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기사식당’ 대표가 전하는 진짜 현지화

전통적인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현지화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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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2월 12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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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파는 사람들>과 기사식당(Kisa) 윤준우 대표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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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식당이 왜 맨해튼에서?      

 2024년 4월, 뉴욕 한복판에 문을 연 ‘기사식당(Kisa)’. 이곳은 오픈 전부터 뉴욕 타임스와 이터(Eater) 등 주요 매체에서 집중 조명을 받았고요, 결국 ‘2024년 미국 최고의 레스토랑 14곳’ 중 하나로 선정되며 뉴욕에서 가장 핫한 식당으로 떠오른 곳입니다.

 이 특별한 식당을 만든 윤준우 대표와 화상 미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사실 그와 ‘기사식당’ 창업팀은 이미 2년 전 ‘씨 애즈 인 찰리(C as in Charlie)’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외식업 베테랑들이었습니다. 일종의 연쇄 창업이었던 셈이죠.

 윤 대표는 10년간 뉴욕 요식업계에서 일하며 뉴욕이라는 도시가 사람, 음식, 문화, 가치관이 너무나도 다양하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 환경 속에서 가장 창의적인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했던 한마디가 깊은 울림을 주었다고 하는데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애틀랜타 출신 친구들과 함께 ‘가장 우리 다운 것’을 요리로 풀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가 찾은 답은 ‘한국과 미국 남부식’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의 결합이었습니다. ‘앤드(And) 파워’를 활용해 두 가지 요소를 융합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 것이죠.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옥스본 크림 파스타(Oxbone Creme Pasta). 쉽게 말해 ‘설렁탕 파스타’인데요. 설렁탕을 만들 때 소면을 구할 수 없어 스파게티 면을 넣었던 경험에서 착안해 탄생한 메뉴였습니다. 이처럼 독창적인 메뉴들이 신선하게 다가갔고, 결국 오픈 1년 만에 미슐랭 빕 구르망*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 미슐랭 빕 구르망: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들을 소개하는 미슐랭 어워드. 서울에서는 4만 5000원 이하로 식사할 수 있는 식당들을 소개

 하지만 윤 대표는 점점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곳에서 처음 한국 음식을 접해봤는데 정말 맛있다’라는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그는 뉴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진짜 한식’을 경험하길 바랐고, 그 해답을 한국의 노포, 그중에서도 기사식당에서 찾았습니다.

‘전통 고수’가 곧 ‘현지화’입니다      

 한식을 해외에서 선보이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현지 입맛에 맞춰 변형하는 방법과 전통 그대로를 유지하는 방법인데요. 기사식당 창업팀은 오히려 전통적인 한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현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건 단 하나, ‘맛있고 또 먹고 싶은 경험’이니까요. 특히 뉴욕처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에서는 각국의 전통 음식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현지화 방식이라고 판단했다고 하죠.

 하지만 ‘진짜 한국 기사식당’을 만들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적절한 입지를 찾는 데만 6개월이 걸렸고, 오픈 직전까지도 컨셉을 조정하며 수많은 논의를 거듭했다고 합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기사식당의 모습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인데요. 대표 메뉴도 처음에는 돈가스를 고려했지만, 한식을 제대로 소개하려면 백반 문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 방문 때마다 전국의 기사식당을 찾아다니며, 쟁반 한가득 반찬이 차려지는 상차림이나 고객 리뷰마다 언급되는 커피 머신 같은 디테일까지 하나하나 연구하며 적용해 나갔다고 합니다.

지극히 한국적인 디테일들로 까다로운 뉴욕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지극히 한국적인 디테일들로 까다로운 뉴욕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화제를 모은 건 간판이었습니다. 한국 기사식당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한쪽에는 ‘동남사거리 원조 기사식당’, 다른 쪽에는 ‘소문난 기사식당’이라는 한글 간판을 큼지막하게 달았는데요. 무엇보다 뉴욕에서도 손꼽히는 번화가 앨런대로 한복판에 영어 없이 오직 한글 간판만 내걸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기사식당이 빠르게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것도 이 간판 덕분이었다고 하는데요. 오픈 직후부터 한국 언론에서도 앞다투어 보도하며 화제를 모았고, 뉴욕 현지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한글 간판이 눈길을 끌며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사식당은 오픈 첫날부터 웨이팅 줄이 두 블록 가까이 이어질 정도로 손님이 몰려들었습니다. 가게 좌석은 36석뿐이지만, 요즘에도 점심에는 120명, 저녁에는 160~180명의 손님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고 하고요.

팔아먹는 것과 이어가는 것        

 뉴욕에서 기사식당이 빠르게 자리 잡은 이유에 대해 윤준우 대표는 차별성을 꼽았습니다. 한식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기사식당 같은 백반집이 뉴욕에 처음 등장하자 여러 매체가 신선한 시각으로 다뤄줬다는 거죠.

 이렇게 한식이 사랑받는 걸 체감하면서, 동시에 책임감도 커졌다고 합니다. 언론에 소개되면서 ‘한국 문화를 팔아서 돈 버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물론 비즈니스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이제는 단순한 사업을 넘어 한국인으로서 한국 음식을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게 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식 문화를 활용한 비즈니스는 ‘문화를 이용하는 일’이자 동시에 ‘문화를 이어가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윤준우 대표는 이 두 가지를 가르는 기준이 ‘고민의 깊이’라고 말하는데요. 원래는 분식집이나 배달 중국집 같은 다른 한국 음식 문화를 뉴욕에 소개할 계획도 있었지만, 마구잡이로 가져오는 것은 단순 소비로 비칠 수 있어 지금은 멈추고 더 본질적인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뉴욕 외식 시장에서는 대중적인 트렌드보다 ‘개인의 스토리’와 ‘진정성이 담긴 브랜딩’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하죠. 그래서 그는 지금이야말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하는데요. 다 같이 똑같은 코리안 바비큐와 프라이드치킨을 내놓기보다, 한국 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하나씩 소개하며 깊이 있는 헤리티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를 비롯한 지금 세대의 요식업 종사자들이 좀 더 다양성을 추가하면서 새로운 한식을 제시해야 한다는 거죠.

글쓴이 소개 – 조혜리

채널톡 콘텐츠 에디터, 스타트업을 취재하는 일을 하다가 이제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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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윤문 | 기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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