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라.

영화 <불한당>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됐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속뜻을 좀 이해하게 되었어요. 우리는 살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제안을 받게 됩니다. 투자, 이직, 공동 창업, 협업 같은 것들 말이죠. 제안한 사람이 오랜 지인이라면 서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인간관계로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 꼭 고려해야 하는 것이 그 제안을 한 사람을 둘러싼 ‘상황’입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주관적이지만 상황은 객관적이거든요.
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1️⃣ 상황이 이해되면 사람도 이해됩니다.
저와 지도교수님은 아주 막역한 사이입니다. 학부 때부터 사제관계를 맺었으니 20년이 넘은 관계죠. 그래서 교수님께서 박사과정 초반에 제 코스웍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웬만한 건 다 믿고 일임해 주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3년차가 됐을 때 갑자기 논문지도를 빡세게 하시며 학술지에 논문을 많이 게재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제 일정이 꼬이고 좀 힘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원인이 교수님의 ‘상황’에 있었습니다. 교수님도 매년 논문 실적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그 실적이 부족해지면서 갑자기 저와 함께 논문을 써야만 했던 거였죠. 처음엔 저에 대한 교수님의 스탠스가 왜 달라졌나 했지만 결국 상황이 달라졌던 거였어요. 상황이 이해되니 교수님이 이해되더라구요.
2️⃣ 상황은 개인의 능력을 재평가하게 합니다.
저의 오래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저에게 이직 추천서를 부탁했어요. 객관적으로 그 친구의 학력, 이력, 성과는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사람만 본다면 추천을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그 친구가 이직을 하게 된 ‘상황’을 듣게 됐습니다. 그것은 회사, 직무, 적성과 관련된 것이 아닌 지극히 그 친구의 좋지 않은 사생활과 관련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으로는 참 좋았던 그 친구를 아쉽지만 추천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 친구가 왜 리크루팅 시장에 나오게 됐고, 왜 현재 추천을 주고받을 상황이 됐느냐에 대한 상황이 그 친구에 대한 평가를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사적으로는 여전히 좋은 친구로 남았지만요.
3️⃣ 그러니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리에 많이 나가세요.
이렇게 사람이 아닌 상황을 보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회식’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저는 회식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회식이나 뒷풀이와 같은 자리가 생기면 빠지기 바빴습니다. 그저 단순한 친목을 위해 가거나 잡담이 오가는 자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자리를 여러 사람들의 상황을 알기 위한 자리라고 생각하니 가게 됐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부서 간 갈등이나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잘 드러나거든요.
모든 비즈니스에서 인간관계가 중요하고, 사람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선한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 좀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여러분도 어떤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리가 생기면 더 좋은 판단을 위해 가끔 참석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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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까지 같이 보면 밉던 사람도 덜 미워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