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론칭 1년도 안되어 유니콘 기업이 되었었지
2021년 기존 SNS와 조금은 다른 결의 음성 기반 SNS가 나와서 한 때 난리였던 적이 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클럽하우스.
(출처: 클럽하우스)
제 주변에 특히 나이 좀 있는 아저씨들이 ‘클하’를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니길래 그게 도대체 뭔가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적잖은 나이였지만 제법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보다 더 빠른 사람들이 클럽하우스에 가입하고 싶어 야단이 났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도대체 그게 뭔데 가입할 수 있는거냐? 물었죠.
근데 SNS가 신기하게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폐쇄적으로 초대장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게 만들다보니 사용자들이 특별한 느낌을 받은 겁니다. 게다가 초반에 이름만 들어도 ‘오!’ 하는 셀럽들이 클럽하우스에 자리를 잡고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 오프라 윈프리에서부터 국내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영화배우 박중훈 등이 등장하면서 연일 이 사람들이 클럽하우스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다더라가 기사에 나오니, 궁금해 미치는 겁니다.
초반에 연예인, 셀럽, 유명 경제인, 정치인이 자리를 잡고 자기 방을 만들어 종알종알 신변잡기 이야기를 떠드니, 그것이 기사가 되고 그 안에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방구석에 앉아 이들의 개인사를 듣는데 초대장 없이는 들어올 수 없다보니 ‘나는 특별해’라는 생각을 가졌을 법 합니다.
(출처: 클럽하우스)
초반에 셀럽들이 들어앉다보니 난리 대 난리였죠. 2021년 2월 누적 다운로드 350만명을 기록한 뒤 2주 후인 2월 16일 800만을 넘어섰죠. 그리고 순식간에 2월 말에 1000만명 다운로드를 돌파합니다.
그 결과 이 기업은 론칭한지 1년이 안되어 유니콘 기업까지 되어버립니다.
실리콘 밸리의 유명한 투자기관인 안드레센 호로위츠에서 1조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1억 달러 상당의 투자를 유치하거든요. 론칭 1년 안에 이렇게 말도 안되는 기업 성장, 투자를 만든 데에는 사실 인맥도 작용했죠. 클럽하우스의 공동 창업자인 폴 데이비슨과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앤드류 챈은 오랫동안 인연이 있었고, 이미 폴 데이비슨의 이전 사업에도 앤드류 챈의 지원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판을 깔았다고 표현하는게 맞을 것 같고요. 초반에 주목을 끌다보니 전세계적으로 순식간에 말도 안되는 인기를 끌게 된 겁니다.
클럽하우스, 이제 한물 갔다고?
그러나 급히 먹은 밥은 체한다고, 이 인기가 급속도로 올랐던 것만큼 빠르게 식었죠.
2021년 2월에 월간 앱 다운로드 수가 1000만명 정도였는데, 4월이 되면 90만명 수준으로 확 떨어지거든요. 초반 성장이 지속되지 못하고 갖가지 사건 사고도 발생합니다.
예전에도 한번 보안 전문가가 클럽 하우스의 보안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었는데요. 앱을 다운로드해 회원 가입을 하게 되면 사용자의 주소록 정보까지 저장하는 부분에 있어 보안 취약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었죠. 그러나 딱 이 취약점을 파고들어 사용자의 전화번호가 대량으로 유출되었다는 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기사를 보면 클럽하우스의 사용자 전화번호 38억개가 다크웹에서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겁니다. 문제는 전화번호 38억개가 사용자 외에도 사용자의 전화번호 주소록을 긁어오다보니 미사용자의 전화번호까지 노출되어 있었다고 지적된 겁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전화번호가 가짜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하입비스트)
그러나 아시겠지만 요즘의 사용자들은 개인정보, 보안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 하고 소란이 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기술적 문제와 보안에 대한 우려에 대해 마음 한 구석에 우려를 갖게 만든 계기가 되었죠.
(출처: 디지털투데이)
하지만 클럽하우스가 몰락한 데에는 사실 다른 더 큰 이유들이 있습니다.
