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끈 마케팅 저서 ‘설계자’ 시리즈 중 하나인 ‘스토리 설계자’에서는 고객 트래픽을 다음과 같이 세 분류로 나눕니다.
그리고 각각의 고객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 전략을 짜야한다고 말하죠.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세 가지 고객 분류에 두 가지를 추가한 제 나름의 고객 분류 방식과 그에 따른 메시지 전략을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설계자 시리즈의 내용을 실무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분들이라면 아마 이 접근 방식이 조금 더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먼저 기존 3가지 분류에 대한 부연 설명을 더해보겠습니다. 기존 설명에서 ‘카테고리’의 개념을 추가하면 이 분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고객들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보다 ‘카테고리’를 먼저 인지하니까요.
*위 3가지 분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는 분들은 새로운 분류인 4,5번으로 바로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1. 핫 (hot) 트래픽 고객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그 해결책으로 우리가 속한 카테고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우리 브랜드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고객을 뜻합니다. 만약 우리가 ‘1인 기업가를 위한 오피스 공간’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우리의 핫 트래픽 고객은 이런 고객입니다.
(*콘텐츠 마케팅의 장기적인 목표가 대부분 이 핫 트래픽에 해당하는 고객의 수를 늘리는 겁니다.)
고객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많습니다. 가장 쉬운 해결책으로는 조용한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 있습니다. 비용을 좀 쓴다면 집의 인테리어를 홈 오피스처럼 바꿀 수도 있죠. 오피스 입주는 그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많은 대안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 많은 대안 중 우리가 속한 카테고리를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우리 브랜드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고객은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다양한 마케팅 노력을 통해 우리가 모아야 하는 고객입니다.
이런 고객들에게는 프로모션 메시지,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제안 등 ‘구매 계기를 만들어주는 메시지’가 효과적입니다.
매번 똑같은 할인 메시지만 보내면 있던 고객도 달아납니다. 애써 좋은 관계를 맺은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실제 이 고객이 구매를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합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기존 제품을 일부 변형하는 작업이 이에 해당합니다. 제안하는 가치가 다양해져야 고객에게 전할 메시지 역시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 확보한 고객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2. 웜 (warm) 트래픽 고객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그 해결책으로 우리가 속한 카테고리를 고려하고 있지만 우리 브랜드를 모르는 고객을 뜻합니다. 위의 예시를 이어간다면 이런 고객이라고 볼 수 있죠.
여러 대안 중 1인 오피스 입주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시그널입니다. 이런 고객들을 대상으로는 우리 브랜드의 경쟁 우위를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메시지 전략이 필요합니다.
경쟁사를 선택했을 때의 상황을 문제로 재정의하고, 그 재정의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으로 우리의 경쟁 우위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예) 업무에 몰입하고 싶어 1인 오피스에 입주했는데, 왠지 모를 산만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면? 공간의 설계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문제 재정의) 공간의 구성과 디자인은 업무 몰입도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대부분의 1인 오피스는 단가가 저렴한 시공사와 계약해 겉모습을 예쁘게 꾸미는 것에 집중합니다. 일을 위한 공간은 예쁘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공간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구현한 저희의 오피스 공간을 경험해 보세요.(=경쟁 우위가 드러나는 솔루션)
3. 콜드 (cold) 트래픽 고객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우리가 속한 카테고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고객을 뜻합니다. 이런 카테고리가 있는지 몰라서일 수도 있고, 알지만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카테고리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에 우리 브랜드도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전환시키기 어려운 고객입니다. 다양한 대안 중 ‘1인 창업가를 위한 오피스’를 선택하도록 설득해야 하고, 그 카테고리 안에서 우리가 가진 경쟁 우위까지 알려야 하니까요. 전해야 할 내용이 많을수록 초반 몰입도가 중요합니다. 고객의 문제 상황을 깊게 파고들어 ‘완전 내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카테고리의 강점과 우리의 경쟁 우위를 동시에 어필할 수 있는 문제들을 앞쪽에 배치해 보세요.
예) 집에서 1인 기업을 운영하고 계신 대표님! 이런 고민 가지고 계시죠? 공간 분리가 안되니까 일상과 일의 분리가 안되고, 외부 손님을 위한 미팅 공간도 없고… 그렇다고 카페를 가면 어떤가요? 매번 자리 쟁탈전에, 사장님 눈치에, 대화하시는 다른 손님들이 계시면 집보다 더 시끄러워지기까지… 1인 기업가를 위한 오피스는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어요. 예약만 하면 쓸 수 있는 미팅 공간과 주차 공간, 바리스타의 무제한 음료 서비스, 넓고 쾌적한 개인 업무 공간까지. 오피스 설계만 10년 이상 해온 전문가들이 만든 ㅇㅇ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해보세요.
