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안대가 당신의 눈을 가린다면?

확증 편향은 우리 사회를 '단절된 섬들'로 나눈다
2024-09-04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손안에 쥘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이런 풍요 속에서 우리의 시야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확증 편향’의 역설이다.

확증 편향이란 뭘까? 쉽게 말해,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것만 보려는 습관이다. 마치 안경을 쓰고 있는데, 그 안경이 우리가 좋아하는 색깔만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편향이 요즘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첫째,

우리의 디지털 세상이 점점 ‘맞춤형 정보 거울’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톡, 유튜브 같은 플랫폼들은 마치 우리의 취향을 읽는 마법사처럼 작동한다. 이들은 우리가 클릭하고, 좋아하고, 공유하는 모든 행동을 기억했다가 비슷한 내용만 계속해서 보여준다.

2022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는 이런 현상을 잘 보여준다. 국내 성인 10명 중 7명이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한다. 그 뒤를 이어 유튜브(41%)와 카카오톡(24%)이 따르고 있다. 이런 플랫폼들은 우리가 좋아할 만한 뉴스만 골라서 보여주는 ‘맞춤형 뉴스 DJ’처럼 작동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문제는 이런 ‘맞춤형 서비스’가 우리를 편견의 방, 일명 ‘반향실’에 가두는 효과를 낸다는 점이다. 마치 자신의 목소리만 계속 들리는 동굴 속에 갇힌 것처럼,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의견만 반복해서 듣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의견을 들을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믿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둘째,

우리는 지금 ‘정보 폭풍’ 속에 살고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수많은 알림과 뉴스가 스마트폰을 통해 쏟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뇌는 마치 과식한 사람처럼 새로운 정보를 소화하기 힘들어한다. 그 결과, 우리는 ‘정보 편식’에 빠지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내용만 찾아 먹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낯선 관점을 접하는 일은 마치 어렵고 써서 먹기 싫은 건강식과 같아진다. 이렇게 우리의 지적 입맛은 점점 편식에 길들여지고,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는 ‘지적 영양실조’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셋째,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게 된다. 마치 거센 폭풍우 속에서 가장 튼튼해 보이는 나무를 꽉 붙잡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경우, 이 ‘튼튼한 나무’는 바로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생각들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우리는 익숙한 생각에 더 강하게 매달린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때로는 우리를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 폭풍우 속에서 나무만 붙잡고 있다면, 결국 안전한 대피소를 찾을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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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 편향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가 마치 거대한 퍼즐이 조각조각 나뉘어 가는 것처럼 분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가 자신만의 ‘정보 거품’ 속에 살다 보니, 다른 조각의 모습을 이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2년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느끼는 사회갈등 수준이 10점 만점에 무려 6.8점이나 된다고 한다. 이는 마치 우리 사회가 6.8도의 지진을 겪고 있는 것과 같다. 확증 편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우리 사회의 지반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 가짜 뉴스가 마치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진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맛있는 음식을 보고 군침을 흘리듯 거의 반사적으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2021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는 이런 현상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무려 10명 중 4명이 일주일 동안 가짜 뉴스를 접했다고 한다. 이는 마치 우리 사회가 거대한 소문의 숲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 이 숲에서 진실은 점점 더 찾기 어려운 희귀종이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확증 편향은 우리 사회를 ‘단절된 섬들’로 나누고, 그 섬들 사이에 가짜 뉴스라는 안개를 끼게 하고 있다. 이 안개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서로를 볼 수 없게 되고,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확증 편향’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어떻게 싸워야 할까?

첫째,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정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교육부가 2022년부터 시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바로 그 백신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눈을 키우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 이것이 바로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생존 기술이다.

둘째,

우리의 ‘디지털 식탁’을 차리는 포털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 회사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네이버, 다음,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플랫폼들이 다양한 ‘정보 요리’를 균형 있게 제공해야 한다. 달콤한 디저트 같은 정보만 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쓴 맛이 나지만 건강에 좋은 채소 같은 정보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노력이다. 우리는 ‘정보 미식가’가 되어야 한다. 늘 먹던 음식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맛을 시도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평소에 보지 않던 다른 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는 마치 새로운 나라의 음식을 맛보는 것과 같다. 처음엔 낯설고 어색할 수 있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여 우리의 ‘정보 미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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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확증 편향은 우리 눈을 가리는 보이지 않는 안대와 같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안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 안대를 벗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분명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안대를 벗은 우리의 눈에는 더 넓고, 더 다채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지혜를 얻고, 서로를 이해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확증 편향’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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