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으세요?
요즘 독서 인구가 참 많이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수단이 적다보니 오프라인 서점에서 종이책을 사거나 전시회를 가는 등의 다소 단조로운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태블릿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문화를 즐기는 방법들이 정말 다양해졌죠.
독서를 하는 방식만 하더라도 종이책, 전자책을 병행해 읽을 수 있고 최근에는 전자책을 구독 서비스로 월 일정 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읽게 되다보니 그야말로 풍부한 콘텐츠를 어떠한 방식으로 비용을 지급해 읽을지만 결정하면 됩니다.
‘책’ 이라는 콘텐츠 범위도 기존의 ‘읽는 책’ 뿐만 아니라 ‘듣는책’ ‘보는책’등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디오북’도 있고 ‘오디오드라마’ ‘챗북’ 등 다양한 장르가 생겨났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정의’의 개념이 모호해진 사회에 살고 있죠.
그래서 오늘은 ‘밀리의 서재’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현재 전자책 플랫폼 업체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밀리의 서재는 KT그룹의 디지털 음악 서비스 자회사 지니뮤직이 인수해 KT 그룹의 품에서 경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니뮤직이 2021년 9월 밀리의 서재 지분 38.63%를 464억원에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3분기말 기준 지니뮤직의 보유한 밀리의 서재 지분은 조금 줄어들어 31.28% 입니다. 이렇게 지분 희석이 된 이유는 코스닥 상장이 되었기 때문이죠!
좌우간, 밀리의 서재는 지니뮤직- KT그룹의 힘을 받아 B2B 매출도 상승도 했고, 작년에 유래없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독서 시장에 바람이?!’ 라는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죠.
밀리의 서재의 잠정 실적을 살펴보니 2023년 매출 56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도 104억원을 내면서 2022년 매출 대비 23% 성장, 영업이익은 149%나 증가했습니다.
2022년 매출도 참고로 보시면 45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 대비해서 58%나 성장했고요. 이러한 숫자들을 보면 밀리의 서재가 요즘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불어 판관비는 오히려 2022년에는 41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 감소를 했으니, 마케팅 비용이나 콘텐츠 투여에 사용하는 비용을 줄여가면서 점점 안정적인 사업 궤도로 올라가는가 라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책 읽는 플랫폼이라 생각했더니 이렇게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해, 궁금했습니다.
정말 한국의 독서 인구가 이렇게 탄탄한 걸까?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었을까?
밀리의 서재 선전하네
밀리의 서재는 2024년 현재 누적 회원수가 710만명을 넘고 보유하고 있는 전자책도 16만권 이상입니다. 전자책 뿐만 아니라 오디오북, 챗북, 오디오드라마 등 다양한 형태의 책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죠.
밀리의 서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구독’입니다. 일단 월 9,900원을 지불하면 밀리의 서재가 보유하고 있는 16만권의 도서를 무제한 열람할 수 있습니다. 매출액 추정도 구독자수 X 월 구독료를 구하면 쉽게 나옵니다. 심플한 디자인인데 여기에 금상 첨화는 OTT 비즈니스와 다르게 매번 신작 제작을 위한 과도한 비용 투자가 없다는 겁니다.
도서 비즈니스의 특장점은 주로 독자들이 소비하는 책이 ‘베스트 셀러’ 혹은 ‘스테디 셀러’입니다. 가끔 장르별 개인 취향에 따른 책의 대여가 일어나지만, 대체로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 소비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있어 전자책은 원가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소위 ‘OTT 서비스의 흥행의 덫’을 피할 수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가 앞으로 매출을 올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앞서 ‘구독’베이스 비즈니스 모델이라 이야기했듯이
매출액= 월구독료(P) X 구독자(Q)
즉, 구독자수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밀리의 서재는 KT그룹 산하 지니 뮤직이 인수를 했기 때문에 신규 고객 창출에 굉장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번들링 전략을 사용하는 겁니다. 끼워팔기 전략인데요.
