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03월 12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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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티몬을 인수하려는 건
티몬은 지난 3월 4일, 신선식품 전문기업 오아시스를 조건부 인수 예정자로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법원의 승인이 떨어지면, 오아시스가 티몬의 새로운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오아시스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후보임은 틀림없죠.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여전히 티몬의 인지도가 더 크고, 티몬 정상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오아시스의 이런 빅네임 인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에도 무려 11번가 인수를 검토한다고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됐었죠. 비록 최종적으로 무산되긴 했지만요.
이처럼 오아시스가 인수에 적극적인 건, 지난해 상장 도전에 실패했던 원인을 인지도와 거래액 규모 부족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흑자 구조를 유지해 온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고, 거래액 규모도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에 비해 작았던 게 문제였죠. 결국 티몬 인수를 통해 외형을 키우고, 이러한 약점을 단번에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싸이월드도 부활 못했는데…
다만 개인적으로 오아시스의 문제 인식과 해결 방향에 대해선 다소 이견이 있습니다. 이제는 거래액 규모보다 수익성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된 시대입니다. 그리고 오아시스가 꾸준히 흑자를 내온 것은 맞지만, 영업이익률이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재작년까지는 이익이 날뿐 이익률로는 아주 낮은 수준이었고요. 비록 2024년에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4.6%까지 상승하며, 여전히 1~2%대에 머무르고 있는 쿠팡보다 높아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올리브영은 물론 다이소보다도 낮은 수준이죠.
오아시스가 영업 이익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길 원한다면, 수익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져야 합니다
상장을 목표로 하는 오아시스 입장에서는 매출 성장 또는 수익성 개선 중 하나는 반드시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쿠팡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장을 이루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인수를 통한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져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성장이 필요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티몬이 오아시스의 스케일업을 위한 최적의 대안인지도 의문입니다. 현재 정상적인 영업 활동조차 어려운 상태라, 고객과 셀러 유입 효과 자체가 반감될 가능성이 크고요. 게다가 지난해 티몬은 여러 부정적인 이슈와 얽히며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실추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 멈춘 서비스를 다시 되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싸이월드죠. 2019년 서비스 종료 이후 수차례 재개를 시도했지만, 결국 정상화에 실패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재오픈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다섯 번째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되면서 이 또한 불확실해졌습니다.
싸이월드는 단순히 페이스북·인스타그램과의 경쟁에서 밀렸을 뿐, 부정적인 이슈로 사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여전히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방대한 고객 데이터라는 강력한 자산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화에 성공하지 못한 건데요. 과연 오아시스 품에 안긴 티몬은 다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온오프 통합이 먼저 아닐까요?
더욱이 현재 오아시스의 상황을 보면, 티몬의 자산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인데요. 하지만 지금 오아시스는 내부 자산을 활용하는 옴니채널 구축에서도 아직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오아시스를 ‘새벽배송 전문 기업’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오아시스는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기업입니다. 현재도 전국에 50여 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며, 규모가 줄긴 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도 여전히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25%에 달하죠.
오아시스가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오프라인 점포들입니다.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고, 매장에서 재고를 소진해 폐기율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인 것이 주요한 성공 요인이었죠. 하지만 정작 고객과 관련된 온·오프라인 시너지는 부족합니다. 올리브영이나 무신사가 매장에서 온라인 경험을 적극적으로 녹여내고, 동시에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반해, 오아시스는 이런 시도를 활발히 하고 있지 않거든요.
따라서 지금 오아시스가 우선해야 할 건 온·오프라인 통합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입니다. 고객 구매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포인트 시스템을 활용해 교차 이용을 유도하며 매출을 극대화하는 등 활용할 여지가 무궁무진합니다. 이러한 기반이 쌓여야, 설사 티몬 인수가 현실화되더라도 기대한 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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