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자인 조직 내에서 스터디를 이제 슬슬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두 단어가 나왔다. 소프트 스킬, 그리고 하드 스킬.
각자 이 두 가지 스킬을 중점으로 성장해 보자! 가 조직 내에서 [공부]하는 목표인데, 소프트 스킬과 하드 스킬을 정의했을 때 아래와 같다.(챗gpt가 잘 정리해 줌^^)
– 하드 스킬(Hard skill) :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능력. 측정 가능하며, 교육이나 훈련 또는 자격증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예 : 디자인 툴 스킬, 프로그래밍 언어 등의 기술)
– 소프트 스킬(Soft skill) : 사람과의 관계나 일의 방식과 관련된 비기술적 능력.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우며,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예 : 일할 때 동료와의 협업, 문제 해결력 등)
하드 스킬은 아마도 기술이 필요한 전문직에게 정말 중요한 스킬일 것이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디자인 개념들, 그리고 프로그램 스킬 등이 해당된다. 사실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하는 데에 제일 필요한 스킬이다. 그래서 디자인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 하드 스킬을 갈고닦는 데에 집중한다. 아마 디자이너 또는 개발자처럼 전문 기술을 요구하는 직종일수록 이 하드 스킬을 더욱 중요하게 본다.
하지만 한 회사의 디자이너로서 일하는 순간, 이 하드 스킬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당연하지만, 조직 내에서는 디자이너 혼자 일하지 않는다. 1인기업 또는 프리랜서라 해도 혼자 일하지 않는다. 클라이언트가 있고, 협력사가 있다. 이들과 함께 [잘] 일하기 위해서는 이 소프트 스킬이 중요하다. 근데 이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을 한창 경력이 지났을 때 깨닫는다.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
일하다 보면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같이 일하는 마케터와 의견을 좁히지 못할 때. 내 의도대로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서 결과물이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 다른 주니어 디자이너에게 피드백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게 스스로 보일 때 등등. 파워 I이자 파워 후회인간인 나에게는 불쑥불쑥 생각나서 이불킥 하게 만드는 순간들이다.
이런 때를 모아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워낙 붙임성도 없고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이라 동료들과도 친해지는 데에 꽤 오래 걸리는 편인데, 이런 성격의 소유자라면 남과 끊임없이 얘기해야 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극 내향인인 나를 예로 들자면, 나는 회사 동료들에게 처음 슬랙(slack) 보내는 것도 너무 어려워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을 모아서 미팅콜을 보내는 것도 어렵다. 슬랙 답변이 오지 않으면 굉장히 초조해지고, 하루가 넘어가면 속으로 절규한다.
경력이 많아질수록 나의 디자인 퀄리티와 프로그램 쓰는 실력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소프트 스킬이 더 중요해진다. 아니지, 어떻게 보면 기존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소프트 스킬의 중요도가 올라왔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소프트 스킬은 쉽게 습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야말로 직접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스킬업을 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요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많이 등장하면서 마음만 먹으면(그리고 금전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면) 하드 스킬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 대신 소프트 스킬은 내가 마음먹고 성장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엇 이거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깨닫는다 해도 바로 스킬업을 위해 달리기 어렵다. 소프트 스킬은 소프트(soft)한 만큼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야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의 성격과 연관된 스킬이다 보니 쉽게 고치기 어렵다. 그래서 소프트 스킬 영역은 하드 스킬보다 더 어렵다.
디자이너의 소프트 스킬
소프트 스킬은 어떻게 보면 모든 직장인에게 필요한 역량일 수 있다. 흔히 얘기하는 [일잘러]에게 보이는 역량. 직군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이 사람하고 일할 때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이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의 특징. 이런 스킬을 디자이너에게 대입해 본다면 어떤 상황에서 이 소프트 스킬이 필요할까?
얘기하기에 앞서, 디자인은 작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나만을 위한 작품이 아닌, 사용자 또는 고객을 위한 제품(프로덕트)을 만든다. 애초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직업이다 보니 내가 일하는 과정에 [커뮤니케이션]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크게는 내가 일하는 과정 중 아래 2가지 과정에서 소프트 스킬이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다른 디자이너(팀장님이든 주니어든)와 피드백을 진행할 때.
둘째, 디자이너가 아닌 유관부서(마케터, PM 등)와 의견을 주고받을 때.
2가지 모두 디자인보다는 사람을 대했을 때인데, 이때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어떤 얘기를 했는지에서 [이 사람의 소프트 스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다들 처음에는 자신의 디자인에 이유 없이 고집을 피울 때도 있고, 마케터와 거의 감정적으로 싸우다시피 얘기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도 어느 순간부터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차분하게 동료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일한다. 그만큼 소프트 스킬이 성장했다는 뜻이다.
디자이너에게 무조건 디자인 전문지식 또는 스킬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국 그들도 직장인이고, 또 한 명의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소프트 스킬을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하드 스킬뿐만 아니라, 한 번쯤 나에게 부족한 [소프트 스킬]이 뭔지 돌아보고 이제부터 조금씩 그 스킬을 성장시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