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겨울이 물러가고, 어느새 거리엔 봄의 기운이 감돈다. 본격적인 외부 활동이 시작되는 3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업들의 캠페인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중 특히 인상 깊었던 3개의 마케팅 사례를 소개한다.
1. 컴투스 프로야구 ‘우리의 야구를 시작하자’
마케터이자 28년차 한화이글스 팬으로서, 매년 야구 시즌 개막과 함께 기다리는 광고가 있다. 바로 컴투스 프로야구의 캠페인이다.
올해로 23년째를 맞이한 컴프야는 2022년까지는 게임의 성능과 기능 중심의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러나 2023년부터는 방향을 전환해, 야구 팬의 감정을 건드리는 정서적 캠페인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야구, 좋아하세요?’ 캠페인은 슬램덩크의 명대사를 오마주하며 팬들의 큰 반향을 얻었고, 유수의 광고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캠페인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야구팬이라면 알 수 있는 ‘공’의 다양한 의미를 감성적인 서사로 풀어냈다. 이번 시즌엔 어떤 ‘공’을 만나게 될까? 광고는 그 기대감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유튜브 댓글에도 누가 카피를 썼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이 많다. (광고는 TBWA 제작으로 알려져 있다.) 진성 야구팬이 아니면 놓치기 쉬운 디테일을 1분짜리 영상에 정교하게 담아냈다.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Day6의 ‘Welcome to the Show’ 역시 인상 깊다. 이 곡은 메이저리그 데뷔 선수들에게 건네는 인사말이자 응원의 문장으로, 야구팬에게는 의미가 깊다.
마케팅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정서다. 이번 캠페인은 그 기본을 다시 상기시킨다.
2. 삼성생명: 젊음이 길어진 시대
업계마다 광고 캠페인의 스타일이 대체로 정형화되어있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필름은 젊은 소비층에 소구하는 F&B, 패션, 뷰티 브랜드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상대적으로 고연층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 업계가 신선한 메시지와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을 제작해 주목받고 있다.
삼성생명의 ‘젊음이 길어진 시대’ 캠페인도 그런 사례다. 초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전과 가능성의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했다.
캠페인 필름은 실제 나이에 0.8을 곱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60대, 50대, 40대 인물들에게 젊음을 부여하며, 실제 나이에는 어색할만한 행동들을 자연스러워 보이게 만든다. 초고령화 사회’를 ‘젊음이 길어진 시대’로 프레이밍하며, 자연스럽게 ‘가능성이 길어진 시대’로 메시지를 확장시킨다.
‘젊음’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기대감과 설렘을 준다. 삼성생명은 이 단어에 시대적 맥락을 담아 ‘보험의 역할도 길어져야 한다’는 브랜드 메시지를 녹여냈다. 상품 설명 없이도 브랜드의 가치를 강화한 이 캠페인은, 브랜딩 필름이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다.
결국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시대의 흐름을 브랜드의 언어로 해석하고, 그 가치를 설득력 있게 프레이밍하는 것이다.
3. 테라- 공유 헌정 광고
테라는 지난 6년간 브랜드를 함께한 공유와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모델로 지창욱을 선정했다. 그리고 이별을 기념하며, 헌정 광고라는 특별한 방식을 택했다.
광고계에서 모델과 브랜드는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다. 실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관계는 쉽게 단절된다. 그래서 장기 모델과 브랜드의 관계는 그 자체로 드문 일이다. 더욱이 브랜드가 모델에게 헌정 광고를 제작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대한민국에서 브랜드가 자발적으로 제작한 헌정 광고는 손에 꼽힌다. 애니콜의 이효리,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 전지현, 이니스프리의 윤아 정도가 있다.
헌정광고는 두 가지 목적을 지닌다. 첫째, 모델 교체에 따른 팬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서적 장치다.모델 교체는 명과 암이 있다. 특히 기존 모델의 팬덤을 중심으로 반발심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정 이슈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헌정광고는 효과적인 홍보 전략이다. 둘째,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다음 스텝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헌정 광고를 받을 정도의 장기 모델을 교체한다는 것은 브랜드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있는 일이다. 헌정광고는 다음 모델의 부담을 줄여주며 자연스러운 새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공유와 함께 브랜드를 구축한 테라가 이제 지창욱과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