 수 없다는 인식을 주어야 하고요. 너무 비싸거나 고관여의 상품이어도 안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잘 기획된, ‘기념품 샵’이 존재한다면 자연스럽게 방문한 고객의 체류시간도 늘릴 수 있습니다. 상품의 변형을 통해 재방문까지 이끌어낼 수도 있고요.

앞으로의 밀락더마켓은 어떨까요?

 지금까지 밀락더마켓을 보고 느낀 점들과 이를 토대로 로컬 커머스의 성공 조건 3가지에 대해 나눠보았는데요. 사실 방문한 당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이러한 한계점들을 극복하고, 더욱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밀락더마켓은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 23일부터 10월 22일까지 한 달간 짱구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고, 2024년 상반기에는 ‘더 프리뷰 성수’처럼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회를 열 계획을 세우고 있기도 합니다. 지속적인 콘텐츠 발굴을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계속 만들겠다는 건데요. 다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조금은 더 ‘부산스러운’ 혹은 더 나아가, ‘광안리스러운’ 것들을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를 통해 정말 성공적인 로컬 커머스로 남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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