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잔류(big stay)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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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시장에 변화가 생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노동 시장에서는 대퇴사(Great Resignation)이라는 단어가 대세 키워드 중 하나였습니다. 


(출처: 캔바) 

대퇴사란 2021년 초부터 시작된 대규모 ‘자진퇴사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대퇴사라는 단어가 나온 배경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원격 근무 정책을 통해 사람들이 비대면 환경에 익숙해지고, 반드시 현재 직장에서만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즉 동일 조건으로 일한다면 더 나은 조건의 회사에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거죠. 더불어 생활비는 증가했지만 임금이 정체된 상황, 장기간의 직무 불만족 등 여러 경제 사회적 요인이 결합되면서 미국에서는 2021년 11월에만 450만명이 퇴사했고요. 워라밸을 중시하면서 퇴사를 하는 트렌드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퇴사라는 단어가 쏙 들어갔어요. 대신에 ‘대잔류’ 즉 Big Stay라는 단어가 눈에 띄게 자주 보입니다. 대잔류는 기본적으로 경제 불확실성과 고용 불안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현재 직장에 머무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대잔류(Big Stay)란 2023년에 처음 등장한 단어인데요. ADP 리서치 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 닐라 리처드슨 박사가 근로자들의 이직률이 감소하면서 현재 직장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해지는 모습을 빗대어 Big Stay라는 단어를 썼던 것이 매체를 통해 재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퇴사의 시대를 지나 왜 대잔류의 시대로 들어선 걸까요? 저는 한동안 대잔류의 모습은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크게 세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적 불확실성, 둘째는 안정성 추구, 셋째는 고용시장의 변화입니다. 



(출처: hr-brew.com)

(1) 경제적 불확실성

우선 경제적 불확실성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근로자들이 새로운 직장으로 이동하는 것에 더욱 신중해지고 있어요. 특히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이 이러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죠. 더불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은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주기 때문에 주거 이동률 감소와 같은 생활 방식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주거와 관련해서는 국내외 금리와 주택 시장 현황을 살펴봐야 하는데요.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Fed)는 작년 9월 이후 기준 금리를 5.25-5.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고정 모기지 금리가 6.95% 수준이죠.  7%에 육박하는 모기지 금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자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택을 신규로 구매하거나 이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 되는 겁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작년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로 인하했지만 은행권에서 가산금리 인상을 하면서 실제 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입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대출금리 증가는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한 신규 주택 구입에 있어 망설일 수밖에 없죠.


이러한 금리와 주택시장의 모습은 자연스레 고용시장에서 대잔류를 강화하는 요인이 되는거죠. 아무래도 근로자들은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직장, 주거지를 유지하는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2) 안정성 추구

두번째로 안정성 추구의 경우 직장의 안정성과 경제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현재 직장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이직한 많은 근로자들이 새로운 직장에 대한 만족도나 낮아지면서 이직에 대한 회의감을 가중시켰습니다. 그로 인해 기존의 근로자들이 현 직장에 머물러야겠다는 경향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앞서 언급한 금리, 주택 이동률 감소가 소비습관의 변화로도 이어집니다. 2023년 미국 내 주거 이동률이 9%로 나타났는데요. 이 수치가 1970년대 이후 최저치라고 해요. 그만큼 사람들이 이동을 멈추었다 봐도 좋을 정도인데요. 높은 금리와 새 지역으로 이사갈 경우 발생하는 추가 비용 부담 등이 부담이다보니 이사를 꺼리는 거죠. 그런데 이러한 주택 시장에서의 움직임은 소비 습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많은 소비자가 해외 여행이나 고가의 사치 소비를 줄이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홈 엔터테인먼트, 홈퍼니싱 관련 제품, 주방용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전반적으로 소비 습관에 있어서도 지출을 줄이려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경제의 불안정한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여집니다. 



(3) 고용시장의 변화

세번째로 고용시장의 변화인데요. 최근 기업들이 긴축 경영을 채택하면서 고용을 축소하고 있어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를 보면 국내 기업의 약 49.7%가 올해 경영기조를 ‘긴축 경영’으로 설정하고 있고, 이러한 키워드는 고용시장의 냉각으로 연결될 수 있죠.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긴축 경영이라는 것은 기업이 채용 축소, 경비 절감 등을 통해 허리를 조여 매겠다는 의미니까요. 



(출처: hr-brew.com) 

고용시장과 관련해 국내 기업의 경우 IT 업계에서는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대규모 인력 충원들이 진행되었거든요. 예를 들어 네이버는 2019년 말에 3,492명에서 2022년 4,930명으로 카카오는 동기간 2,701명에서 3,901명으로 직원수를 늘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IT 업계 성장이 둔화되면서 채용 공고 건수가 급격히 줄고 있어요. 2024년 1월 원티드랩에서 신규 채용 공고가 3,679건이었는데요. 2023년 5월 8,500건 대비 56.7%나 감소한 수치였죠. 


그 외에 인크루트의 작년 하반기 채용 동향을 보면 대기업 103곳 중 채용 확정을 한 곳은 35%에 불과했고요. 중견기업 117곳 중 채용을 확정한 곳은 50.4%로 대기업, 중견기업 모두 채용 확정을 줄이고 있었습니다. 작년 취업자수가 15만9천명이었는데 전년도 증가폭인 32만7천명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숫자입니다. 


