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전광판은 비디오아트 전시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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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에서 삼성역 방향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대형전광판을 마주했다.
화려한 색채, 멋진 모델, 신선함을 강조하는 야채까지.
다양한 영상들이 쉼 없이 바뀌었다.
대략 5개 광고 정도가 노출된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가 무슨 광고를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행인들과 달리 ‘관심’을 가지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 멋있다. 감성적이다. 하지만 메시지는 없었다 ]
어떤 광고는 로고가 뜨기 전까지 무슨 제품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비디오아트를 보는 것 같기도 했고, 신선한 야채에 물방울이 튀는 장면은 인상적이었지만 그게 마트 광고인지, 패밀리 레스토랑 광고인지 구분이 안 됐다.

어떤 광고는 브랜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카피를 내세웠다.
마치 ‘고르곤졸라 순두부 임연수 리조또’ 같은, ‘여름철 몸보신엔 코카콜라’같은 느낌이랄까, 어울리지도 않고, 설득되지도 않았다.

[ 같은 돈을 디지털 광고에 사용했다면? ]
유튜브 인스트림 광고라면 초반 3~5초 안에 후킹하지 못하면 사용자 기억속에 남지도 않는다. 우리는 유튜브 쇼츠에서 썸네일, 문구를 보고 0.1초만에 다음 영상으로 넘길지 말지를 판단한다.

이건 과학적 근거가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에서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왜 이 몇천만원이 넘는 비싼 지면에서 아트를 하려고 하고, 영화를 찍으려하는가

중요한 현실 하나는 디지털 환경과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운전중이고, 누군가는 앞만 보며 바삐 걸어간다.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환경보다 여유가 있을 수가 없다.
아니, 걸으면서 전광판이 아닌 유튜브를 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욱 이목을 끌어야 한다.

[ “없어보일 수는 없잖아” ]
솔직히 내가 그랬다. 대형전광판, TV, 극장 광고와 같은 지면은 비싸서 그랬을까? 마치 명품관에 츄리닝 입고 가기 좀 망설여지는 심리처럼
왠지 ‘없어 보인다’라는 심리가 나도 모르게 작용했다.

정신 차려보니 나는 우리 제품이 더 부각되고, 조금이라도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 아닌 영상 퀄리티가 ‘있어 보이게끔’ 신경쓰고 있었다.

텍스트가 배우를 가리면 흐름을 방해할 것 같으니, 마치 영화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고 감성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게임 로고는 빼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상사는 광고 시안을 보며
“이쪽에 카피 하나 더 넣고, 오른쪽에 로고도 하나 더 박자”고 말했다.
반영은 했지만 나는 싫었다. 그냥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 기준을 누구보다 강하게 따르고 있다.

[ 우리가 광고를 하는 목적, 무엇일까? ]
감성적이고 멋있었다. 또는 유머런스 했다. 사람들 반응도 좋았다.
“그래서 그게 무슨 광고였더라? 본 기억은 있는데”가 된다.
그러면 냉정하게 실패한 광고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스토리텔링, 감성, 유머처럼 제품 외적인 형용사적
요소들을 부정하고 나쁘게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꾸며주는 요인이 그 제품을 충분히 담고 있고 명확한 맥락과 의도를 전달한다면 영화 이상의 감동을 주면서 제품 구매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작은 알고봐도 명작이라고 하지 않는가, 위 사례에 적절한 광고 2개가 떠올랐는데 하나는 메르세데스 벤츠 CF “당신의 옆자리엔 누가 있나요.”
다른 하나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My Way’ 편. 이다.
두 광고 모두 감정을 건드리면서도, 제품을 명확히 인식시킨다.

[ 제품에서 시작하자, 내려놓자 ]
판단이 어려울 땐 디지털 광고 관점으로 생각해보자
이 소재가 이 환경에서 노출 되었을 때,
초반 후킹이 잘 되는지, 메시지가 명확한지 등

그리고 옥외광고 특성과 환경을 고려해서도 생각해보자.

디지털 지면과 달리 행인이 보는 ‘그 순간’은 영상의 중반부일 수도 있다.
아무리 감성 충만하고 반전을 넣었다 하더라도 중반부에 보게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조금 ‘없어 보이더라도’ 이미지 프레임을 사용하고 그 안에 영상이 재생되게 하는 방법도 괜찮다.

또는 영상을 마치 고정된 이미지 처럼 보이게 제작하는 방식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어느 시점에 보더라도 고정된 이미지만 보기 때문에 노출과 인식에는 더욱 직관적일 수 있다.

[ 역설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광고는.. ]
지자체 광고였다. 커다란 폰트, 굵직굵직한 메시지들
멋과는 솔직히 거리가 먼 흩날리는 벚꽃 일러스트 이미지들
내가 본 여러 광고에서 기억에 남은 광고는 이 광고뿐이었다.

예술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대작이라고 말하는 예술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아남아
지금까지 온 것이다. 예술도 기억에 남지 않으면 대작이 될 수 없다.

김성수
글쓴이

김성수

🎮 모바일 게임 & 마케팅 전문가 | UA, 수익화, Ad Tech 전반의 연결고리 이해
게임 업계에서 15년, 애드테크 분야에서 약 2년간 활동하며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및 업무를 경험해왔습니다.

- 수십억 원 규모의 단기 집중형 대규모 캠페인 다수 운영 (TVC, OOH, 브랜드 콜라보 등)
- G-Star B2C·B2B 부스, 코믹월드,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행사 기획·운영 경험
- 글로벌 UA 캠페인, 그로스 해킹, 광고 수익화 전략 운용
- 마케팅 측정 파트너 'Adjust'에서 CSM 근무, 세일즈 및 B2B 커뮤니케이션 경험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조직 문화를 경험하며,
B2C와 B2B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유연한 시각을 갖추었습니다.

또한 마케팅 외에도 게임 분석, 수익화, 게이미피케이션, UX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현재 WPL에서는 마케팅 중심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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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0

출처: 원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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