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 경험을 파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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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경험일까?”라는 이야기를 SNS, 유튜브 등 다양한 분들이 이야기 나누는걸 보았습니다.

하지만 매일 여행을 팔고 있는 저의 입장에선, “여행이 정말 경험이 될 수 있을까?”, “그 경험은 상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늘 남습니다. 관광학을 전공하고 실무를 겪으며 얻은 통찰 덕분에, 우리가 파는 것은 상품이 아닌 ‘경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임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여행 상품 기획이란, 보이지 않는 가치를 길어 올리고, 예측할 수 없는 감동이 피어날 수 있는 무대를 설계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여행상품 기획은 ‘구성’이 아닌 ‘번역’입니다

여행상품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 항공, 숙박, 관광지를 조합한 일정표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기획자의 관점에서 여행상품은 단순한 구성이 아닌 번역의 결과물입니다.

여행사의 일은 누군가의 막연한 기대를, 견적서와 일정표라는 구체적 문서로 번역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해외 여행을 편안하게 경험하고 싶다”는 한 문장의 바람은
‘몇박 몇일 일정 + 왕복 항공 + 시내 호텔 + 가이드 포함’이라는 패키지여행 구조 속으로 옮겨집니다.

이 과정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상품 기획자는 특정 지역의 수요를 분석하고, 그 지역의 관광지, 숙박, 교통, 식사를 조합합니다. 여기에 시장에 적합한 가격과 타깃층을 설정하고, 마케팅과 프로모션 구조까지 설계하죠.

그렇게 완성된 것이 고객이 보는 ‘인터넷 상품 페이지’입니다. 이 페이지 속 숨어 있는 설계는 현지 공급망과의 협상, 계절의 리듬, 이동 동선에 따른 피로도 조율, 맛집 한 곳을 넣기 위한 고민, 그리고 그리고 이 상품이 유통망에서 유지될 수 있을지까지, 수많은 변수와 계산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상품이란 그 가능성을 가장 현실적인 언어로 번역해낸, 설계 결과물입니다.


🏙️ 상품은 익숙함을 담고, 기억은 뜻밖의 순간에서 만들어집니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여행상품은 대체로 비슷한 공식을 따릅니다. 저렴한 가격, 유명한 관광지, 검증된 맛집, 널찍한 호텔 같은 요소들로 안정적이고 익숙한 만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여행은 결국 ‘여행이 정말 경험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가이드북에 없는 골목, 현지 시장에서 마주친 우연한 대화, 다 계획에 없던 비 오는 날의 산책 같은 순간들 속에서 여행자는 비로소 여행을 ‘경험’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획자는 매일 고민합니다. 상품이라는 틀 안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감정과 우연이 피어날 수 있게, 그 작은 여백을 어떻게 설계할지, 그것이 결국 여행이 경험이 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일을 기획합니다.


💼 현실의 벽은 높고, 우리의 고민은 작게 묻힙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고민은 상품 표면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기업은 수익성과 효율성을 고려하고, 여행사는 예약 가능성을 최우선시합니다. 그래서 기획자는 매일 ‘현실의 구조’와 타협하며 상품을 설계합니다.
여전히 잘 팔리는 것은 저가 패키지이고, 예약이 몰리는 곳은 인기 관광지입니다. 새로운 시도나 실험적 제안은 유통 단계에서 잘리거나 판매 성과 앞에서 무너지곤 합니다. 때때로 ‘쇼핑, 옵션 은 꼭 넣어야 하나요?’, ‘조금 더 싸게는 안 되나요?’ 같은 요청 앞에, 감정을 지우고 효율만 남기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것이 현재 여행상품 구조가 안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현실은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벽이자, 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표준화된 상품 구조는 대규모 유통과 예약 안정성을 담보하지만, 동시에 여행의 진짜 가치를 희석시킵니다. 기획자는 그 속에서도 작은 변화의 가능성을 찾습니다.


🧭 그럼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여행은 빠르게 변화하며, 이는 기획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과거와 달리 요즘 고객은 단순히 관광지만 보는 여행보다 자신만의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특별한 경험을 원합니다. 이 변화는 기획자에게도 ‘상품’이라는 틀 안에서 진짜 경험의 가능성을 설계할 기회를 줍니다. 어떻게 하면 상품이라는 구조 속에서 여행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그 고민이 결국, 다음 여행의 얼굴을 바꿉니다.

기획자는 ‘완성된 여행’을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경험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최선으로 설계하고, 고객의 여정에 감정을 강요하지 않되 그 여정이 감동이 될 수 있도록 배경을 조율하는 역할입니다.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인플루언서 동반 투어, 테마 기획 여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감각을 반영한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오늘도 팔리는 상품 안에 작게, 작게 ‘기억될 가능성’을 한두 개씩 심어 둡니다. 그 작은 설계들이 고객의 여행에 가장 긴 기억으로 남고, 결국 브랜드의 신뢰와 충성도로 이어집니다.


저는 매일 여행을 팝니다.

팔리는 상품을 내놓기 위한 견적서와 예약 확인서라는 현실의 언어로 바꾸는 일을 합니다. 모니터 위에서 수십 개의 도시와 항공편, 호텔을 클릭하며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조립하고,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냅니다. 제 손을 거친 여행은 그렇게 하나의 반듯한 ‘상품’이 되어 세상에 나옵니다.

하지만 그 반듯한 상품 완성할 때마다, 제 안에서는 어김없이 질문을 합니다.

‘내가 지금 팔고 있는 이것이, 정말 여행의 전부일까?’

가격표에 담을 수 없는 여행의 진짜 경험들, 과연 상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러한 고민의 끝에서, 표준화된 상품만으로는 더 이상 여행업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느낍니다. 결국 고객의 깊은 니즈를 읽어내는 섬세한 설계야말로, 경쟁 우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업의 성장을 이끄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요?

저에게 여행의 경험이란, 상품을 기획하는 경험입니다.

이미지출처: unsplash

쥰쓰
글쓴이

쥰쓰

여행의 낭만보다, 여행을 파는 현실을 씁니다.
관광학적 통찰과 실무의 감각으로
진짜 '여행'을 기록하는 쥰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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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31

출처: 원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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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여행, 그 경험을 파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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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고민을 계속해서 하고 계시는 쥰쓰님이 만드는 여행 상품이 점점 더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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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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