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08월 1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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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년 전으로 회귀합니다
신세계백화점이 새로운 온라인 쇼핑 채널, ‘비욘드신세계’를 공개했습니다. 기존엔 단순한 정보 제공용에 가까웠던 공식 애플리케이션에 쇼핑 기능이 처음으로 탑재됐는데요. 이제 앱에서 직접 결제까지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졌고, 이를 두고 “SSG닷컴의 배송과 결제 시스템을 신세계백화점 앱에 이식했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구조는 다시 말하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통합해 SSG닷컴을 만든 2018년 이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즉, 7년 전처럼 온라인 채널을 다시 분리하겠다는 건데요. 언뜻 들었을 때 쉽게 납득이 가는 전략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는 결국 SSG닷컴의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뜻일 수밖에 없고요. 신규 기능 론칭에 따른 개발 비용은 물론, 지속적인 운영과 마케팅까지 막대한 자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건, 비욘드신세계에서 발생한 구매 금액의 50%를 신세계백화점 VIP 선정 기준에 반영하겠다는 파격적인 정책도 함께 발표됐다는 점인데요.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이긴 하지만, 기존 오프라인 핵심 고객층까지 적극적으로 끌어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셈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정성은 그간 SSG닷컴에는 거의 보여준 적이 없다는 사실,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온라인에선 흩어지면 안 됩니다
이번 비욘드신세계의 론칭을 두고 업계에선 ‘계열 분리의 신호탄이 아니’는 해석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어차피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으로의 분리를 앞두고 있고, 이를 위해선 양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SSG닷컴’의 정리가 먼저 이뤄져야 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지분율이 더 높은 이마트가 SSG닷컴의 지배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비욘드신세계는, 그런 상황에 대비해 신세계백화점이 독자적인 온라인 채널을 미리 확보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는 거죠.
물론 신세계백화점 측은 이런 해석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비욘드신세계는 SSG닷컴과 별도 결제·배송 시스템을 갖춘 독립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계열 분리와는 무관하다’며, ‘단지 SSG닷컴 외에 백화점 상품을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 하나 더 생긴 것뿐’이라고 설명했죠. 하지만 만약 계열 분리 이슈가 없었다면, 이처럼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전폭적인 밀어주기가 가능했을까요? 개인적으론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의욕적으로 론칭은 했지만, 비욘드신세계가 진짜 대안 채널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미지수입니다
실제 오픈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앱의 방문자 수는 확실히 늘어났거든요. 다만 SSG닷컴 수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고. 더욱이 중장기적으로 봐도, 이번 전략은 지배구조 관점에서는 이해될 수 있어도 디지털 전환의 관점에서는 분명한 ‘악수’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입지 자체가 유입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다채널 전략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얘기가 다릅니다. 고객 접점을 최대한 압축하고 집중시켜야 데이터도 쌓이고, 구매 전환도 효율적으로 일어나죠. 물론 가격이나 상품력, 배송 속도 등으로 차별화할 수는 있지만, 결국 고객을 모으기 위해선 지속적인 마케팅 비용이 필수적으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신세계그룹은 이 중요한 ‘온라인 접점’을 지나치게 분산시키고 있습니다. 기존 통합 채널인 SSG닷컴, 인수한 G마켓·옥션, 그리고 새로 생긴 비욘드신세계까지. 고객을 끌어모아야 할 채널이 많아졌고, 그만큼 마케팅 자원도 분산되어 각각의 플랫폼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죠.
사실 정말 디지털 전환을 성공시키고 싶었다면, 토스처럼 ‘슈퍼앱 전략’을 차용했어야 합니다. 고객이 한 곳에서 모든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몰아주는 방식이죠. 그런 점에서 비욘드신세계는 만들지 말았어야 하고, 개인적으론 G마켓과 SSG닷컴도 통합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결단은 늦었고, 방향성 없이 채널만 늘어난 지금은 SSG닷컴과 G마켓의 존재감마저 점점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계열 분리 이슈까지 더해지며, 신세계백화점 입장에선 더 이상 독립을 망설일 이유도 없어졌겠죠.
이해관계를 하나로 합쳐야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비록 오답을 선택했더라도 감점을 덜 받으며 다음 라운드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는 디지털 전환을, 백화점과 마트가 각각이라도 제대로 해내려면 이미 성공적인 성과를 낸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그렇죠.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기반 리테일 중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낸 케이스고, 다이소는 최근 눈에 띄는 속도로 온라인 채널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첫째는 강력한 리더십. 올리브영은 승계 이슈로 인해 디지털 전환에 더욱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고, 다이소는 창업주가 여전히 회사를 직접 이끌며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죠. 이 점에선 다행히 오너십이 있는 신세계백화점 역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둘째는 조직 구조입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 모두 직영점 비중이 높아,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 이해관계 충돌이 적었습니다. 덕분에 전사적으로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며 빠르게 디지털 전략을 실행할 수 있었고요. 바로 이런 일관성과 집중력이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끌어올린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신세계백화점도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제 이마트와의 통합은 구조적으로 어렵게 됐지만, 오히려 백화점 부문만 떼어 놓고 보면 지금이야말로 정리를 시작하기 좋은 타이밍일 수 있습니다. 다만 최소한 내부적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고, 충돌이 아닌 협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할 겁니다. 그래야만 디지털 전환에 집중할 수 있고, 온라인에서도 다시 한번 제대로 된 승부를 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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