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05월 1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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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프라인이 필요했습니다
마뗑킴 매장 오픈 현장을 보기 위해 하라주쿠에서 시부야로 향하던 길, 눈에 익은 쇼핑백 하나가 시선을 끌었습니다. 바로 시부야점 오픈을 기념해 제작된 마뗑킴의 한정판 쇼핑백이었죠. 길 곳곳의 전광판에서는 오픈 소식이 흘러나왔고, 건물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옥외 광고도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죠.
그래서였을까요. 이미 오픈한 지 1시간이 넘었는데도 매장 앞에는 여전히 긴 줄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무신사 브랜드글로벌비즈니스본부 김윤정 실장은 “1시간 만에 하루 목표 매출의 70%를 넘겼다”며 성과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고요.
무신사는 깊이 있는 브랜딩을 위해 마뗑킴은 오프라인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매장 오픈에는 매출 실적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매장 한편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며, 왜 ‘지금 이 시점’에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죠. 일본에서는 특히 마뗑킴의 액세서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장 중앙에 액세서리를, 최근 주력 중인 모자는 벽면 전체에 전시했는데요. 오픈 당일 가장 붐빈 구역도 바로 이 두 곳이었습니다.
이 모습은 마뗑킴이 아직은 일부 인기 아이템 위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보여줬습니다. 그런 만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더 다양한 제품군과 브랜드의 결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했던 거죠. 실제로 현장을 찾은 일본 현지 매체들도 “생각보다 제품이 다양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그 효과도 분명했고요.
마뗑킴은 이제 막 이름을 알리는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오히려 ‘좋은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고객 경험과 신뢰를 쌓아야 하는 시점이죠. 그런 의미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더 깊이 있는 브랜딩을 완성하는 장이 됩니다. 무신사가 일본 유통을 맡으며 시부야점과 전방위적인 옥외 광고에 힘을 실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던 거고요.
솔루션은 성장 단계 별로 달라야죠
무신사는 단언컨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패션 브랜드를 가장 잘 키우는 기업입니다. 도메스틱 브랜드 전성시대를 연 주역이자, 주요 백화점들이 이른바 ‘무신사 브랜드’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정도죠.
2021년 전후, 무신사는 한국 패션 브랜드들에게 또 한 번 기회가 찾아오고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당시 K-컬처 열풍이 정점을 찍으며 “한국어만 들어가면 돌도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요. 이 시기, 무신사는 첫 해외 법인인 무신사 재팬을 설립하며 국내에서의 성공을 글로벌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합니다.
또한 글로벌 스토어 운영과 더불어 브랜드 육성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이미 해외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지만, 정작 브랜드 입장에서는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거든요. 무신사는 국내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동시에 자사 플랫폼의 인지도를 높이며 초기 유저를 확보하려 했던 거죠.
여기서 무신사의 강점은 이미 수많은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며, 브랜드 생애주기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거였습니다. 어떤 채널을 활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시너지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도 체득하고 있었고요. 더 나아가 빠르게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직접 운영한 덕에 로컬라이징 역량까지 키울 수 있었습니다. 마뗑킴이 무신사를 일본 진출 파트너로 택한 것도 이런 점들을 고려했기 때문이었고요.
“마뗑킴이 일본 시장 진출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브랜드의 방향성과 가치를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현지에 안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무신사의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려는 태도가 인상 깊었고, 마뗑킴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잘 맞아 긴 호흡으로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_마뗑킴 경영전략실 윤승만 이사
앞서 언급했듯이, 마뗑킴은 이미 일본 내에서 어느 정도 반응을 얻고 있었지만, 여전히 특정 인기 아이템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가격대에 대한 설득력이나 브랜드 전체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무신사는 시부야점 오픈을 준비하며, 지금 마뗑킴에게 ‘정확히 무엇이 필요한가’를 중심에 두고 모든 걸 설계했습니다. 브랜드의 세계관을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공간, 고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매장 구성까지 마뗑킴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오프라인에 고스란히 담아낸 겁니다.
