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02월 26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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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까지 오느라, 폭싹 속았수다
얼마 전 제주도 주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쿠팡 로켓프레시가 드디어 제주에서도 새벽 배송을 시작한 겁니다. 제주 지역에 새벽 배송이 가능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건 쿠팡이 최초라고 하는데요. 이를 위해 무려 200억 원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사실 쿠팡의 이런 행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2024년 3월, 향후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로켓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죠. 이번 로켓프레시의 제주도 상륙 역시 그 전략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고요.
이와 같은 쿠팡의 대규모 투자는 성장과 경쟁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먼저, 기업 가치를 증명하려면 성장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더 넓은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시장 내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거죠. 동시에, 이는 경쟁자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수도권과 주요 도시에서 우리를 따라잡더라도, 서비스 권역에서는 여전히 쿠팡이 압도적이라는 겁니다.
품질로도 다시 앞서 나갑니다
그리고 지난주, 쿠팡이 경쟁자들을 겨냥한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로켓배송’의 시간을 세분화하는 시범 운영을 시작한 것인데요. 이번 개편이 적용되면 로켓배송이 ‘로켓새벽’, ‘로켓오늘’, ‘로켓내일’로 구분되어 표시된다고 합니다.
이는 네이버의 ‘새벽배송’, ‘지금배송’, CJ대한통운의 ‘내일 꼭! 오네’, ‘새벽에 오네’, ‘오늘 오네’ 등 경쟁사들이 새로 선보인 배송 서비스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과거에는 ‘로켓배송’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차별화가 가능했습니다. 어차피 100% 익일 배송을 보장하는 곳도, 주 7일 배송을 운영하는 곳도 쿠팡이 유일했으니까요.
세분화한 배송 시간 표기를 통해 고객들은 역시나 쿠팡의 배송 품질이 압도적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쿠팡이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이제는 쿠팡의 배송 품질이 시장의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CJ대한통운은 물론 11번가까지 주 7일 배송을 도입하며 쿠팡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가는 상황이죠. 이에 쿠팡은 다시 한번 ‘배송 품질’에서 자신들이 다르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배송 옵션이 세분화되면서 쿠팡의 로켓배송이 단순히 ‘내일’ 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상품이 새벽·당일 배송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고객이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직매입을 기반으로 이러한 고품질 배송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 구색에서 쿠팡이 압도적인 만큼, 차별화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고요.
결국, 쿠팡은 기존 서비스 지역에서는 ‘배송 속도’에서 한 번 더 격차를 벌리고, 동시에 경쟁사가 아직 진입하지 못한 지역을 선점하면서 양적·질적 초격차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이는 투자 액수보다 더 큰 격차
이렇듯 쿠팡이 구축한 ‘경제적 해자’, 즉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히 쿠팡처럼 수조 원을 물류 인프라에 투자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쿠팡과의 차이는 물류 인프라뿐만 아니라, 주문 규모에서도 이미 엄청난 격차가 벌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쟁사가 쿠팡처럼 전국에 물류센터를 짓고, 배송 기사까지 직접 고용한다고 해도, 쿠팡 수준의 주문량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존 고객들이 굳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결국 쿠팡은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반면, 경쟁사는 인프라 구축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 비용까지 적자로 떠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쿠팡이 3조 원을 투자했다면, 경쟁사는 3조 원 +α를 투입해야 겨우 비슷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거죠.
이 때문에 경쟁사들이 무리하게 쿠팡과 동일한 물류망을 구축하기보다는, 차라리 상품 경쟁력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가장 시장을 뒤흔든 C커머스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쿠팡에 균열을 낼 수 있었던 이유도 초저가 상품이라는 무기 덕분이었죠.
하지만 쿠팡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에, PB(자체 브랜드) 확대를 통해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한편, 브랜드 상품을 대거 유치하며 취향 소비자들까지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론칭한 럭셔리 뷰티 서비스 ‘알럭스’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라 볼 수 있고요. 앞으로도 브랜드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며, 상품 측면에서도 차이를 벌려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올해도 쿠팡의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연 쿠팡이 만든 게임의 룰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는 플레이어가 등장할 수 있을까요? 업계의 흐름을 지켜보며, 계속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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