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메일이 올 일이 거의 없는 개인 업무용 메일함에 브런치스토리에서 보낸 메일이 도착했다. 작가 합격 이후 4개월 만에 온 메일이었다. 내용은 취준생을 위한 직무, 취업 관련 인터뷰 제안. 사람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인터뷰라니, 벌써부터 목이 마르고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강연 섭외라는 뜻깊은 제안이었지만, 현재의 나로선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또 다른 제안이 도착했다. 이번엔 어도비 포토샵 관련 아티클을 의뢰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받아 본 제안에 한껏 신난 마음으로 내용을 반복해서 읽었지만, 이내 걱정이 몰려왔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괜한 고민 속에서 하루 이틀을 흘려보내고 결국 포기해버렸다. 내가 자주 쓰던 주제였는데, 조건도 좋았는데… 바보같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스스로가 후회스러웠다. 누군가 나를 겁쟁이라고 놀려도 할 말이 없다. 나는 칭찬도 제대로 못 받아먹는 겁쟁이가 맞으니깐. 그렇다고 언제까지 겁쟁이처럼 행동할 순 없는 노릇!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능력을 키우면 된다. 회사에서 성과를 만들고, 자기계발을 더 열심히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거다.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은 갓생 4개월 즈음 세 번째 제안이 왔다. 마케팅 실무자 및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대상을 타깃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소마코’에서 내 브런치 글을 읽고 마케팅 인사이트 콘텐츠를 의뢰한다는 내용이었다. ‘소마코?’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기에 그들의 채널을 살펴보며 고민했다. 그리고 5일간의 고민 끝에, 나는 용기를 내어 이렇게 답신했다.
“안녕하세요. 00님, 마케터 modip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이렇게 좋은 제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사 채널을 꼼꼼하게 살펴본 결과, 콘텐츠의 결이 달라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마케팅 분석이나 인사이트보다는 자기계발과 스타트업 마케터 실무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추후 소마코 콘텐츠의 범위가 확장하게 된다면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겁내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하며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 메일이 도착했다.
‘모딥님, 혹시 마케터의 자기계발, 실무 인사이트 관련 콘텐츠로 요청을 드리면 긍정적으로 고려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 자사 채널은 리뉴얼 중으며 콘텐츠 범위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모딥님과 함께 한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안 드린 사항을 긍정적으로 고려해 주시길 바라며…’
콘텐츠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는 소식, 그들이 나의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마치 대학교에 합격한 것 같은, 첫 취업에 성공한 듯한 뿌듯함과 맞먹는 짜릿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너는 처음으로 제안을 수락했고, 좋은 클라이언트와 담당자님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파악하는 방법, 콘텐츠의 깊이를 더하는 작업, 협업 과정 등 회사에서와는 또 다른 배움이 가득했다.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날이면 어떤 뉴스레터보다 내 콘텐츠를 첫 번째로 읽으며 지난주 인기 순위를 체크한다. 내 콘텐츠가 순위에 들때면 그날은 야근마져 즐거울 정도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소재를 정하는 일이다. 계절성, 매달 있는 공휴일, 기념일이 있다고 한들 소재는 고갈되기 쉽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소재와 영감을 찾아다니는 거다. 쓰고 싶은 소재를 찾으면 글쓰는 작업이 재밌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기 마련이다. 창작의 고통 속에서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쓴다는 자부심과 만족감 그리고 계약 연장과 원고비 인상의 힘이다. 더하여 나의 사회가 확장되는 것도 있다. 내가 몸을 담그지 않았던 사회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들이 다 나의 자산이 되어 준다. 이렇듯 나에게 온 제안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자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연결고리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연장하는 날, 담당자님께 이런 질문을 했다.
“ 제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연락을 주셨는데, 그때의 저는 브런치와 인스타 모두 영향력도 낮고, 콘텐츠 수도 많지 않았는데 어떤 부분에서 제안을 주셨던 거예요?”
자사 채널을 운영하면서 단순한 마케팅 트렌드 콘텐츠로는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마케터 분들의 실무 인사이트 콘텐츠를 소개하고 싶은 갈망이 있었는데 모딥님 브런치스토리 글을 보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콘텐츠 수가 많지 않다고 하셨는데 전 오히려 꾸준히 하나의 주제로 콘텐츠를 착착 쌓아오신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프로필 소개 글처럼 비전공 스타트업 마케터가 전하는 이야기라 저희의 타깃인 초년생, 주니어 분들이 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저도 모딥님 콘텐츠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다시 읽어도 감동적인 말, 이보다 더 멋진 칭찬이 있을까?
modip 님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