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 듣기 쉬운 인사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반복하고, 업무 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상 대답하려 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받아도 자연스럽게 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일상 속 스쳐가는 순간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이야기한다. 직장에 가고 점심을 먹고 퇴근하는 평범한 하루도 그들의 입을 통해서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그 차이는 ‘일상의 해상도’에서 비롯된다. 나는 내 삶을 저해상도 디스플레이로 바라보는 반면, 그들은 높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로 자신의 삶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물론 낮은 해상도의 삶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단순하고 심플한 삶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불필요한 것들에 신경 쓰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만족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공감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기획자’들은 높은 해상도의 삶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삶의 해상도를 높일 수 있을까?
첫 번째는 질문하는 것이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해야 한다. 질문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자칫 오지랖으로 보일까 걱정할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질문이란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질문을 통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몰랐던 부분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두 가지 유익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파악할 수 있어 공감력이 높아진다. 둘째, 콘텐츠를 통해 내 관점을 확장할 수 있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주는 익숙한 정보 속에 갇혀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다양한 콘텐츠, 특히 인문학과 관련된 자료들은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세상을 보다 깊고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세 번째는 기록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은 쉽게 휘발된다. 자극적인 사건이 아니면 기억에 남기 어렵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출퇴근길에 스친 생각, 콘텐츠를 보고 느낀 감정,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얻은 통찰 등을 꾸준히 적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의 해상도가 올라간다.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생각을 확장하고, 삶을 바라보는 시야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설령 나중에 다시 들춰보지 않더라도, 기록하는 순간 그 자체로 삶이 달라진다.
우리 사회는 ‘피로 사회’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하다. 바쁘고 피곤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낮은 해상도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질문과 콘텐츠, 그리고 기록을 통해 의식적으로 해상도를 높여보자. 하루하루가 또렷해지고, 그렇게 쌓인 시간이 결국 더 깊이 있는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