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브랜드는 놀이터가 있나요?

좋은 브랜드는 좋은 상품을 만들지만 훌륭한 브랜드는 문화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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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만큼 아니 소비자 보다도 더 중요한 게 팬이라는 것은 이 글을 읽는 여정까지 오신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의 팬만큼이나 중요한 화두가 또 있죠. 바로 커뮤니티입니다. 팬이 진화하여 조직적이고 유기적인 활동을 하면 그것이 바로 커뮤니티인 것이죠. 팬과 커뮤니티는 서로 다른 전략이 아닌 두 개가 하나로 상충하고 승화되는 브랜드의 필승 전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팬들이 기꺼이 서로 손을 잡고 커뮤니티로서 존속하기 위해서는 놀이터가 필요합니다. 팬과 커뮤니티, 그리고 놀이터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어야 할까요?

폭우를 뚫고 함께 자전거를 타다.

지난 5월 27일 영종도의 MINI 드라이빙센터에 보타이에 수트와 반바지를 입은 무리들이 떼지어 브롬톤 자전거를 탑니다. 엄청난 폭우 속에서 말이죠. 이 행사의 공식 명칭은 ‘2023 브롬톤 월드 챔피언십 코리아’ 입니다.

2008년 처음 시작된 이 행사는 점차 글로벌 각지의 행사로 확산되었고 이어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각 나라의 우승자들은 파이널 대회에 내셔널 챔피언으로 참가 자격이 주어집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심각한 자전거 경주는 아닙니다. 수트를 입고 격렬한 속도전을 펼치는 건 어렵죠. 대회라는 이름의 브랜드 축제에 가깝습니다. 수트에 보타이를 메는 것도 브롬톤이 가진 영국 브랜딩의 일환이죠. 코비드19 동안 이 축제는 진행되지 않았고 3년 만에 세계 곳곳에서 다시 개최된 겁니다. 물론 우중 행사를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겠습니다만 이런 폭우 속에서 수트 차림에 자전거를 타는 일은 어떤 계기가 있어야 가능한 걸까요?

브롬톤은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과 더불어 무거운 차체와 무거운 가격 역시 유지해왔습니다. 그나마의 혁신적인 폴딩 방식도 몇 해 전 그 특허가 풀리면서 1/3 가격의 카피 모델이 여기저기서 속출했죠. 가성비가 어떻네, 거품 가격이네, 자전거 성능이 어떻네 폄하하고 싶은 사람들은 잔뜩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수입사에는 언제나 재고가 모자라고 폭우 속에도 수트 입고 브롬톤 행사에 나가는 것도 불사하는 사람들이 가득하죠. 97번째 말하지만 상품은 가치를 담은 매개일 뿐입니다. 그 가치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이 내세울 수 있는 반론이 얼마나 있건 간에 그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그 가치에 재화를 지불합니다. 순수주의자들은 이런 커뮤니티 모임이나 행사에는 도저히 참여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습니다만(제가 그렇습니다) 해당 제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커뮤니티 행사는 그 사랑을 스스로 확인하는 장입니다. 그리고 그 행위는 다시 제품의 사랑으로 복리 이자를 얹게 되죠.

브롬톤

브롬톤 월드챔피언십 코리아 2023. 악천후의 날씨에도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즐거워 보입니다. <출처 – 바이크매거진>

“상품은 가치를 담은 매개일 뿐.”

브랜드의 가치가 실체화 될 수 있을 만큼 분명하다면 그 가치는 구매의 행위에서만 작동하고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구매 이후에도 계속 그 제품을 사용하고 하물며 단지 바라 볼 때조차 작동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죠. 모든 브랜드의 꿈일 겁니다. 물론 제품의 효용 자체가 사용할 때마다 감동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우리의 뇌구조상 어떤 자극도 동일한 형태로 지속되기는 어렵습니다. 구매의 행위 이후에도 계속 사랑이 이어지려면 요컨대 그것을 여전히 사랑하는 타인의 레퍼런스는 지대한 교보재가 됩니다. 그 레퍼런스를 보며 다시 한번 힘내서 자신도 이것을 사랑하고 이 사랑을 겉으로 내보이기까지 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보완이 되고 사랑이 강화가 됩니다. 브랜드로서 팬을 팬 하나로 두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을 확인할 다른 팬을 기어이 만나게 해줘야 합니다. 기존에는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알아서 만나서 알아서 사랑을 돈독히 키워왔다면 이제 브랜드들은 팬과 팬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기꺼이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게 된 것이죠. 그게 무거운 가격과 브랜드 가치를 견지하는 주요 동력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2만 평짜리 브랜드 놀이터

