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5년 08월 2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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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다이소’가 너무 많습니다
다이소가 잘 나가긴 하나 봅니다. 요즘 ‘게 섰거라 다이소’류의 기사들이 부쩍 늘었거든요. 다이소가 건강기능식품으로 화제를 모으자 CU와 GS25가 곧바로 가세했고, 특히 GS25는 다음 달부터 전국 500여 개 점포에 건강·뷰티 전문 매대를 들이며 화장품을 평균 3천 원대에 판매하겠다고 했죠.
여기에 이마트도 자체 브랜드 ‘오케이 프라이스’를 내놓고 전 상품을 5천 원 이하 균일가로 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콘셉트만 봐도 이들이 겨냥하는 건 분명 다이소입니다.
이처럼 다이소가 곳곳에서 거론되고, 이를 벤치마킹한 서비스가 쏟아지는 건 그만큼 인기가 치솟았다는 방증입니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 속에서 ‘가격’이라는 무기가 더 또렷해 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 가지는 짚고 가야 합니다. 다이소의 성공에서 가격이 차지하는 몫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건데요. 사람들은 분명 가격 때문에 다이소를 찾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이소보다 싸게 판다고 해서 다이소만큼 성공하진 못합니다. ‘더 싸게’만으론 ‘다이소처럼’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신뢰, 접근성, 구색의 삼박자
그렇다면 우리는 왜 굳이 다이소를 찾을까요? 핵심은 세 가지, 신뢰·접근성·구색입니다.
먼저 신뢰입니다. 다이소는 ‘가장 싸다’가 아니라 ‘싸도 믿을 만하다’를 팔아요. 대부분의 상품을 자체 기획·직매입으로 관리해 최소 품질선을 맞추고, 그 기준을 매장 전체에 일관되게 적용합니다. 만약 사람들이 오로지 가격만 보고 움직였다면 알리익스프레스·테무가 급성장하던 시기에 다이소는 흔들렸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죠. 가격 이상의 가치를 품질 신뢰로 만든 겁니다.
다이소는 가격 경쟁력 이외에도 신뢰도나 접근성 확보에도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접근성입니다. 집·학교·직장 근처 생활권 안에서 ‘걸어가서 바로 살 수 있는’ 곳이 다이소예요. 온라인이 더 싸 보일 때도 많지만, 당장 필요하고 배송비를 내야 하거나 최소 주문을 채워야 한다면 사람들은 가까운 다이소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대형마트는 생활권 내에 드물어 대안이 되기 어렵고, 그 정도 거리면 차라리 온라인을 택할 겁니다.
마지막은 구색입니다. 편의점은 접근성은 뛰어나지만 공간 제약 때문에 취급 품목이 얇습니다. 생활필수품 외 카테고리를 넓히려 해도 면적·회전율·가격 정책의 한계가 금방 드러나요. 반면 다이소는 생활소품부터 시즌 굿즈, 문구·뷰티 보조제품까지 ‘있을 법한 것’과 ‘이런 것도 있네’를 동시에 채워 둡니다. 그래서 급할 때도, 그냥 둘러볼 때도 이유가 생기죠.
정리하면, 다이소의 힘은 ‘싼 맛’ 하나가 아닙니다. 믿을 만한 품질, 걸어서 닿는 거리, 생각보다 넓은 구색이 함께 맞물릴 때 비로소 다이소가 됩니다.
겉만 흉내 내면 탈이 납니다
다이소가 ‘싸게 팔면서도 돈을 버는’ 건 철저한 계산의 결과입니다. 먼저 가격을 정하고 그 가격에 맞춰 상품을 역으로 설계해 왔고, 전국 1,500개가 넘는 매장 규모를 바탕으로 원가를 낮추는 길도 깔아 뒀죠. 그래서 할인 없이도 균일가로 팔며 안정적인 마진을 냅니다. 이런 뼈대 없이 몇 가지만 ‘반짝 초저가’로 내면 매출은 잠깐 오를지 몰라도 이익은 줄고, 손님 기대치만 높아져 되레 손실이 커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실패 사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마트의 전문점 ‘삐에로쑈핑’은 한때 엄청난 화제성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불과 2년 만에 사라지고 말았는데요. 7개까지 매장을 늘렸지만 늘어나는 손실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매장 구성과 상품은 벤치마킹했던 돈키호테처럼 꾸몄지만요. 점포마다 자율적으로 동네에 맞게 상품을 직접 고르고 가격도 빠르게 손보는 권한을 주는 핵심 운영철학을 이식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볼거리’는 있었지만 ‘이를 계속 돌아가게 하는 구조’는 부재했던 거죠. 이처럼 화제성 대비 체질은 약했기에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겁니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다이소의 성공을 재현하려면 상품을 단지 싸게 파는 걸 넘어서, 일관된 가격 정책을 지탱할 수 있는 뒷단의 운영 요소들까지 갖춰야 한다는 거죠.요즘 늘어나는 ‘다이소 스타일’의 시도들은 이러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 되고요. 앞으로는 겉모습만 베끼기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설계로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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