일단 (1) 초기의 아이덴티티 상실 (2) 경쟁 업체의 등장 (3) 콘텐츠와 사용자 경험의 한계
이 3가지가 대표적인 몰락의 이유로 이야기해볼 수 있겠네요.
(1)초기의 아이덴티티 상실
(출처: 캔바)
우선 클럽하우스가 폐쇄적인 SNS 였거든요. 그래서 제 주변에 초대장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 클럽하우스 가입자 누구 없냐, 이런 이야기가 들려올 때면, 잘은 모르지만 한번 가입해서 사용해 보고 싶다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초대장 없이 가입하는 정책으로 전환해 버린 겁니다.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되면 이에 대한 매력도 함께 떨어지죠.
이와 관련하여 제가 들었던 어느 특별한 청담동 바(BAR)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그 업체는 예약을 인스타그램 DM으로만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바에 예약을 하고 싶다고 DM을 보내면 바의 주인은 요청한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살펴보고, 근사하고, 트렌디하거나 우리의 브랜드 톤앤 매너와 맞다 생각하는 사람들만 예약을 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바에 다녀간 사람들은 죄다 찬양하며 글과 사진을 올리며 “드디어 가봤다!” 라는 자랑을 하는 겁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고, 나는 뽑혔어! 라는 제한적인 선별 마케팅이 MZ 세대를 열광하게 만든거죠.
클럽하우스의 매력도 어쩌면 “폐쇄성”에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왜냐하면 음성형 SNS에 관심이 없던 저에게도 ‘도대체 뭐길래, 한번 들어가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거든요.
그런데 아마, 투자를 받거나, 좀더 공격적인 숫자를 만들어 보려는 창업자의 욕망이 초기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놓아버렸던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2) 경쟁 업체의 등장
(출처: 캔바)
그리고 기존의 SNS 업체들이 가만둘리 없죠. 페이스북은 라디오 오디오룸을 스포티파이는 그린룸, 레딧은 토크, 인스타그램은 라이브룸, 텔레그램의 보이스챗, 트위터의 스페이스가 등장합니다. 한번에 와글와글 서비스가 등장하다보니 사용자들이 분산되어버렸죠. 물론 경쟁사 들 중 잘된 얘들도 안된 얘들도 있었습니다.
일단 한계가 있거나 실패한 음성 SNS는 레딧의 토크, 인스타그램 라이브룸, 텔레그램의 보이스챗이 있죠.
레딧의 토크는 클럽하우스와 유사한 음성대화기능을 제공했지만, 기존 레딧 사용자들은 텍스트기반의 포스팅과 댓글을 통한 소통이 일상화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음성대화로의 전환에 일부 사용자의 저항이 있었고 기본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텍스트 기반으로 설계돼 있다보니 음성 대화 기능이 완전히 통합되지 못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라이브룸의 경우 영상, 음성을 결합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인데요. 일단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주로 영상, 사진을 통해 소통하다보니 완전한 음성 대화로의 전환이 되기 어려웠죠.
텔레그램의 보이스챗의 경우 그룹 채팅에서 음성 대화를 지원하는 기능인데요. 주로 소규모 그룹 채팅을 위한 기능이다보니 대규모 음성 대화방을 지원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자연히 그냥 적당한 규모의 적당한 채팅 수준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죠.
반면 페이스북의 라이브 오디오룸, 스포티파이의 그린룸, 트위터의 스페이스는 잘되었다는 평을 듣습니다.
이유는, 페이스북의 라이브 오디오룸의 경우 기존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하여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고요. 텍스트, 영상, 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소통을 지원하면서 사용자에게 선택지를 풍부하게 주었죠. 더불어 페이스북 자체의 보안 시스템을 사용하다보니 데이터 유출, 보안 문제가 최소화되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스포티파이의 그린룸의 경우 음악 관련된 대화를 주로 하는 서비스인데요. 아무래도 주제가 특정되다보니 특정 타깃 고객들에게 매력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스포티파이의 기존 대규모 음악 스트리밍 사용자들을 타깃 모수로 하여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죠.
트위터의 스페이스의 경우에도 실시간 음성 대화를 지원하는데요. 트위터에서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는 유명 인사들이 스페이스를 활용해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고요. 메타, 스포티파이와 마찬가지로 기존 트위터 사용자들을 활용하여 모객을 했고, 트위터의 실시간성과 결합한 부분 역시 긍정적인 요소였죠.
