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알럭스(R.LUX), 편리함은 럭셔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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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orld exhausted by rationality is finding delight in the discomfort zone. It’s time to revive our sense of wonder.”

편리함에 지친 세상은 이제 불편함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럭셔리를 위한 경이로움을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Future of Luxury,” a report from Backslash, 180 Luxe and TBWA\CULT, 2025


01.

알럭스(R.LUX), 편리함은 새로운 럭셔리가 될 수 있을까?

쉽고 편리한 소비 경험은 이커머스의 보편적 성질일 뿐 럭셔리 경험을 대변할 수 없다.

기존 앱 연동과 더불어 별도의 전용 앱으로 럭셔리 경험을 전하는 알럭스(R.LUX) © COUPANG
기존 앱 연동과 더불어 별도의 전용 앱으로 럭셔리 경험을 전하는 알럭스(R.LUX) © COUPANG

쿠팡이 럭셔리 뷰티·패션 버티컬 서비스 ‘알럭스(R.LUX)’를 선보이며 럭셔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알럭스(R.LUX)는 로켓(Rocket)배송과 럭셔리(Luxury)의 합성어로 빠른 배송으로 전에 없던 럭셔리 경험을 선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쿠팡은 가격 경쟁력과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바탕으로 이미 탄탄한 충성 고객을 확보했고, 소비자 혜택을 앞세운 락인 전략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쿠팡은 2025년 6월 3362만 명이 넘는 월간 사용자 수(MAU)를 기록하며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알럭스는 이러한 MAU를 바탕으로 럭셔리 카테고리에서의 신규 매출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필품과 식료품을 취급하던 쿠팡에서 럭셔리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업의 수익성 측면에서 이런 행보는 매우 합리적이다. 쿠팡은 역대급 매출에도 영업이익률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쿠팡에게 패션과 뷰티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특히 저마진의 생필품 및 식료품에 비해 고마진, 고가의 럭셔리 상품은 수익성 개선에 상당한 강점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올리브영과 컬리, 무신사를 비롯한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럭셔리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쉽고 편하게 만나는, 내가 찾던 럭셔리’는 알럭스의 핵심 메시지이다. © COUPANG
‘쉽고 편하게 만나는, 내가 찾던 럭셔리’는 알럭스의 핵심 메시지이다. © COUPANG

그렇다면 쿠팡이 선보이는 경험은 무엇이 다를까? 제일기획에서 진행한 R.LUX의 캠페인은 ‘NEW RULE, NEW LUXURY’라는 콘셉트로 럭셔리 뷰티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핵심 메시지는 고객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원하든 엄선한 상품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기존 백화점 중심의 럭셔리 경험에 비해 더 쉽고 빠른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알럭스가 내세운 차별점이다.

과연 로켓배송은 새로운 럭셔리 경험이 될 수 있을까? 쉽고 빠른 구매 경험은 쿠팡의 성장을 주도한 강점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이커머스 플랫폼에 요구되는 기본 덕목이 되었다. 무엇보다 구매 경험만으로 럭셔리 경험을 전하기는 불가능하다. 애초의 럭셔리 경험의 가치는 제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철학과 감성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매장, 편안한 공간에서 제공되는 차와 커피, 고객의 취향을 고려한 친절한 상담, 브랜드 내러티브를 담은 콘텐츠와 몰입감 있는 문화 경험 등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형성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평범한 브랜드를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02.

럭셔리의 본질은 소비가 아닌 목적성에 있다.

럭셔리는 일상적 경험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특별한 여정이 되는 비일상적인 경험이다.

지역의 고유성에 브랜드의 정수를 담은 이솝의 공간은 고객의 일상에 비일상적 영감을 선사한다. © Aesop
지역의 고유성에 브랜드의 정수를 담은 이솝의 공간은 고객의 일상에 비일상적 영감을 선사한다. © Aesop

백화점에 있는 럭셔리 상품을 집 앞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했을 때, 과연 편리한 제품 구매 경험을 럭셔리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럭셔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여정이 되는 경험을 의미한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럭셔리 브랜드를 구성하는 풍성한 경험 중 극히 일부만을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다.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해 감도 높은 브랜드 경험을 전하는 모습도 결국 이러한 한계를 드러낸다. 삶의 모든 경험이 시간과 공간을 매개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공간이 럭셔리 경험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이커머스의 성장과 함께 온라인에서의 럭셔리 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럭셔리한 경험을 찾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간편함이 보편적 가치가 된 이 시대에 불편함은 외려 럭셔리의 본질이 무엇인지 상기시킨다. 결국 럭셔리의 핵심은 평범한 일상의 경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동과 퀄리티 높은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있다.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고 편안한 집에서 벗어나 특정 장소를 방문하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쿠팡의 알럭스는 고객의 일상 속에서 언제든 경험할 수 있는 쉽고 빠른 럭셔리 소비를 이야기하지만, 럭셔리 브랜드는 일상에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비일상적인 감동을 전하기 위해 고객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초대한다.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매장의 인테리어와 가구, 직원의 환대, 향기와 음악 등 브랜드 고유의 언어로 세심하게 설계된 감각적 터치는 고객의 일상에 특별한 영감을 선사하고 정서적 유대를 형성한다. 이러한 연결의 경험들이 모여 비로소 럭셔리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를 형성한다.

브랜드 감성을 미식 경험으로 연결한 헤롯 백화점 프라다 카페 © PRADA
브랜드 감성을 미식 경험으로 연결한 헤롯 백화점 프라다 카페 © PRADA

이커머스 플랫폼이 럭셔리의 진정성을 전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만으로 특별한 감동과 즐거움이 되는 고객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빠른 배송 서비스와 정품 유통에 대한 신뢰는 모든 이커머스가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지 럭셔리 경험이 될 수 없다. 알럭스의 과제는 럭셔리 브랜드가 제공하는 세심한 배려와 환대, 개인의 취향에 집중하는 퀄리티 높은 시간, 감각적이고 몰입감 있는 공간을 대체할 만큼 특별한 경험을 만드는 일이다.

보편성을 넘어서는 럭셔리 경험은 개성과 취향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시장 전반에서 관찰되는 취향의 파편화는 수요와 공급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럭셔리 시장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잘게 쪼개진 수요의 크기만큼 럭셔리 브랜드의 위상은 낮아지고, 과거 럭셔리를 대표하던 브랜드조차 누군가에게는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다. 소수의 브랜드가 독점했던 지위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브랜드들이 대체하고 있다. 이는 변화에 민감한 이커머스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고객의 경험을 확장하는 새로운 콘텐츠와 일상의 퀄리티를 높이는 큐레이션을 제공한다면 럭셔리 브랜드가 오프라인에서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세심한 취향 큐레이션을 내세우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널리 알려진 명품 브랜드를 제안하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 불쾌한 판촉 행위와 다를 바 없다. 편리한 구매를 넘어 세분화된 개인의 취향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는 브랜드 선별로 탐색의 과정 자체가 감동이 되는 럭셔리 경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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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더 많은 인사이트 보러가기 : https://brunch.co.kr/@alk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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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수
글쓴이

신광수

브랜딩 전문가, 전략 기획자 겸 BX 디자이너. 브랜드에 남다른 비전을 제시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고유한 언어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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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원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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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수

Brand Strategist / Lead BX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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