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03월 0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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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약국에서 사던 것도 아닌데
다이소의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건기식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가공한 식품을 뜻하는데요. 흔히 영양제라고 부르는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이소가 건기식을 판매하기 시작한 건 지난 2월 24일입니다. 전국 200여 개 매장에서 30여 종의 1개월분 소용량 제품을 3,000~5,000원 균일가로 선보였죠. 다이소다운 가성비에 언론도 연일 주목했고요. 여기까지만 보면 또 하나의 히트 상품이 나오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약국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한 제약사를 상대로 불매까지 시사했죠. 결국 출시 닷새 만에 제조사 중 한 곳인 일양약품은 판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정확히는 이번 공급 이후 더 이상 다이소에서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데요. 논란은 이렇게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문득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왜 유독 다이소에게만 이렇게 예민한 걸까요? 사실 건기식은 원래 약국에서 주로 사던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약국의 시장 점유율은 4% 내외에 불과했고요. 가격도 온라인이 훨씬 저렴했습니다. 해외 직구도 활발했죠. 더욱이 오프라인에서도 다이소 이전에 올리브영이 이를 전략적으로 키우며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다이소에 날이 서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파급력이 다를 수밖에 없긴 합니다
사실 약국들은 이미 다이소의 영향력을 체감한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염색약 ‘세븐에이트’인데요. 원래 약국에서 7~8천 원에 판매되던 제품이 다이소에서 5천 원에 출시되자,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약국이 너무 비싸게 파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졌죠.
물론 엄밀히 말하면 두 제품은 구성이 달랐습니다. 다이소 판매 제품은 5천 원 균일가에 맞추기 위해 일부 구성 요소를 조정한 버전이었거든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약국에서 사는 걸 꺼리게 됐고, 심지어 약국이 폭리를 취한다고 비난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약국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제품의 포장 디자인까지 변경했지만, 결국 세븐에이트는 지금도 다이소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약국이 다이소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객층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올리브영이나 온라인 직구는 타깃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2030 여성이나, 특정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고관여 고객들이 주를 이루죠. 하지만 다이소는 다릅니다. 10대부터 5,60대 장년층까지, 사실상 모든 연령대가 이용하는 채널입니다. 즉, 같은 동네에서 고객을 두고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염색약 사례에서도 타격을 입은 만큼, 건기식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걸 우려하는 겁니다.
연령대별 결제자 구성을 보면, 다이소는 빈틈없이 남녀노소 모두를 공략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향후 다이소가 건기식 판매를 전체 매장으로 확대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커지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함량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결국 온라인이나 해외 직구 등 다른 경로를 이용할 테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약국이 차지하던 고객층, 즉 비교적 저관여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다이소에서 건기식을 처음 구매한 소비자들은 이후 온라인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높아도, 다시 약국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테니까요. 약국 입장에서는 다이소가 더욱 얄미울 수밖에 없는 거죠.
점점 더 무서운 존재가 되어 갑니다
이번 이슈를 통해 다이소가 점점 더 강력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쏟아지는 기사들과 달리, 다이소의 언론 홍보는 의외로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덜 알려지길 원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고요. PR뿐만 아니라 마케팅 역시 소극적인 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다이소 건기식 판매는 시작부터 엄청난 바이럴을 만들어냈습니다. 기존 언론사는 물론, 인스타그램 매거진까지 다양한 채널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죠. 이는 다이소가 전국 1,5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국민가게’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기만 해도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모으는 브랜드로 우뚝 선 겁니다.
덕분에 다이소는 제조사들에게 확실한 ‘밀어 팔기’ 채널이 되었습니다. 일단 입점만 하면 별다른 홍보 없이도 전국 매장을 통해 안정적인 판매가 가능하니까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제조사들이 다이소의 문을 두드리게 되고, 이를 통해 다이소는 새로운 제품군을 확대하며 다시 성장을 가속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다이소의 4조 클럽 입성도 결국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죠.
물론 다이소의 확장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가장 큰 무기인 동시에 가장 큰 제약이기도 한 ‘최대 5,000원 균일가’ 정책 때문이죠. 이 가격을 유지하는 한, 취급할 수 있는 품목과 공략할 수 있는 고객층이 자연스럽게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에도 다이소가 최고가를 1만 원으로 올릴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다가, 다이소 측에서 공식 부인하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적이 있었죠. 물론 물가가 계속 오르는 만큼, 언젠가는 다이소도 균일가 상한선을 조정해야 할 겁니다. 다만, 당시 기사 공개 직후 여론이 다소 부정적이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클 것 같은데요. 아마 버틸 수 있는 데까지는 지금의 가격을 유지하려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스스로 만든 제약이 다이소를 더욱 강한 브랜드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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