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게 다음 기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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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줄요약!

1. 카카오가 다음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자 해요.

2. 분사는 카카오에게 득이 될 수 있지만, 다음에게는 실이 될 수 있어요.

3. 다음이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해요.


너무 오래된 영광

“라떼는 말이야, 다음이 네이버와 쌍벽을 이루던 시절이 있었어”

MZ 세대가 이 말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그만큼 다음(Daum)의 영광은 과거의 일이 되었는데요. 2010년대 중반만 해도 다음은 검색 엔진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2024년 2월 기준으로는 약 2.7%까지 떨어졌습니다. 그 사이 2위였던 순위도 네이버와 구글은 물론, 빙에도 밀려 4위까지 추락했습니다. 뉴스 소비 측면에서도 네이버가 포털 뉴스 이용자의 92.1%를 차지하는 데 비해 다음은 23.1%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2024년 4Q 실적발표 자료 (출처 : 카카오)2024년 4Q 실적발표 자료 (출처 : 카카오)

이러한 부진은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2024년 다음의 포털비즈 부문 매출은 3,320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세에 있으며, 이는 카카오 전체 매출의 4%에 그치는 규모입니다. 특히 모바일 앱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020년 5월 약 1,083만 명에서 2023년 10월 756만 명으로 30% 이상 급감했는데요. 말 그대로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카카오는 더 이상의 추락을 막고자 2023년 5월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전환해 독립성을 부여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그 결과 독립 법인으로 완전 분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카카오 측은 분사를 통해 다음이 보다 빠르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언)는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분사 결정은 사실상 매각 수순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과거 카카오엔터프라이즈(2019년 분사)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분사 후 지분 매각이나 구조조정이 단행된 사례가 있어 노조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간 정리!

다음은 한때 네이버와 경쟁하던 포털이지만, 최근 시장 점유율과 이용자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잃고 독립 법인으로 분사하게 될 처지에 놓였어요.


다음 분사를 통해 얻는 점

다음이 분사됐을 때 역시 가장 큰 관심사는 카카오와 다음 모두에게 긍정적 효과를 줄지 여부일 텐데요. 분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 개선입니다. 현재 카카오는 메신저 플랫폼인 카카오톡과 AI 기술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이와 시너지가 낮은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최근 계열사 수를 144개에서 122개로 줄인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음 포털은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반면, 투입 인력은 800-1000명 수준으로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포털 부문을 독립시켜 운영 효율성을 높이면 카카오 그룹 전체의 영업이익률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검색 기능 (출처 : 작가)카카오톡 #검색 기능 (출처 : 작가)

분사를 통해 사업 중복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한 장점입니다. 그동안 카카오는 카카오뷰와 같은 신규 콘텐츠 서비스나 카카오톡 #검색기능 등을 통해 포털 없이도 콘텐츠 유통과 검색 수요를 흡수하려는 시도들을 지속해 왔는데요. 이런 시도들이 다음 포털의 역할과 겹치면서 내부 경쟁과 혼선을 야기했습니다. 이번 분사를 통해 내부에서 발생하던 사업 간 충돌(카니발리제이션)을 정리하고 각 사업 영역의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분사된 다음은 카카오의 기대대로 스타트업처럼 민첩하고 유연한 전략을 펼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화되어 신사업을 빠르게 시도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외부 파트너십 체결이나 투자 유치도 용이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 검색, 맞춤형 콘텐츠 추천과 같은 혁신 기술을 도입할 때 독립 법인이 오히려 유리한 환경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김일두 전 카카오브레인 대표가 퇴사 후 설립한 스타트업이 AI 검색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큰 조직에서 변화를 추진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분사된 다음이 좋은 성과를 낼 경우 IPO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투자 유치와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지분 매각 등 추가적인 전략적 선택도 가능하기 때문에 카카오 입장에서는 분사를 추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전략적 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간 정리!

독립적인 운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계획이에요. 또한 카카오와 사업 중복 문제를 해결하고 신규 투자 유치나 전략적 제휴 등 사업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도 있어요.