KT가 통신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2022년부터 통신사 요금제에 ‘밀리의 서재’ 서비스가 포함된 번들링 요금제를 포함하면서 B2B를 통해 B2B2C 비즈니스 모델로의 고객이 확보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밀리의 서재 전자책 정기구독 서비스의 채널별 매출 비중을 보면,
개인이 61%, 기업 고객이 7.4%, 제휴 고객이 29.3%입니다.
실구독자가 제휴 고객 부분에서 꾸준히 유입이 되고 있습니다. 모기업과의 시너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이러한 전략은 과거 벅스뮤직, 멜론이 KT, SKT 통신사를 끼고 번들링 전략으로 성장했던 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기업고객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것 역시 장점입니다. 최근 기업들이 복리 후생을 위해 여러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복리 후생 정책에는 점심 식대를 제공하거나, 회사 내에 방문 PT 선생님이 와서 함께 요가 클래스, 필라테스 클래스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고요. 밀리의 서재 서비스처럼 전자책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활용됩니다.
밀리의 서재와 같은 서비스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큽니다. 임직원들 입장에서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데 콘텐츠가 딱딱하게 읽는 것 외에도 듣는 것, 보는 것과 관련된 콘텐츠가 다수 있다보니 왠지 모르게 받는 혜택이 많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밀리의 서재 실제 고객별 월 평균 대여 횟수는 6.08회입니다. 한달에 6회 정도 책을 보는 독자들이 있다는 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케터의 시선
그렇다면 앞으로 밀리의 서재는 어떤 꿈을 꿀까요?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선에서 생각해 본다면 영역의 확장이 남아있겠습니다.
일단 밀리의 서재는 전자책에서 출발했지만 현재 제공하는 콘텐츠의 종류가 상당히 확장돼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챗북, 오디오북, 오디오 드라마 외에도 도슨트북, 오브제 북과 같이 도서 기반으로 하는 멀티미디어 독서 콘텐츠로 장르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죠.
또한 회원들의 정기적인 독서 생활 실천을 위해 ‘2024 밀리 독서 마라톤’을 개최해 꾸준히 소비자들의 리텐션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앱 활성화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편, 독서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지만 읽는 콘텐츠 영역 중 웹툰, 웹소설에 대한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웹툰, 웹소설의 장르가 다양한 산업으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다보니, 시장에서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일례로 재벌집 막내아들을 떠올려 보면, 웹소설에서 출발해 웹툰화 되었고, 이 작품이 다시 드라마화 되었거든요. 이러한 선순환 유니버스가 만들어지다보니, 밀리의 서재의 경쟁사인 리디북스도 ‘북스’를 떼고 ‘리디’로 사명을 변경하고 웹소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웹소설은 뚜렷한 장단점이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웹소설, 웹툰을 정말 많이 보고 좋아하는 독자이지만 흥행과 생명 주기가 지나치게 짧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반복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쉽게 이야기해보면, 특정 장르가 인기를 끌면 죄다 비슷한 장르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장르의 변별력이 적고 독자들이 쉽게 피로도를 느낍니다.
최근 5년 사이에 웹소설, 웹툰의 가장 많았던 주제는 ‘회귀’ ‘빙의’ ‘레벨업’ 과 관련된 콘텐츠가 다수를 차지합니다. 이러한 콘텐츠물이 카카오페이지, 레진코믹스 등에서 많이 보이다가 최근에는 네이버 웹툰도 거의 회귀, 빙의, 레벨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다보니 옥석가리기가 힘듭니다. 비슷한 콘텐츠를 자주 읽으면 피로도도 높아지죠.
이러한 웹소설 시장에 밀리의 서재는 뛰어들려고 합니다. 올해 1분기 내에 4,700억원 규모의 웹소설(로맨스 장르) 시장을 타깃으로 플랫폼을 론칭하겠다고 밝혔고요.
그리고 웹소설 도전을 위해 국내 조회수 상위 100명의 작가 중 40명의 작가를 확보했다고 하는데, 지속적인 흥행작을 내놓아야 하는 압박과 빠른 수명 주기를 잘 극복해 내어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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