역시나 지난 5월, 50년 간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울창한 숲과 녹지가 자연 그대로 보존된 용인 에버랜드 2만 평 부지의 땅에 스노우피크 캠프필드가 문을 열었습니다.(실제 캠핑이 가능한 캠프필드 사용은 2024년부터라고 합니다.) 캠핑과 글램핑 등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는 아웃도어 복합 리조트로 스노우피크와 삼성물산 리조트 사업부가 함께 이 공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에버랜드 캠프필드

한국에 처음 생기는 캠프필드라 많은 캠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애버랜드 캠프필드 <출처 – snowpeak.co.kr>

캠핑에 진심인 사람에게도, 캠핑이 처음인 사람에게도 최상의 아웃도어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이죠. 스노우피크가 한낱 브랜드 홍보 공간이나 캠프필드 내 존재하는 스토어의 판매 창구 정도로 이 막대한 일을 벌인 건 아니겠죠. 사실 일본에는 이미 무척이나 아름다운 스노우피크의 캠프필드들이 많습니다. 저도 오쿠히타의 캠프필드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수 백년 된 삼나무와 원시림 속에서의 경험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쿠마 켄고가 디자인해 유명한 하쿠바의 캠프필드도 자연에 융화된 건축물만으로도 아름다우며, 니가타 현에 있는 숙박형 캠프리조트도 색다른 아웃도어 경험을 선사하기에 충분해보입니다. 특히 이 곳은 스노우피크의 헤드쿼터가 있는 곳으로, 스노우피크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제품을 만들자는 스노우피크의 철학을 반영했다고 하죠.

“그런데 스노우피크의 캠프필드에는 다른 브랜드의 텐트를 설치해도 될까?”

어쩌면 누군가는 이런 내적 물음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캠프필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파시스트가 아닙니다. 당연히 가능하죠. 그런데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2024년에 오픈하는 애버랜드 캠프필드.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고 혹여나 그 천금의 기회로 캠프필드에 입성한다면 역시나 스노우피크 텐트를 설치해야 퍼즐이 맞춰지지 않을까라는. 일단, 이 캠프필드는 스노우피크 동호회 행사 장소가 아닙니다. 캠퍼들에게 스노우피크가 가지고 있는 자연과 아웃도어에 대한 철학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실체로서 증명하는 공간이죠. 그럼에도 이 공간에서 가장 즐거워할 사람들은 당연히 스노우피크 유저들입니다. 그리고 그 팬이 다른 팬을 만날 수 있는 ‘적합한’ 곳이죠. 스노우피크 유저가 아닌 사람들도 참여합니다. 그리고 팬들의 실체를 목도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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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노에 있는 랜드 스테이션 HAKUBA는 쿠마 겐고의 디자인으로도 유명합니다. 빈손으로 가도 캠핑 체험을 할 수 있는 숙박 모델이 다양합니다. <출처 – snowpeak.co.jp>

여기에서 숙박과 방문객의 아이템 매출은 얼마나 될까요? 이 정도 부지를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드는 비용에 비하면 그 비중은 이 장소의 주요 목적으로는 부족합니다. 제품 체험을 위한 피크닉이나 데이캠프 등으로 인한 간접 홍보효과는 무시하기 힘들지만 무엇보다도 이 공간의 저력은 스노우피크 커뮤니티의 확장에 있습니다. 2만 평의 놀이터를 만든 이유는 그러합니다. 스노우피크의 캠프필드는 BMW 차량만 몰아볼 수 있는 BMW드라이빙센터와는 다른 역할이지만 BMW의 그것과 같이 그것(BMW든 스노우피크든)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저 가치도 ‘소유하고 있다’를 표명하는 일입니다.