여기까지가 스토리 설계자에 나오는 세 가지 분류입니다. 이 분류에 따르면 모든 고객은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잘 설계된 메시지를 통해 그들에게 카테고리와 브랜드를 선택하게 만드는 일이죠.
하지만 지금의 고객들은 기업의 이런 마케팅 활동을 마냥 기다리지 않습니다. 정보 탐색의 수준이 높고 성격도 급한 우리나라 고객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들은 문제가 생기는 순간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 해결합니다. 카테고리를 인지하지 못해서, 특정 브랜드를 몰라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요즘 우리가 마주하는 고객은 오히려 이 두 부류의 고객에 가깝습니다.
4. 아이스(ice) 트래픽 고객
이미 다른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고객입니다. 우리가 속한 카테고리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웜 트래픽 고객과 비슷하지만, 설득의 난이도는 콜드 트래픽 고객보다 더 높은 고객이죠. (그래서 ice라는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이들은 이미 만족스러운 소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특정 브랜드와 깊은 유대감을 쌓기도 하죠.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소비하면서 자신만의 솔루션을 개발하는 고객도 많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해 낸 브랜드가 아니라면 대부분 이런 고객을 마주하게 됩니다.
얼음처럼 굳어진 고객의 마음에 균열을 내려면 특별한 무기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럴듯하게 짜놓은 ‘메시지’만으로는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없습니다. 그들이 크게 주의를 쏟지 않아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다름’을 준비한 후에 그걸 메시지로 변환시키는 과정이 필요하죠.
최근 저희와 함께한 고객사 사례를 소개합니다. 뷰티 제품을 판매하던 L 브랜드는 ‘콜라겐 마스크팩’ 제품을 새로 출시하기로 합니다. 이미 많은 브랜드가 자리를 잡고 있는 시장이죠. 시장에 있는 유명 브랜드들의 콜라겐팩 가격은 장당 4~6천 원으로 매우 비쌉니다. L 브랜드는 여기서 기회를 봅니다.
가격에서의 ‘다름’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던 중 ‘대량팩’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낱개로 1장씩 포장되어 판매되는 콜라겐 마스크팩을 커다란 통에 대량으로 담아 판매하는 것이죠. 포장지 낭비를 줄이면서 동시에 많은 수량을 한 번에 판매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여러 시행착오 끝에 마스크팩을 많이 담아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플라스틱 패키지와 생산 공정을 만들어냅니다. 제품의 객단가는 늘어났지만, 결과적으로 마스크팩의 장당 가격은 반으로 줄어들었죠.
브랜드가 만든 ‘가격’이라는 무기는 ‘반값으로 시작하는 1일 1 콜라겐팩’ 처럼 ‘우리로 인해 마주할 고객의 이상적인 결과’를 강조하는 메시지로 고객들에게 전해졌습니다. 해당 제품은 출시 2주 만에 3천만 원이 넘는 매출을 일으킵니다. 메시지만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고 우리만의 ‘다름’을 만드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입니다. 전환까지 이어지는 후킹 메시지는 이 ‘다름’이라는 무기에서 나옵니다.
5. 온도를 알 수 없는 고객
문제가 있음을 어렴풋이 알지만 딱히 해결책을 찾지 않는 고객을 뜻합니다. 처음부터 찾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찾아도 없기 때문에 그 문제를 ‘당연한 것’,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길 뿐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의 상황을 ‘이미 충분히 좋은 상황’으로 여기게 됩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차원의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들은 이런 고객을 상대하게 됩니다.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 챗 GPT를 출시한 오픈 AI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브랜드는 제품 자체가 가진 새로움과 놀라움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메시지는 우리가 충분히 편하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상황이 사실은 문제였음을 일깨워주는 방향으로 설계됩니다.
꼭 세계적인 혁신 기업들만이 이런 고객을 상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제가 다뤘던 ‘리퀴드데스’ 역시 이 분류에 해당하는 고객을 상대했습니다. 그들은 플라스틱에 물을 담아먹는 기존의 방식(=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문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독특한 디자인의 캔에 담긴 물을 재미있는 스토리와 함께 전달했죠.
앞으로는 이런 새로운 차원의 제안을 하는 비즈니스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퀴드데스의 사례는 이 글에서 좀 더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planbro/263모든 브랜드에게 다 먹히는 필승 메시지 공식 같은 건 없습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눠야 할 고객과 우리의 제품을 다시 돌아보고, 고객에게 직접 말을 걸어보면서 우리에게 효과적인 마케팅 메시지를 찾아갈 뿐이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제품력과 역량도 함께 커지는 것이고요.
오늘 소개한 5가지 분류 중 우리의 1순위 고객은 어디에 해당될까요? 그 고객들과 웹사이트, 상세페이지, 광고에서 나눠야 할 대화 내용을 먼저 정리해 보세요. 그리고 그 메시지들을 적용한 후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우리에게 진짜 효과적인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오직 우리의 고객들만이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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