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CM의 첫 문구페어, 왜 호불호가 갈렸을까요?

경험 기획은 탁월했으나, 운영은 다소 미숙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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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4월 0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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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 정말 좋았습니다만

거기 인플루언서랑 일반 관람객들 반응이 완전 달랐다던데, 맞아요?

 29CM와 포인트오브뷰가 처음으로 개최한 문구페어 ‘인벤타리오’에 다녀왔다고 하자, 동료가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실제로 이번 페어는 이런 이야기가 꼭 어울릴 정도로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이벤트 초대나 미디어 투어 등으로 먼저 방문한 관람객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한 반면, 일반 티켓을 사서 입장한 분들은 아쉬움을 담은 후기를 많이 남겼죠.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첫날 미디어 자격으로 누렸던 인벤타리오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방문한 여러 박람회나 페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죠.

 하지만 분명 불안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일부 한정된 고객 대상 오픈임에도 이미 입장 줄은 길었고, 일반 관람 시간이 다가올 무렵 출입구 주변은 매우 혼잡해 보였죠. 실제로 이후 올라온 후기들을 보니, 첫날 일반 관람객들은 오랜 대기 끝에 겨우 입장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요.

 이렇게 첫날 미디어 투어로 미리 경험해 본 뒤, 다시 주말에 일반 관람객으로 다시 방문해 본 저는, 이번 행사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는데요. 서로 다른 두 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점이 좋았고, 또 어떤 부분에서 아쉬웠는지 지금부터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탁월했던 큐레이션과 콘텐츠

 인벤타리오가 인상 깊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큐레이션’이었습니다. 29CM와 포인트오브뷰가 함께 만든 행사답게, 참가 브랜드 섭외부터 운영 방식까지 기존 박람회들과는 결이 달랐는데요. 이번 문구페어는 공개 신청을 받아 참가자를 모은 게 아니라, 두 주최 측이 먼저 제안하거나, 제안을 받은 브랜드 중 ‘결이 맞는다’고 판단된 곳만 참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해요. 특히 지구화학이나 화랑고무 같은 전통 문구 브랜드는 이런 형식의 행사가 처음이라,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포인트오브뷰의 김재원 대표는 지구화학 본사와 가까운 사무실을 활용해, 오랜 시간 직접 방문하며 설득을 이어갔다는 비하인드도 있었고요.

섬세한 기획과 정성 들여 준비한 콘텐츠로 인해, 일단 들어온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아 보였습니다섬세한 기획과 정성 들여 준비한 콘텐츠로 인해, 일단 들어온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아 보였습니다

 이런 섬세한 접근이 행사 전체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페어가 이벤트 응모나 증정품 중심이라면, 인벤타리오는 작지만 감성적인 체험으로 공간을 채웠죠. 29CM는 이를 두고 “취향을 더 구체화하고 알아가는 데 초점을 뒀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번 행사 만을 위해서 만든 콘텐츠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지구화학과 화랑고무가 키티버니포니, 오이뮤 같은 브랜드와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고, 문구인 3인과의 협업 상품은 출시 직후 빠르게 완판 되기도 했죠.

 현장에서 들려온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습니다. “귀여운 게 너무 많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소소한 체험이 오히려 재밌다” 같은 반응들이 첫날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운영에는 실수가 많았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잘 차려진 밥상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가장 많이 나온 불만은 ‘티켓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현장 판매가 없었던 점 자체가 문제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최근 커머스 기업들이 주최하는 페스타 대부분이 사전 예매제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입장 인원을 조절해 관람 만족도를 높이려는 방식이죠. 다만 문구라는 카테고리 특성상 이런 운영 방식이 낯설었기에 혼란이 있었고, 소통 면에서 아쉬움이 남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실수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진짜 문제는, 티켓을 통제했음에도 현장이 지나치게 붐볐다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트래픽 관리에 실패한 셈이죠. 인벤타리오는 5일간 약 2만 5천 명이 방문했다고 하는데요. 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의 경우 4일간 7만 명이 방문했지만, 넓은 전시장 덕분에 1㎡당 관람객이 약 1명이었습니다.

 반면, 인벤타리오는 훨씬 좁은 공간에서 열렸는 데도 불구하고, 1㎡당 관람객 수가 2.25명에 달할 정도로 밀집도가 높았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두 배 이상 붐빈 셈이죠. 결국 ‘표를 너무 많이 풀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티켓을 못 구해 아쉬웠던 사람들과, 입장 후 혼잡에 지친 사람들 모두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된 셈입니다.

첫날 특히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서, 긴 대기 시간을 비롯하여 여러 문제들이 양산되었습니다첫날 특히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서, 긴 대기 시간을 비롯하여 여러 문제들이 양산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티켓이 요일이나 시간대 구분 없이 통합 판매된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한정 상품을 노린 관람객들이 첫날 대거 몰리면서 가장 중요한 1일 차에 부정적인 후기가 집중됐고요. 제가 다녀온 토요일엔 증정 굿즈였던 가방이 조기 소진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전에 소진 가능성을 고지하긴 했지만, 티켓 수요에 비해 준비 수량이 부족했던 건 분명해 보입니다. 현장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는 관람객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주최 측의 대응이 빠르고 적극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후 현장 인력을 보강하고 입장 절차를 개선하면서 실제 입장 지연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고, 후기로도 이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인벤타리오는, 기획은 훌륭했지만 운영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행사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부정적인 후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오히려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에 가까운 행사’였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 같고요.

 그 근거 중 하나는 관람객들의 ‘체류 시간’이었습니다. 혼잡하고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많은 이들이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았고, 두세 시간 이상 머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재입장이 불가능한 운영 구조도 영향을 줬겠지만, 콘텐츠 자체가 충분히 매력 있었던 것도 분명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가장 많은 불만이 ‘표를 못 구했다’는 데 집중됐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이번 행사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았다는 뜻이기도 하죠. 공간은 이미 한계까지 채워졌는데도, 여전히 ‘못 가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으니까요.

 내년에도 인벤타리오를 이어갈 계획이 있는지 29CM 측에 문의해 본 결과,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29CM는 이번을 끝으로 문구 카테고리 투자를 멈추지는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문구는 29CM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리빙 카테고리와도 깊은 연결이 있습니다. 방을 꾸미는 취향은 책상 위로 드러나고, 그 감도의 출발점이 바로 문구, 더 나아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서 시작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문구는 29CM가 지향하는 ‘취향 중심 커머스’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한 디딤돌이기도 합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들이 다음 기획에 잘 녹아들어, 더 멋진 두 번째 인벤타리오로 이어지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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