“브랜드의 철학을 믿는 사람들로 커뮤니티를 재정의 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스노우피크는 사업 초기에 팬 비즈니스 모델의 전형에 가까웠습니다. 일본 내 소규모의 팬들이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생산으로 규모가 확장되면서 엔트리 유저와 레귤러 회원들이 증대되며 이 팬 비즈니스는 여러모로 위험에 노출되었죠. 스노우피크 웨이나 설봉제와 같은 회원 행사도 조금씩 빛이 바래졌습니다. 더이상 나만 사랑하고 싶은 ‘인디밴드’가 되지 못 하는 것이죠. 커뮤니티 멤버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혜택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을 믿는 사람들로 커뮤니티를 재정의 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스노우피크의 캠프필드들은 어떻게든 그 커뮤니티 베이스를 유지하기 위한 엄청난 고민의 산물이라고 보입니다. ‘내 브랜드는 팬인 나에게만 이런 걸 줘’가 아니라 ‘내 브랜드는 이런 생각(철학)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다 자랑스러워(내가 더 빛나)’랄까요? 얼핏, 실질적인 혜택도 없이 브랜드가 무슨 철학을 가지고 있고가 무슨 대수일까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브롬톤과 마찬가지로 스노우피크 라벨을 제품에서 떼어낸다면 그것은 터무니없는 가격의 제품으로 전락하기 일수지요. 그래서 그 가치, 그 생각을 2만 평의 땅을 개간하면서까지 지키는 겁니다. 캠프필드를 연다고 제품의 성능 개발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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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제. 스노우피크의 연례 행사로, 한국에서는 아직 한정 제품 판매 이벤트에 가깝지만 본사가 있는 일본에서는 지역 축제 수준으로까지 자리잡았습니다. 스노우피크 설봉제 한정 제품들 외에도 다양한 사케 시음이나 푸드트럭 등 즐길 거리가 많은 축제로 성장했습니다. <출처 – snowpeak.co.kr>

놀이터는 어디에나 존재 할 수 있다.

스노우피크의 캠프필드와 같은 물리적 공간만이 놀이터는 아닙니다. 지금 시대에 놀이터라면 아무래도 가상의 공간이 우선이겠죠. NRC(Nike Run Club)는 현재 가장 많은 러너들이 사용하는 앱이 되었습니다만 수 년 전만 해도 러닝 어플의 최고봉은 Map My Run이라는 앱이었습니다. 위치 추적 기능이 뛰어났고 러너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명료했죠. NRC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 분야의 선두 앱들이 너무나 막강해서 나이키의 노력은 가련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당연히 기술적으로도 오랜 시간 노하우를 축적한 러닝 어플을 따라가기는 벅찼지요. 나이키는 이후 이 어플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습니다. 가혹하리만치 까다로운 애플과의 협업(심지어 당시에는 잡스가 진두지휘 할 때라)도 이루어냈죠. 이렇게 뼈를 갈아넣고도 나이키는 NRC에서 제품을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팬들을 초대하고 팬들이 경쟁하고 게임하게 만들었죠. 기술적으로 부족했던 앱의 역량을 게임 요소로 순식간에 역전시켰습니다. 근처에서 뛰고 있는 사람과 크루들과 경쟁하게 했고 다양한 뱃지를 달면서 쉬지 않고 사용자를 달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곤 이들에게 익스클루시브한 혜택을 전달했죠. 그 혜택은 어쨌거나 덤에 가깝습니다. 핵심은 거기에서 놀게 만들었다는 거죠. 앱이 고도화되면서 자기 루트에서 상위 랭크한 러너들이 어떤 나이키 제품을 신었는지 보였습니다. 내가 뛸 때 마다 어떤 제품을 신었는지 로그로 남기고 그에 따른 차이를 직접 확인하게 만들었습니다. 브랜드를 천상으로 데려갈 방법임을 뒤늦게 깨달은, 당시 나이키를 뛰어넘을 수도 있네마네 하던 언더아머가 Map My Run 앱을 사서 따라가 봅니다만 단지 쿠폰을 남발하고 앱의 기능으로 뭉갠다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죠. 나이키는 이미 NRC를 통해 견고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낸 겁니다. 그들이 나이키 러닝화를 신건 안 신건 상관 없습니다만 거기에는 실시간으로 달리는 사람 또는 동료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니까요.