가장 상징적인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 면에서 마뗑킴 시부야점이 자리 잡은 미야시타 파크부터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집객이나 매출 관점에서 좋은 입지를 찾은 걸 넘어서, 브랜드가 어떤 타깃을 지향하고 어떤 가격대에서 경쟁할지를 깊이 고민한 결과였죠.
“마뗑킴은 인지도는 높았지만, 아이돌이나 K팝 셀럽을 중심으로 한 특정 제품 인식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타깃층도 다소 어릴 수밖에 없었고요. 하지만 브랜드 자체는 가성비가 아닌 감도 높은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에,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타깃 확장이 꼭 필요했습니다.”
_무신사 브랜드글로벌비즈니스 본부 김윤정 실장
도쿄 시부야는 전통적인 패션의 중심지입니다. 그 안에서도 미야시타 파크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복합 공간 중 하나죠. 명품 거리인 메이지도오리와 빈티지 숍들이 밀집한 캣스트리트 사이에 있어, 두 상권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마뗑킴은 이곳 2층에 매장을 열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메종키츠네와 키스(KITH)가, 아래층에는 루이비통과 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죠. 트렌디함과 고급스러움이 공존하는 입지에서, 마뗑킴이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구매력 있는 성인 타깃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미야시타 파크에 입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신사가 마뗑킴 첫 매장에 담은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미야시타 파크는 자체로도 ‘혁신의 상징’이라 할 만합니다. 공원을 옥상으로 올리고 그 아래를 대형 상업공간으로 만든 실험적인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이자, 지금도 틱톡커들이 촬영을 위해 찾을 만큼 아이코닉한 장소죠. 사람들의 ‘가보고 싶은 공간’이라는 인식 역시 브랜드와 잘 어울립니다.
또한 운영 측면에서도 세심함이 돋보였습니다. 매장 직원들이 브랜드 철학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도록 마뗑킴과 무신사가 함께 사전 교육에 공을 들였고, 제품 설명을 위해 마뗑킴 기획자들이 직접 일본까지 출장 와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판매를 넘어, 브랜드가 추구하는 고객 경험을 매장 안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데 집중한 겁니다.
확실한 대세감까지 더했습니다
브랜딩 관점에서 오프라인 경험을 설계하는 건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첫 매장이었던 만큼, 단기적인 임팩트 역시 놓칠 수 없었죠. 더욱이 무신사는 그간의 현지화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서는 장기적인 성장 곡선과 함께 단기간의 대세감도 동시에 만들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도 했고요.
특히 무신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대세감’ 조성에 능한 회사입니다. 새로운 매장이 오픈할 때마다 수많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초대해 자연스러운 입소문을 유도하고, ‘지금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인식시키곤 하죠. 무신사가 마르디 메크르디의 일본 진출 초기 파트너로 함께 했을 때, 배우 출신 인플루언서 사에코와 협업해 빠르게 인지도를 끌어올린 사례가 대표적이고요.
일본 시장에서도 초반의 ‘하입(hype)’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뗑킴을 힙한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해 무신사는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프리오픈 당일에만 150여 명의 인플루언서가 방문했으며, 그중에는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 중인 유명 댄서 리에 하타도 포함돼 있었다고 하고요. 또한 두아 리파와 브루노 마스가 애프터파티를 열었던 유명 공간을 빌려 오픈 파티를 연 것도 인상적이었죠. 이러한 장치들이 더해지며,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고 인증샷이 쏟아지는 장면이 만들어졌고, 마뗑킴은 일본 시장에서 화려한 데뷔를 치를 수 있었던 거고요.
이번 마뗑킴 시부야점은 무신사가 국내 브랜드의 공식 유통 파트너로서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한 첫 사례입니다. 그렇기에 그 의미와 후속 성과는 더욱 중요합니다. 만약 이번 성공을 바탕으로 마뗑킴이 일본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한다면, 무신사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며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무신사가 과연 이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낼 수 있을지, 앞으로 계속 지켜보며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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