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라니!
1982년, 온 가족이 보는 공중파 TV에 등장한 비데 광고가 일본 사회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는 공개적으로 ‘엉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엉덩이는 그저 지저분하고 감춰야 할 신체 부위였던 것. 게다가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저녁 시간대에 방영된 엉덩이 이야기는 파격 그 자체였다. 일본의 위생설비 제조업체 토토는 ‘비데’라는 당시로선 낯선 제품군을 알리기 위해 대담한 결정을 한 것이다.
광고 속에는 독특한 캐릭터의 여성가수가 등장하여 손에 파란색 물감을 묻힌 후 종이로 닦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대로 물감이 닦이지 않은 손을 다시 물로 씻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여러분! 손이 더러워지면 물로 씻지, 종이로 닦지는 않죠.엉덩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나레이션이 이어진다. “엉덩이도 씻어주면 좋겠어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무난한 스토리와 카피다. 그런데 당시로서는 큰 파격이었다. 불쾌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터져 나왔고, 광고 집행 초반에는 항의 전화도 많이 걸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비데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의 생활습관과 위생개념이 변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당연히, 토토의 제품은 비데의 대명사가 됐다. 2020년대 일본의 비데 보급률은 80%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 카피는 한 시대의 생활문화를 바꾼 것으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도 일본 광고계를 대표하는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동영상보기 (출처: https://youtu.be/xi-r2AqDasQ?si=tmHHxmXn4uYFGOLq)
* 최은경, 코로나 덕분에… 미국인들도 비데홀릭, 조선일보, 2023년 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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