“혜택은 덤에 가깝습니다. 핵심은 거기에서 놀게 만들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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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C. 힘들고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운동을 즐겁고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치환합니다. <출처 – 나이키코리아>

룰루레몬의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리는 클래스를 ‘제품 체험’의 일환으로 보면 오산입니다. 나이키나 룰루레몬은 내 몸을 위해 노력한다는 증거를 말 뿐이 아니라 활동과 공간으로 증명하고 있는 겁니다. 이 공간을 이용하고 이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라는 조건 같은 건 없습니다. 오히려 브랜드 입장에서는 혜택을 주죠. 거기에 참여하는 것으로 사용자들에게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 도약할 수 있는 반면 브랜드에서는 돈으로 사기 어려운 팬을 육성하는 일이니까요. 만약 달리기나 요가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이런 식으로 애슬래틱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리딩하는 브랜드의 커뮤니티 일원이 되는 것을 마다하기 어렵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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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레몬의 온라인 요가 클래스. 코비드19 시기에 룰루레몬의 커뮤니티는 오히려 강화되었습니다. <출처 – 룰루레몬>

훌륭한 브랜드는 문화를 만든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아이에게 놀라고 하면 아이는 쉽게 즐기지 못 합니다. 아이들이 북적대는 놀이터라면 아이가 먼저 부모의 손을 뿌리치고 놀이 기구로 뛰어가죠. 나와 같은 목적으로 놀 사람이 있냐는 누가 뭐래도 놀이터의 중요한 덕목입니다.

“같은 호기심과 열망으로 같은 것을 해보려는 타인이 더 친근하죠.”

등산을 가보자거나 스쿠버 다이빙을 시도해보자는 말에도 뜨뜨미지근한 친구 보다도 같은 비기너지만 호기심과 열망으로 같은 것을 해보려는 타인이 더 친근하죠. 기술은 그 타인을 만나기 쉽게 해주었습니다. 커뮤니티 플랫폼들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로 같은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거나, 칼 세이건을 읽고 토론하거나, 북한산을 같이 가거나, 인물 드로잉을 같이 배우는 등 비지인과의 관심사 중심 커뮤니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카카오톡을 켜서 오픈채팅 창을 한번 열어보세요. 수많은 관심사 기반의 모임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습니다. 같은 동네라고, 같은 학교라고, 오래된 친구라고 계속해서 그들과 관심도 없는 무언가를 해야 했던 제한된 준거집단 속의 사회가 더이상 아니죠. 원한다면 내가 바라는 준거집단은 제한없이 만들고 또 참여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브랜드는 이 커뮤니티 문화의 소용돌이에서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팬만 만들 수 있다면 사실 커뮤니티의 존재 여부는 브랜드에 따라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요즘은 커뮤니티를 먼저 만들어 팬을 확대하는 방법도 여러 브랜드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 브랜드 좋아하는 사람’ 깃발 들고 팬들 모이면 우쭈쭈 쿠폰 주면서 브랜드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할 건가요?

“좋은 브랜드는 좋은 상품을 만들지만 훌륭한 브랜드는 문화를 만듭니다.”

트레바리 부즈

커뮤니티 플랫폼인 트레바리 강남 아지트 2층에는 싱글몰트 바가 있습니다. 1층에도 스낵과 보틀을 구매할 수 있는 트레바리 슈퍼마켙이 있고요. 트레바리는 윗층의 독서모임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적절히 간파한 것 같습니다. <출처-트레바리>

좋은 브랜드는 좋은 상품을 만들지만 훌륭한 브랜드는 문화를 만듭니다. 이 상품이 어떤 불편이나 어떤 니즈를 충족시키는지의 필요를 넘어서 이 상품이 어떤 문화에 이바지 하는지를 고민한 브랜드의 제품은 ‘다릅니다.’ 러닝화를 팔아야 하니까 러닝 어플이고, 요가복이니까 요가 클래스와 같은 일차 등식이 아닙니다. 도시락 통을 판다면 건강하고 자주적으로 셀프케어 하는 사람들이 소중히 생각할 라이프스타일에서 그 제품의 철학과 부합된 커뮤니티를 찾는 것이고, 내가 스프링 노트를 판다면, 기록이 이 브랜드에 무슨 의미인지에 따라 기록으로 ‘어떤’ 것을 극복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시도하는 그 ‘행위’가 커뮤니티 활동의 근간이 되어야 합니다. 많은 브랜드가 커뮤니티를 갖고 싶어 하지만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브랜드가 어떤 문화를 지향하고 또 이바지 하는지 먼저 정의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제품이 좋으니까 팬이 되라 떼쓰는 건 성숙한 브랜드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앤드류와이어스
김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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