(3) 콘텐츠와 사용자 경험의 한계
(출처: 머니S)
그리고 음성 SNS 서비스에서 클럽하우스의 문제는 결국 셀럽, 유명인들이 주도해서 올라온 서비스인데, 매일 이들이 들어와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분명한 한계가 있거든요.
콘텐츠가 한계가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유튜버만 봐도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 기획하고 제작하는지 아실 겁니다. 그만큼 콘텐츠가 풍부해야만 사용자들을 지속적으로 붙잡을 수 있는데요.
클럽하우스는 셀럽들이 들어와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는 하겠지만,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콘텐츠 개발을 할까요? 결국은 몇몇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그리고 일부 방에서는 소수의 인원만 소통에 참여하다보니,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도 한계가 발생할 수 밖에 없죠.
생각해보면 일론 머스크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몇 일은 신나겠지만 서로 지루한 시점이 오거든요. 지속성의 측면에서 셀럽이나 사용자들이나 오래 붙잡을 수 있는 매력이 적었습니다.
최근의 몇몇 음성형 SNS 의 경우 수익 구조가 세팅되어 전문적인 DJ가 생겨나고 있지만, 클럽하우스에서는 방송을 듣고 마음에 들면 팁을 주거나, 일부 방에 입장하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는 등의 수익 구조는 있었지만, 사실 매일 티켓을 주고 셀럽 방에 들어 가서 개인사 이야기를 들을만 한지,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즉 초반에 셀럽, 연예인, 정치인, 경제인들이 인기를 몰아주었다면 지속성인 측면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해 나가면서 일반 크리에이터들을 육성, 지원하는 부분이 필요했는데 이 부분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몰락한 이유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 주변에도 요즘엔 클럽하우스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정말 한 명도 없습니다.
마케터의 시선
(출처: 캔바)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결국 클럽하우스가 한물 간 이유는 마케팅과 타깃 설정의 문제, 그리고 네트워크와 유명인사에 의존해 스케일업이 힘든 구조였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초기에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객을 했고 특정 타깃을 명확히 시작하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특정 타깃이 아닌 논타깃으로 한다는 것은 이들의 약점으로 작용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생각해보면, 틱톡, 인스타그램의 경우에도 모든 타깃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틱톡의 경우 우리 마음 속에 대충 10-20대가 많이 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인스타그램은 20-40대 여성들이 많이 쓴다는 생각들을 하잖아요. 이는 SNS가 특정 타깃을 고려해 UI, UX를 만들고 그러한 콘텐츠를 공급해 마케팅을 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클럽하우스에서는 그런 특정 타깃을 향한 마케팅 활동이 적었다는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아울러 네트워크와 유명인사에 의존했던 것은 초반에 큰 인기를 끌 수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이들이 참여하지 않게 되면서 사용자들의 관심도 한번에 쑥 빠졌다는 것을 보면, 결국 초반의 인기빨을 지속할 수 있는 ‘지속성 있는 수익구조’ 혹은 ‘마케팅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클럽하우스가 이렇게 아쉽게 되었다고 해서 음성형 SNS가 완전히 죽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현재의 MZ들은 다양한 용도로 음성형 SNS를 많이 사용하거든요. 이를테면 디스코드는 게임, 팀플 과제 피드백, 넷플릭스 시청 등의 활동에 사용이 되고요.
트위터의 스페이스 기능은 유명인들이 팬들과 소통하거나 브랜드가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사용이 됩니다. 스푼 라디오의 경우 사용자들이 서로 프로필을 노출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익명 기반이라 자유롭게 소통이 가능하죠.
그래서 여전히 음성형 SNS가 시장에서 저마다 파이를 가지고 있고요. 사용자들은 용도별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는 노래도 있었고, 실제 라디오 시장이 많이 줄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우리는 걸을 때에도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를 들으면서 이동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면서도 영상을 시청하기도 하지만, 음악을 듣기도 하거든요. 음성형 SNS는 그러한 점에서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자기만의 차별점을 찾아 나갈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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