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02월 26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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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없는 아마존 검색 결과
아마존이 새로운 검색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판매되지 않는 상품이라도 검색 결과에 노출하고, 사용자가 클릭하면 해당 브랜드의 웹사이트로 이동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즉, 아마존이 점점 구글과 유사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죠.
국내에서 네이버와 쿠팡이 쇼핑 검색 트래픽을 두고 경쟁하듯, 미국에서도 아마존과 구글, 특히 구글 쇼핑은 오랜 라이벌 관계였습니다. 현재까지는 아마존이 쇼핑 검색 트래픽에서 구글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아마존에서 찾을 수 없다면? 결국 구글에서 검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최근 구글은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기반으로 쇼핑 검색 경험을 개선하며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따라서 이번 기능은 단순한 변화가 아닙니다. 아마존이 구글과의 쇼핑 검색을 둔 경쟁에서 작은 빈틈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파는 건 따로 있습니다
다만 정식으로 이러한 기능이 도입된다면 아마존 스토어 내 구매 전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일부 고객은 검색 후 아마존이 아닌 외부 브랜드 웹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할 테니까요. 하지만 아마존이 이런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기능을 도입했을 리는 없습니다. 사실 아마존이 진짜로 팔고 싶은 것은 따로 있습니다.
2024년 4분기 실적은 아마존에게 매우 의미 있는 성과였습니다.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에서 월마트를 앞지르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AWS(아마존 웹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AWS는 전년 대비 19% 성장하며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했고요. 하지만 또 다른 강력한 성장 동력이 있었으니, 바로 광고였습니다. 광고 부문 매출 역시 18%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9.2%를 차지하는 등, AWS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최근 아마존의 성장과 수익을 책임지는 건, 상품 판매가 아닌 AWS와 광고입니다
그리고 이번 신규 검색 기능 역시 아마존의 광고 사업 확장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매장에서 광고를 노출해 전환을 유도하는 리테일 미디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리테일 미디어는 플랫폼이 직접 판매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광고를 운영하지만, 아마존처럼 외부 상품까지 검색 결과에 포함시킨다면 광고 비즈니스의 확장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 기능을 통해 고객은 더 많은 검색 데이터를 아마존에 남기게 되고요. 아마존은 이를 바탕으로 고객을 더욱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결국 새로운 수익 모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겠죠.
이제, 사람을 두고 경쟁합니다
아마존의 새로운 전략은 결국 트래픽이 곧 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합니다. 물론 과거처럼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만으로 투자 가치를 인정받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트래픽 자체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충분한 규모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반대로 정말 막대한 사용자를 모으면, 결국 어떻게든 추가적인 수익화는 가능합니다.
아마존 역시 처음엔 직접 물건을 팔며 고객을 모았고, 이후에는 이들에게 상품을 팔고 싶은 셀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서드파티 셀러 서비스 매출은 아마존 온라인 스토어 매출의 60% 수준까지 성장했습니다. 여기에 광고 매출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요. 이번 검색 기능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더 자주 방문하게 만들어, 더 많은 검색 트래픽을 차지하려는 전략인 셈이죠.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는 검색에서 출발해 트래픽을 모아 커머스 광고로 확장했고, 최근에는 자체적인 커머스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와 브랜드스토어를 키워 수수료 기반의 수익 모델까지 확보했습니다. 쿠팡도 아마존처럼 직매입 모델로 출발한 후 오픈마켓으로 확장했고, 최근에는 광고 사업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런 흐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기업 중 하나가 토스입니다. 토스는 송금 서비스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한 후, 만보기·고양이 키우기 같은 마케팅 요소를 활용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금융 상품 판매를 넘어 직접 커머스 사업까지 확장, 수익 모델을 다각화했고,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경쟁의 초점은 특정 사업 모델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그들의 시간을 점유하는가가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마존이 구글과 검색 시장에서 경쟁하듯, 업태 간 경계가 사라지는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결국 더 많은 사용자의 시간을 차지하는 곳이 살아남는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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