다음 분사를 통해 잃는 점

물론 다음 분사가 카카오에게 모든 면에서 이득인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우려는 역시 브랜드 이미지의 타격입니다. 과거 다음을 통해 우회상장했던 카카오가 이제 와서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분사를 결정한다면, 대중과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를 ‘감탄고토(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의 태도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특히 노조의 반발이 거세질수록 여론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김범수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러한 논란은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분사가 필연적으로 조직 개편과 인력 이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사기가 떨어진 다음 포털 인력이 이탈하거나 사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나 프로젝트 지연 등의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제주 등 지역 거점에서 포털을 운영하던 인력들의 거취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기업 문화와 사회적 책임 측면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카카오 노조 (출처 : 뉴스1)카카오 노조 (출처 : 뉴스1)

기술적 측면에서는 카카오와 다음 간의 플랫폼 시너지가 약화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다음 포털 간 연동을 통해 일정 수준의 트래픽 선순환을 만들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내 검색창이나 카카오맵, 카카오메일 등은 사실상 다음의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한 것들인데요. 분사 이후에도 이러한 기술 협력은 유지되겠지만, 같은 회사 내 협업과는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서비스 품질 하락, 사용자 경험 저하 등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브랜드 측면에서도 포털 사업의 분리는 플랫폼 경쟁력 약화로 비칠 수 있습니다. “카카오는 메신저만 강하고 검색은 포기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어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축소와 향후 사업 확장 시 브랜드 활용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뉴스 분야에서 네이버와 함께 양대 포털로 대등하게 논의되던 위상이 약화되면, 콘텐츠 업계와의 협상력이나 정책 대응력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분사 후 독립 법인이 경쟁사나 외부 자본과 제휴할 경우, 카카오 입장에서는 통제력 감소를 감수해야 합니다. 독립한 다음이 생존을 위해 해외 IT 기업의 투자를 받거나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면, 카카오와의 관계에서 이해 상충이나 주도권 이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간 정리!

브랜드 이미지 저하, 내부 직원의 불안과 혼란, 플랫폼 간 기술 및 서비스 시너지 약화 등의 리스크가 존재해요. 투자 유치를 단행할 경우 통제력 감소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어요.


다음에게 다음 기회가 있으려면?

카카오가 다음을 분사하든 그렇지 않든, 다음이 직면한 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음에게 다음의 기회는 없는 걸까요?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소셜미디어·검색포털 트렌드 리포트 2023 (출처 : 오픈서베이)소셜미디어·검색포털 트렌드 리포트 2023 (출처 : 오픈서베이)

우선, 다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젊은 층의 이탈이 높다는 것입니다. 오픈서베이가 2023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정보 탐색 시 10대의 다음 사용률은 단 8%에 불과합니다. 이는 네이버의 87% 사용률과 현저한 차이를 보입니다. 2030 세대에서는 비교적 나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네이버와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젊은 층의 낮은 활용률은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부정적 지표입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40대 이상의 사용자층이 버텨주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층의 유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상황이 빠르게 반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플랫폼 전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 지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면 다음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검색에 특화된 구글 초기화면 (출처: 구글)검색에 특화된 구글 초기화면 (출처: 구글)

이를 위해서는 검색 기능 강화보다 포털로서의 본질적 차별성을 부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검색 분야에서는 현실적으로 구글이나 퍼플렉시티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검색에 특화된 원툴 서비스이기 때문에 다음은 커뮤니티와 콘텐츠 허브라는 플랫폼의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음이 생존하려면 검색에서의 차별화가 아닌 포털 생태계의 강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젊은 층의 이탈을 부추기는 정치적 편향 이미지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실제로 편향적이건 아니건,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뉴스 배열의 중립성을 강화하거나, 만약 어렵다면 뉴스 콘텐츠의 비중 자체를 줄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있는 흥미로운 콘텐츠와 모바일에 최적화된 UX를 제공해 손쉬운 접근성과 직관적 사용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9년 만에 로고 디자인을 변경하고 앱을 개편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이로 인해 잠시나마 사용자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지만, 결국 반짝 특수에 그쳤습니다. 여기에는 기존의 배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며 새로워졌다는 강한 인식을 주지 못한 영향이 컸습니다. 

“이게 우리가 알던 포털이 맞나?”싶을 정도의 새로운 변화가 아닌 이상, 더 이상 사용자들이 다음을 이용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환골탈태의 정신이 없다면 다음에게 다음의 기회는 더 이상 없을지도 모릅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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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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