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성수동 임대료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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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는 ‘튤립의 나라’로 불린다. 네델란드는 서늘한 기후 덕분에 튤립을 키우기에 적합해서 튤립의 최대 수출국이다. 그렇다보니 네델란드의 국화 역시도 튤립이다.

그런데 네델란드는 이 튤립 때문에 잠시 큰 곤혹을 치른적이 있다. 바로 1636~37년 사이에 약 반년동안 발생한 「튤립버블」사건이다. 

튤립버블을 보여주는 튤립가격 변동 추이(@나무위키)

1630년 전후로 네델란드 내에서 자본 축적이 생기면서 갑자기 튤립 열풍이 불었다. 막대한 자본 축적으로 투자처를 찾던 도중에 희귀한 색을 가진 튤립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그 결과 연쇄적으로 거대자본은 물론 서민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쫓아서 경쟁적으로 튤립 뿌리 확보와 투자에 몰입했다. 그러자 튤립은 단기간에 수십배의 가격으로 치솟게 된다.

하지만 그 허황된 꿈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굳이 이렇게 높은 가격에 튤립을 살 필요가 있겠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튤립에 대한 열기는 빠르게 식어갔다. 당연히 튤립에 대한 가격도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최근 성수동의 치솟는 임대료를 보면 「튤립버블」을 연상케 한다.

가로수길과는 다른 성수동 버블

모든 시장에는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 적용된다. 상권 역시도 이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문제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한다. 상권에서의 불균형의 깨짐 현상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지곤 한다.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흐름도(@유통쟁이)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과정은 대부분 유사하다. 임대료 등 입지조건이 유리한 곳에 다양한 컨텐츠가 유입되면서 상권이 활성화 된다. 독특한 컨셉의 상권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상권이 활성화 된다. 이때 상권내 건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임대료는 올라가게 되고 결국 대형 업체를 제외하고 기존 플레이어들은 버티지 못한 체 이탈하게 된다. 그러면서 상권은 개성을 잃고 활력을 일어간다. 자연히 상권내 공실률은 증가하게 된다.

이와 같은 대표적인 전형을 보인 곳이 가로수길 상권이다. 신사역 인근의 왕복 2차선을 두고 양 옆으로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섰다. 그런데 임대 수요가 증가하면서 작은 가게들은 사라진 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브랜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흥미를 잃은 상권으로 사람들의 발길은 줄어 들어서, 가로수길에는 ‘임대구함’이라는 현수막이 즐비한 상태가 되었다.

성수도 상권 역시도 가로수길과 같은 젠트리피케이션의 과정을 밝고 있다. 그런데 성수동의 경우에는 기존 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로수길과 같은 일반적 상권이 임대차로 전개되는 것과 달리 성수동은 팝업스토어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성수동은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기존 공장지대 건물의 특성상 넓은 공간의 구조로 인하여 팝업스토어를 전개하기 위한 여건이 갖춰져 있다. 브랜드 혹은 신제품을 보여주기 위한 공간적 여건이 용이한 성수동으로 자연스럽게 유입이 늘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팝업스토어 단기 임대료이다. 팝업스토어 공간은 20평 면적 기준 일평균 200~400만원이고, 규모가 있는 2~3층 규모인 경우에는 하루 빌리는 데에 2500만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단기 임대료가 치솟자 자연스럽게 상권내 임대료 자체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성수동 임대료는 작년 3분기 기준 평당 25만원 수준으로, 1년전 대비(평당 18만원 내외) 약 40%가 상승했다.

더군다나 단기 임대의 경우에는 상가 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기에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깨지는 순간 상황이 어디까지 급변할 지는 가늠조차 어렵다.

성수동은 다른 양상을 통해서지만 상권의 활성화를 만들어낸 작은 브랜드들을 밀어내면서 상권의 다양성을 빛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성수동 버블의 위험성

성수동 상권에 대한 인기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임대료는 튤립 버블을 연상하게 한다. 혹자는 성수동 상권의 강세는 물론 인근 상권으로의 확대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버블의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① 팝업스토어에 치중하고 있다.

19세기 아일랜드는 척박한 땅과 습한 기후에서 식량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감자 재배에 열중했다. 아일랜드 전체 인구의 절반이 생활하는 데에 필요한 열량의 75%를 감자 섭취로 얻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1840년대 발생한 ‘감자 잎마름병’이라는 전염병은 아일랜드를 포함한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로 인해 아일랜드 국민은 큰 기근에 시달렸고 굶주린 사망자가 급증했다. 전염병 확산 전후로 아일랜드 인구는 817만명에서 655만명으로 약 25%가 감소할 정도였다.

성수동 상권을 다니면 팝업스토어를 전개하지 않는 매장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까페로 운영하는 공간도 단기적 이익을 위해서 ‘임대문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을 정도이다. 더군다나 임대인은 단기적인 수익만을 바라보며 기존 임차인을 내쫓으면서 단기 임대매장으로 대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중심의 팝업스토어의 인기가 사그라 든다면 어떨까?네델란드인들이 ‘궂이 비싼 값에 튤립을 왜 사지?’라는 의구심을 품듯이 말이다. 치솟는 임대료를 대기업 역시도 감당을 하지 못한 체 비용 절감을 하고, 유입 인구 역시도 팝업스토어에 식상하게 될 지도 모른다.

단일 품종에 메달린체 휩쓸려 가게 된다면 환경적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체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② 상권의 특색을 잃어가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로 인하여 특색있는 브랜드들이 터전을 잃고 떠나가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 상권내 전개하는 컨텐츠적 요소 뿐만 아니라 상권내 외형적인 모습도 특색을 잃어가고 있다.

성수동의 대표적인 외형적 특징은 자동차 공장, 구두 공장 등 다양한 공장들이 규모있는 공간의 건물을 붉은 벽돌로 꾸며져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성수동이 ‘한국판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성수동 골목은 신축 건물 공사로 한창이다. 붉은 벽돌의 특색을 버린 체 화려한 신축 건물로 대체되고 있다. 비록 해당 지자체에서 붉은 벽돌 건물의 특색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대기업 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가로수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그곳만의 특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 발길이 끊어진 상권은 되살리기가 어렵다.과연 성수동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 한번은 되짚어봐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다고 해서 그 안에 황금알이 쌓여있지는 않듯이 말이다.


지금의 치솟는 성수동 임대료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상황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한창 인기를 끄는 상권이기에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 부분을 탓하는 바는 아니지만 좀더 관점을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임대인 대부분은 그 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상권의 장기적인 안정과 발전을 고려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간만 내어주고 높은 임대료만을 받기 보다는 공간을 이용하는 임차인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 고민해 볼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으로 활동하는 베타매장은 작은 브랜들의 신제품을 전시하고 그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반응 데이타를 쌓는다. 그리고 이 데이타를 브랜드와 공유한다. 이 점을 착안해서 고객 동선 데이타 정보를 확보하고 공유하는 모델을 적용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단기적인 임대 일변도에서 벗어나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갈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 수익 확보는 물론 지속적으로 상권으로 사람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핵심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달콤한 당장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공간, 이용자(임차인,방문객)와 상권에 대한 고민도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 브런치 주소(유통쟁이 김우찬) : https://brunch.co.kr/@mook555#info

김우찬
글쓴이

김우찬

유통업에서 18년간 머무르며 '공간, 브랜딩, 그 안의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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