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사용하면 정말 바보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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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줄요약!

1. MIT에서 에세이를 작성할 때 AI를 활용하면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실험했어요.

2. AI 활용 시 뇌의 연결성 약화, 글의 독창성 약화 등이 두드러졌어요.

3.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닌,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다시 한번 마주한 질문

과거 우리는 수십 개의 전화번호를 줄줄 외웠고, 내비게이션 없이도 길을 잘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일상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는 1~2개가 될까 말까 하고, 내비게이션 없이는 자주 가던 길조차 헤매는 일이 많아졌는데요.

이런 변화를 두고, 누군가는 말합니다. 스마트폰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었다고요.

정말 그럴까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뇌는 암기 대신 다른 영역으로 능력을 확장시켰습니다. 전화번호나 길을 외우는 대신 더 복잡한 앱 인터페이스를 직관적으로 다루고, 정보를 빠르게 찾고 평가하는 능력을 키웠습니다. 결국 능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재배치’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한 번 비슷한 질문 앞에 놓였습니다. 이번엔 AI가 그 주인공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일상생활부터 업무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AI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과연 이번에도 우리는 여전히 바보가 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MIT 조사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AI는 두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25년 6월, MIT Media Lab에서 “Your Brain on ChatGPT“라는 제목의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연구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글쓰기가 우리의 뇌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실험 조건.png
출처 : Your Brain on ChatGPT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54명의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같은 조건에서 세 번의 ‘에세이(글쓰기)’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4번째 세션에서는 그룹을 바꿔 교차 실험을 했는데요. 실험에 참여한 그룹은 다음과 같습니다.

– LLM 그룹 : ChatGPT 사용

– 검색엔진 그룹 : 구글 사용 (AI 검색 금지)

– 브레인 그룹 : 어떤 도구도 쓰지 않고 직접 작성

각 세션에서는 글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아니라 뇌파(EEG), 언어 패턴 분석(NLP), 인터뷰 등을 통해 다각도로 평가됐는데요. 총 206 페이지에 달하는 리포트에서 오늘은 핵심적인 내용만 추려서 공유해 보겠습니다.


AI가 뇌 연결망을 약화시킨다

가장 먼저 뇌파검사(EEG)를 통해 뇌의 연결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연결성이 높다는 것은 뇌의 한 영역이 다른 영역에 강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인데요. 연구에서는 dDTF라는 지표가 사용됐으며, 수치가 높을수록 뇌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 브레인 그룹 dDTF : 0.053

– LLM 그룹 dDTF : 0.009

분석 결과는 극명했습니다. 특히 좌측 두정엽(P7)에서 우측 측두엽(T8)으로의 연결을 확인한 결과, 브레인 그룹이 연결성이 LLM 그룹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 실험의 p-value 값은 0.0002로, 일반적으로 p-value가 0.05 이하만 되어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로 간주되며, 이 수치는 우연히 발생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브레인 그룹은 79개, LLM 그룹은 42개의 유의미한 연결성을 보였습니다. 이는 곧, 도구 없이 글을 쓸 때 뇌의 다양한 부위가 훨씬 더 많이 협력하여 활발히 작동했다는 의미인데요. LLM을 활용했을 때 지금 당장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습과 사고력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입니다.


창의성은 줄고, 유사성은 늘고

완성된 글의 내용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각 참가자의 작성된 에세이를 자연어 처리(NLP) 기법으로 분석해 보았는데요. 그 결과 LLM 그룹의 글에서 유사도가 현저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제 전개 방식, 단어 선택, 논리 구조가 매우 비슷했는데요. 연구진은 이를 두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의 균질성’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엔티팉.png
출처 : Your Brain on ChatGPT

특히 사람, 이름, 장소, 연도, 정의 등 특정하게 명명된 엔티티 사용 빈도에서 그 차이가 컸습니다. LLM 그룹이 예상대로 엔티티를 가장 많이 사용했고, 검색 그룹은 이보다 절반 수준, 브레인 그룹은 LLM 그룹 대비 60% 적게 사용했습니다.

이는 곧, LLM을 활용할수록 글은 데이터베이스처럼 정형화되고, 도구에 의존하지 않을수록 글은 개인의 경험과 시선, 가치관이 더 반영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흔히 LLM의 도움을 받기만 할 뿐 최종 선택은 스스로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글에 대한 주인의식도 사라졌다

마지막 실험의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스스로 작성한 글에서 한 문장을 인용해 보라”는 요청에 대해,

– LLM 그룹의 83%가 실패했고,

– 검색 그룹은 비교적 잘 인용했지만,

– 뇌만 사용한 그룹은 거의 모두 정확히 대답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참가자가 AI가 제시한 단어를 읽고 선택했을 뿐 자신의 기억 네트워크에 통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LLM 그룹의 한 참가자는 “절반은 내가 쓴 게 아니라, ChatGPT가 쓴 것 같다”라고 답했는데요. 결과적으로, 글을 쓰고도 ‘내 글이다’라는 소유감이 약해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글쓰기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특히 에세이는 더욱 그렇습니다. 자신의 개성과 생각이 잘 드러나야 하는데요. 실험의 결과를 비춰봤을 때, AI 의존이 습관화된다면 어쩌면 사람은 사고의 주체가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전달하는 매개자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AI를 포기해야 할까?

연구 결과만 보면, AI는 마치 우리의 뇌를 나태하게 만들고, 글의 다양성을 빼앗으며, 소유감까지 악화시키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가 AI 사용 자체를 금지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연구진은 “맹목적 의존이 문제이지, 도구 자체는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같은 스마트폰을 쥐어주더라도 누구는 게임만 하는 반면, 누구는 이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거나 학습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도구는 같아도, 그것을 쓰는 태도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AI 비판.png
생성 : ChatGPT-5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글쓰기에서 구조를 잡고, 문장을 다듬고, 초안을 뽑는 반복적 작업은 충분히 AI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 뇌는 아무런 학습도, 사고도 하지 않은 채 정지된 상태에 머물 수 있습니다. AI가 준 초안을 읽고 “이 논리가 타당한가?”, “다른 관점은 없는가?”, “내 경험과 생각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등의 되묻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 실험은 우리에게 조용한 경고를 던집니다. 편리함만 쫒다 보면 정말로 바보가 될 수 있다고요.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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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원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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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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