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계정에 올려둔 영상들로 가만히 앉아서 매일 수천 명의 잠재고객을 만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 브랜드가 6년 전 업로드한 시리즈 영상 다섯 편의 조회수 합은 7,000만이 넘습니다. 1년 전 추가로 업로드한 시리즈 영상 여섯 편의 조회수 합은 약 50만에 달합니다. 심지어 이 영상들은 지금도 꾸준히 조회수가 오르고 있습니다. 한 번 업로드한 콘텐츠들이 광고를 대신해 최소 몇 년 이상 쉼 없이 트래픽을 가져다준다는 뜻입니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 만든 대작 시리즈 아니냐고요?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허수 트래픽 아니냐고요?
유튜브를 이런 가성비 마케팅 채널로 활용할 수 있는 비결은 ‘치밀한 콘텐츠 설계’에 있습니다. 오늘은 명상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Calm’이라는 브랜드의 유튜브 전략을 통해 그 비결을 배워보겠습니다.
왜 유튜브를 선택했을까?
우리의 잠재고객이 1) 언제, 2) 어디에, 3) 무슨 의도를 가지고 나타나는지 알면 우리가 주력해야 할 채널과 목표를 동시에 정할 수 있습니다. Calm은 이 세 가지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우리가 만나고 싶은 고객은
1) 언제 : 밤 9시~11시쯤
2) 어디에 : 유튜브에 접속한다
3) 무슨 의도로 : 잠드는데 도움을 받고 싶어서
명상 앱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중에는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Calm은 그들이 잠에 들기 전 유튜브에서 수면에 도움이 될만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그들이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들도 파악했고요. (유튜브 키워드 검색량을 알 수 있는 도구들은 많이 있습니다.)
채널과 목표가 정해졌습니다. 유튜브에서 ‘백색소음’ 등의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최상단에 우리 콘텐츠가 나오면 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고객이 유튜브에 있는 것을 알았으니 일단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내용의 영상을 만들면 좋을까요? 다시 고객을 떠올려봅니다. 아마 그들은 이불속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을 겁니다. 푹 자고 싶은데 잠들지 못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은 상황은 아닐 겁니다.
여기서 고객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마케터는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최악의 첫인상을 남기기 딱 좋은 시도입니다.
다행히 Calm은 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고객의 고통(=잠에 들지 못하는 괴로움)을 즉시 해결해 줄 수 있는 영상을 만들기로 합니다. 충분히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잠에 방해가 되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방법을 알았고, 앱 서비스를 구축하면서 쌓아온 콘텐츠 제작 역량도 있었으니까요.
Calm의 콘텐츠 제작 기준
1)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 즉각적인 가치를 제공합니다.
2) 시간이 지나도 수요와 가치가 변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3) 이미 가지고 있는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입니다.
4) 검색량이 높고 검색 의도가 명확한 키워드를 골라 제목에 넣습니다.
5) 광고는 넣지 않습니다. 조회수 수익보다 고객에게 주는 가치가 더 중요합니다.
6) 고객에게 전하는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브랜드 요소를 넣습니다.
6년 전에 업로드된 ‘Nature White Noise’ 시리즈는 위 기준들을 완벽하게 충족합니다.
1) 약 8시간 동안 자연의 소리가 반복되는 백색소음 콘텐츠입니다. 고객의 숙면을 도울 수 있습니다.
2)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잠에 들지 못해 괴로운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고 있습니다.
3) 애초에 이런 영상을 만드는 데는 큰 리소스가 들지 않습니다.
4) 모든 영상 제목에 White Noise, Deep Sleep 등의 키워드가 쓰였습니다.
5) 광고가 없습니다. 프리미엄을 쓰지 않는 고객도 끊김 없이 8시간 동안 이 영상을 소비할 수 있습니다.
6) 오른쪽 하단에 작게 새겨진 로고와 설명란의 앱 다운로드 링크 외 그 어떤 홍보 요소도 없습니다.
조회수와 시청시간이 누적될수록 콘텐츠의 지위는 더 확고해집니다. Calm은 이미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지금 유튜브에 ‘white noise’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아래 영상이 최상단에 노출됩니다.
‘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파는 것’에 몰두하면 매출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자극적인 후킹으로 고객을 낚아 어떻게든 제품을 팔아보려는 마케팅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는 없습니다. 소비자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땐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치는 뭘까’에서 고민을 시작해 보세요. 우리가 가진 제품의 일부를 활용해도 좋고, 우리가 가진 역량이나 지식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고객이 우리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이 목표를 먼저 달성하고 나면 ‘판매’라는 다음 목표까지 가는 길도 한결 수월해질 겁니다.
[실전 PLAYBOOK]
1. 우리가 만나고 싶은 고객이 언제, 어디서, 무슨 의도로 활동하는지 파악하세요.
2. 우리의 역량, 제품의 일부를 활용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무료 가치를 제공해 주세요.
3. 자발적으로 구매를 원하는 고객을 위한 구매 경로를 마련해 두세요.
*다음 글들을 함께 읽어보시면 오늘 소개드린 내용을 더 깊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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