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S는 남고, 브랜드는 사라졌다 — 할인 프로모션 광고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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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유명 앱의 광고를 마주했다.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TV CF, 지하철 옥외광고 등에서 자주 노출되던 앱이다.
지금은 ‘할인 프로모션’ 메시지 하나만 강조되고 있다.

나는 이 앱의 오랜 사용자다. 수많은 경쟁 앱을 제치고 선택한 이유는
명확한 차별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격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할인 프로모션은 항상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품이 할인을 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반면 아래 문구를 보고 생각해보자

‘매장 폐업 90% 할인! 나이키, 아디다스 대방출!’
나이키, 아디다스 조차 정품이 맞을까 의심이 된다.

[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다 ]
할인 프로모션 소재는 퍼포먼스가 확실하다.
신규 유저 유입은 물론이고, 구매를 목적으로 소재가 제작되어
ROAS까지 높을 수 있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기존에 할인을
자제해온 경우라면 퍼포먼스는 더 좋다.

하지만 거위는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
그 거위는 브랜딩 이미지다.

[ 앱을 모르는 사용자에겐 ‘아무 앱’이 된다 ]
앱에 대한 인지가 없는 사람이 이 광고에 노출되면?
그 사람에게는 아무런 구매 동기도 없다.
가치를 모르는데 할인한다고 구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다음에 같은 앱의 다른 광고를 보더라도,
‘병풍처럼’ 스쳐지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 광고에서 남은 건 브랜드가 아니라 ‘할인’ 뿐이기 때문이다.
앱의 핵심을 보여주는 메인 카피 하나만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 실무자는 몰랐을까? 알고도 놓쳤을 수 있다 ]
심지어 이 앱을 오래 담당한 시니어 마케터일수록
이런 실수가 생길 가능성은 더 크다.

1. 우리 앱은 다 알겠지, 라는 무의식적 착각
담당자는 매일 이 앱을 본다.
직장 동료, 친구, 가족도 안다.
광고도 많이 했고, 지인들이 “너네 광고 잘 봤다”고 말하기도 한다.

머리로는 ‘모두가 아는 건 아니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이미 ‘모두가 알 거야’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 착각이 기초적인 실수를 만든다.
특히 UA시각으로만 광고소재를 기획할 때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광고 소재든 로고, 회사명, 슬로건, 메인 카피는 반드시 고정적으로 넣어야 한다. 최소한의 브랜드 가이드는 유지하는 것이 좋다.

2. 실무자의 착각: “소재는 다양하게 쓰고 있다”
나 역시 “정말 이것뿐일까?” 하는 의심이 들어 광고 소재를 더 찾아봤다.
확인해보니, 동영상 광고에선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이미지형 광고에선 오직 할인 프로모션만 반복되고 있었다.

우리는 광고를 세팅할 때 동영상, 이미지, 텍스트 등 다양하게 활용한다.
다양하게 활용했다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은
‘이미지’ 소재에 덜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담당자는 소재와 메시지를 ‘골고루’ 사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 같은 유저는 모바일 A → PC → 모바일 B → 이메일 등
여러 채널에서 오직 ‘이미지형 할인 소재’만 계속 마주했다는 점이다.
동영상 소재를 만날 수가 없었다.

데이터만 보면, 노출은 발생했지만 클릭은 없고 전환도 없다. 결국 ‘효율이 나쁘다’는 판단으로 끝난다. 이미지 소재 효율은 역시나 ‘안좋구나’라고 생각하고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노출’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인식은 자연스레 남는 다는 것을 놓칠 수 있다.

3. 측정되지 않는 건 평가받지 못한다
기업들은 UA 등장 이후로 “측정 가능한 것만 평가”하려 한다.
그래서 숫자에 매달린다.

ROAS, CTR, 전환율 등으로 결과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브랜딩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문장은
보고서에 넣을 수도, 평가받을 수도 없다.

브랜딩은 나의 책임 밖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건 브랜드 마케터의 몫이고,
나는 내일 보고할 KPI를 만드는 게 급하다.

[ 마무리 –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
이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되긴 어렵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CMO, 조직의 리더들이 브랜딩과 퍼포먼스 사이의 균형을
계속 의식하며 거위의 배를 가르고 있는 건 아닌가? 를 자문해야 한다.

실무자에게 브랜딩도 고려해서 기획해라라고 이야기 한들
회사의 평가, KPI, 브랜딩 관리 인식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숫자’로 증명 할 수 있는 ‘효율’에만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측정되는 것만 추구하다 보면, 측정되지 않는 것을 잃을 수 있다.
측정되지 않는다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효율만을 쫓다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자.

김성수
글쓴이

김성수

🎮 모바일 게임 & 마케팅 전문가 | UA, 수익화, Ad Tech 전반의 연결고리 이해
게임 업계에서 15년, 애드테크 분야에서 약 2년간 활동하며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및 업무를 경험해왔습니다.

- 수십억 원 규모의 단기 집중형 대규모 캠페인 다수 운영 (TVC, OOH, 브랜드 콜라보 등)
- G-Star B2C·B2B 부스, 코믹월드,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행사 기획·운영 경험
- 글로벌 UA 캠페인, 그로스 해킹, 광고 수익화 전략 운용
- 마케팅 측정 파트너 'Adjust'에서 CSM 근무, 세일즈 및 B2B 커뮤니케이션 경험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조직 문화를 경험하며,
B2C와 B2B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유연한 시각을 갖추었습니다.

또한 마케팅 외에도 게임 분석, 수익화, 게이미피케이션, UX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현재 WPL에서는 마케팅 중심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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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원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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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ROAS는 남고, 브랜드는 사라졌다 — 할인 프로모션 광고의 역설

  1. 492
    · 2025-04-22 at 12:50

    전방위 마케터 이시네요!

  2. 496

    나이키, 아디다스 조차 정품이 맞을까 의심이 된다. 너무 공감되는 구절입니다 ㅋㅋ

1698391652507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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