대기업의 경우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기 보다는 ‘조용한 해고’를 진행하는 모습이 많았어요. 희망퇴직을 권유하거나 조직 슬림화를 통해 인력을 감축하는 방식입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삼성전자는 호주 싱가포르의 자회사 영업, 마케팅 직원 15%, 행정직원 30% 정도를 감축할 것이라 했고요. LG디스플레이는 기존 중국 광저우 공장을 차이나스타(CSOT)에 매각하고 2019년 이후 5년만에 사무직의 희망퇴직을 진행했습니다. 



AI가 대체하는 노동시장
결국 경제, 사회, 고용시장 등 여러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직장인들은 이직을 하기 보다 기존 직장에 머무르는 Big Stay(대잔류) 현상으로 직장 문화에 있어서도 변화가 보입니다.  


우선 크게 긍정, 부정적인 변화로 3개 키워드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첫째, 안정적인 추구와 만족도, 둘째 변화 저항과 혁신의 저하, 셋째 콰이어트 퀴팅(Quiet Quitting)입니다.

안정적인 추구와 만족도라는 것은 대잔류 현상은 직원들이 현재 직장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강화시키다보니, 오히려 회사 내에서 경제적 안정성과 팀, 동료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로 이어질 수 있는거죠. 이왕 머무는 데 잘 지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직원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기 보다는 현 직장에서 직무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모습을 보이게 되겠죠.   


두번째로 변화 저항과 혁신 저하의 경우 대잔류가 강화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인데요. 직원들이 변화에 저항하고 새로운 도전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안정성을 추구하는 태도는 조직 측면에서는 혁신과 성장 기회에 제한으로 작용할 수 있죠. 그리고 경직된 구조와 관행적인 업무 시스템이 유지될 경우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콰이어트 퀴팅의 경우 직원들이 공식적으로 퇴사를 하지 않되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딱 할일만 적당히 해야지 하는 경향인데요. 아무래도 이러한 콰이어트 퀴팅이 많아질 수록 조직의 생산성과 사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수 있어요. 왜냐하면 나는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 옆에 동료가 콰이어트 퀴팅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굳이 열심히 할 필요 있나? 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조직 내에서 이러한 경향이 전염될 수도 있거든요. 



(출처: hrkatha.com) 

그런 와중에 AI 기술이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생산 현장에 도입되다보니, 대잔류 현상과 맞물려 복잡한 환경 속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미 단순 반복 업무나 규칙 기반의 작업을 수행하는 직군에서 AI가 인력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요. 


제조 및 생산직군에서는 로봇, 자동화 설비가 도입되어 공정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데요. 테슬라, 폭스콘과 같은 제조기반 기업은 스마트 공장을 통해 인건비 절검을 추진하고 있고요. 콜센터 및 고객 서비스 분야의 경우 챗봇, 음성인식 AI가 상당히 고도화 되어서 아마존, 은행, 통신사 등의 고객센터는 AI 챗봇 활용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사무직의 경우 AI OCR,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의 도입으로 데이터 정리에서부터 서류 작업의 자동화가 이루어지다보니 관련 직업들이 AI로 대체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유통, 물류 분야의 경우 이미 아마존, 쿠팡 물류 창고에서 봤듯이 AI 로봇이 물류 배송 업무를 상당 부분 수행하고 자동화 창고 시스템으로 인력 감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잔류와 함께 AI 기반 자동화가 활성화 되면 많은 직장인들이 더 큰 고용 불안을 느끼며 현재 직장을 떠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일 가능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여요. 



마케터의 시선 

마케터의 시선에서 살펴보자면 대잔류의 시대가 왔고 어쩌면 AI 기술 고도화로 인해 대잔류의 모습이 더 강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보다 AI 기술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보니,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기술들이 상용화되고, 현업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함께 고려하면서 기술, 사람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겁니다.  


어떤 분야는 완전히 로봇이 업무를 대체하게 될 수도 있고요. 어떤 분야는 사람의 역할이 여전히 클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다음 세대의 직장의 모습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여요. 예를 들어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담당하고 기존 직원들이 창의적, 전략적 업무로 전환되는 방식이 있을 수 있고요. 직원들의 재교육을 통한 직무 전환 움직임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완전히 대체될 수 있는 인력들이라면 정리해고, 희망퇴직과 같은 빠른 감축보다 점진적으로 AI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소프트랜딩 방법은 없는지도 고민하게 될 겁니다. 



(출처: 캔바)  


물론 일부 기업은 공존보다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가혹한 의사결정을 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과 직원,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어떻게 공존하고 가치를 만들어나갈지 고민하는 시간들이 올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저도 매일 열심히 일을 하곤 있지만, 앞으로 3년 뒤에는, 5년 뒤에는, 10년 뒤에는 나는 무엇을 할까? 라는 고민을 참 많이 합니다. 그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그리고 불확실성이 높다보니 스트레스, 예민도도 높은 사회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합니다. 

특히 한국의 최근의 모습은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도 불확실성이 높다보니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살고는 있지만 긴장, 스트레스, 불안이 한 켠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늦기 전에 기술, 사람에 대한 담론이 진행되고, 고령화 사회를 고려한 또 다른 노동 시장의 담론도 빠르게 논의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직 #취직 #대잔류 #bigstay #마케터의시선 

이은영의 더 많은 콘텐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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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글쓴이

이은영

브랜드는 크리에이티브에서 시작되고 로열티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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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404

    경제와 고용시장의 변화부터 이어져 일에 대한 관점까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글인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은영_프로필 사진

이은영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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