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상품’과 ‘추가금 마케팅’
회를 직접 떠주는 수산물 시장에 가보면, 위층에 식당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1층에서 회를 사고, 2층 식당에 가져가서 먹는 방식이죠.
이 식당들의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될까요? 보통은 인당 차림비(상차림비, 자릿세)를 받습니다.
차림비란, 말 그대로 기본 반찬과 장류, 채소 등을 세팅해주는 비용입니다. 시장마다 다르지만, 마지막에 본 기준으로는 1인당 5~6천 원 정도였습니다.
최근 속초에 여행을 갔다가 한 수산물 시장에 들렀는데, 이 시장에서 대문짝만 하게 **‘우리 식당은 차림비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더군요. 얼핏 보면 꽤 이득처럼 보입니다.
회는 숙소로 가져갈 수도 있고, 식당에서 먹을 수도 있는데, 차림비가 무료라면 식당을 이용하는 쪽이 나아 보이니까요.
그렇게 많은 고객들이 회를 받아 식당으로 올라갑니다.
이건 일종의 미끼 마케팅입니다.
가장 저렴한 가격이나 가장 큰 이익을 앞세워 고객을 유인하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을 100원에 판다거나, 90% 할인 문구에 끌려 들어갔는데 실제로는 다른 고가 상품이 진열되어 있거나, 여러 항목에서 추가 요금이 붙는 경험,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이 식당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상차림에 필요한 장류와 채소는 따로 판매하고, 회 손질 비용도 별도로 추가 요금을 받고 있더군요.
정확히 정의된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이런 현장의 실무 마케팅 방식을 저는 “추가금 마케팅”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기본 가격을 내세우지만, 실제 이용에는 필수적인 요소들이 빠져 있어 결국 추가금을 지불하게 되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객단가(ARPU)를 끌어올리는 방식이죠.
‘추가금 마케팅’이 불쾌한 이유
이런 추가금 마케팅은 꽤 많은 업계에서 사용됩니다.
웨딩산업, 방문판매 서비스, 관광지의 기념품, 당일 계약 유도에 집중된 중고차 매매… 이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소위 ‘뜨내기’들이 많다는 겁니다.
관광지 식당들과 타깃 구성이 매우 비슷하죠.
지금 당장의 경험을 위해 조금 높은 비용을 지불할 각오가 되어있는 고객이지만, 어차피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재구매 고객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처럼 소비자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금액이 슬쩍 올라가는 경험은, 가격 자체보다 “기분 나쁨”을 유발합니다.
처음부터 “5,000원 받습니다”라고 했으면 별문제가 없었을 텐데, ‘무료’라는 말로 유인한 뒤 뒤늦게 항목별로 요금을 붙이는 식이니 기만 당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말하자면 ‘추가금 마케팅’이란, “이익 대비, 고객의 불만은 감수할 수 있다”는 계산 아래, 고객의 구매 경험을 고려하지 않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추가금’은 싫지만 ‘업셀링’은 괜찮다?
같은 ‘추가 비용’이지만, 업셀링은 다릅니다.
업셀링은 고객이 원래 구매하려던 것보다 더 고급, 더 나은 옵션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유도합니다.
기분 좋게 더 쓰게 만드는 기술이죠.
예를 들면,
- “조금만 더 내시면 오션뷰 객실로 업그레이드 가능합니다.”
- “이 제품은 AI 기능이 포함된 상위 모델인데요, 2만 원 차이입니다.”
- “스몰 사이즈보다 라지 사이즈가 1,000원 더 비싸지만, 양이 두 배예요.”
이런 제안은 선택의 여지를 주고, 처음부터 숨기지 않으며, 고객 입장에서 이득이 명확히 보이기 때문에 불쾌하지 않습니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해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만족도가 올라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얼마를 더 받느냐’보다 ‘어떻게 받느냐’의 문제
추가금을 받는 방식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그 추가금이 ‘숨겨져 있었는가’, 고객을 속인 느낌을 줬는가, 선택권 없이 강제로 느껴졌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브랜드는 언제나 단기 수익과 장기 신뢰 사이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한 번 오고 마는 관광지에서라면 기꺼이 후자를 포기할 수 도 있겠죠. 하지만 브랜드를 쌓고, 관계를 쌓고 싶은 브랜드라면, 고객의 결졔를 기분 좋게 유도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좋은 브랜드는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들지만,
그 마음은 다치게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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