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의 마케터는 올라운더가 되어야 합니다. 콘텐츠, 퍼포먼스, 그로스, 브랜드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케팅’을 찾기 위해 뭐든지 실행할 수 있어야 하죠. 그 실행에 필요한 역량이 있으면 스스로 배우고 습득하면서 나아가야 하고요.
AI, 강의 등 무언가를 배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넘쳐나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특정 역량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가 ‘그 일을 오래 해오신 분들의 책’이라고 믿습니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그분이 거쳐온 생각의 흐름과 과정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마케팅을 포함한 모든 일의 기본인 글쓰기, 그중에서도 카피라이팅 영역에서 저에게 좋은 통찰을 안겨준 책 내용을 소개합니다. 감에만 의지하지 않고 좋은 카피를 쓰는 구조적인 방법을 익히실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시작해 볼까요?

*이번 글에서의 소개하는 모든 프레임워크와 예시의 출처는 모두 이태호 저자님의 책 [이 카피 누가 쓴 거예요?] 임을 밝힙니다.
좋은 카피는 아래 두 영역에서의 무기들이 화자의 의도에 맞게 조합됐을 때 나옵니다. 이 무기들을 알고 있으면 카피를 ‘소재’와 ‘화법’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막연히 ‘느낌이 좋다’를 넘어 그 카피가 좋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죠.
당연히 카피를 쓸 때도 이 두 가지 관점에서 고민을 시작하게 되고요.

책에서는 이 무기들을 가상의 스토리에 입혀 쉽고 재밌게 설명합니다. 저는 핵심과 사례만 간추려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책 전체를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술술 읽히기 때문에 초보자분들도 쉽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무엇을 말할 것인가 (=소재)
1. 팩트
우리가 판매할 제품, 서비스에 관련된 모든 숫자를 다 적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들을 사람들에게 와닿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이 글을 볼 사람들의 상황, 환경을 생각하면 같은 숫자도 더 매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숫자가 많지 않다면, 숫자 다음으로 확실한 ‘사실’에 기반해 카피를 적어보세요.
- 1분에 1대씩 팔리는 스마트 모니터
- 3시 3끼 다 시켜도 배달비 0원
- 1월 고성의 해는 아침 7시 42분에 뜹니다.
비교적 늦은 아침에 일출을 맞이할 수 있죠.
[지금 50% 할인 가격으로 예약하기] - “사장님, 이게 무슨 물인가요?”
손님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물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백소정은
특제 보리차를 손님들께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2. 선긋기
상징과 비유를 사용해 우리와 다른 대안들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우리를 경쟁사들과 다른 존재로 인지시키는 것이죠. 우리가 가진 강점이 왜 고객에게도 좋은지 와닿게 만들어야 합니다. 당장 지갑을 열어야 할 때보다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을 할 때 조금 더 적합합니다.
- 별도 콩도 질렸다면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겨냥한 맥카페의 카피) - 침대를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
일룸처럼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
(독자적인 연구 끝에 개발한 모션 베드임을 강조) - 가구를 만듭니다.
(다른 곳은 가구를 만들지 않고 조립하거나 유통만 한다는 메시지)
3. 선도성 (=남들보다 앞장서서 이끌어 가려는 성향)
모든 카피는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임팩트가 달라집니다. 예쁜 말, 거창한 말을 남발하지 말고 우리가 실제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활용하세요. 우리가 1등이라면 1등의 이미지를 더 공고히 심어주세요. 1등이 아니라면 특정 분야에서의 1등 이미지를 심어주세요. (물론, 그 말에 맞는 행동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 카드의 방향을 바꾸다
(세로형 카드를 출시한 현대카드) - 사자가 자세를 바꾸면, 밀림이 긴장한다 (벤츠)
- 바꾼 것은 오직 하나, 전부입니다. (아이폰)
- 밥보다 맛있는 밥 (햇반)
4. 대세감
‘모두가 쓰고 있다’, ‘(쓰지 않는) 너는 뒤처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카피에 녹여냅니다. 빅 모델, 밈 등 실제 대세인 무언가를 접목하거나 대중들이 대세라고 느끼는 현상 혹은 감정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 누구에게나 언니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강남언니)
- 스투피드 워치, 오직 당신의 손목에만
(아날로그 시계를 차는 사람에게 스마트워치의 대세감을 강조) - 여러분 저는 퇴근합니다.
열일하던 막내의 이름을 버리고
인싸의 라이프를 찾아 떠납니다
(정관장의 이누야샤 퇴사짤 활용)
5. 위협소구
우리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오게 될 부정적인 결과, 감정이 떠오르도록 씁니다. 우리 제품이 ‘연고’가 될 수 있는 상처를 주세요. 단, 결과를 위해 거짓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위협에도 위트와 젠틀을 섞을 수 있습니다.
- 속 태우지 마 (어서 우리 선크림을 발라)
- 지금이 첫차다 (어서 우리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
- 수면의 질은 이불이 결정합니다 (짧게 자더라도 잘 자고 싶다면 우리 이불을 써)
어떻게 말할 것인가 (=화법)
6. 반복
눈길을 끌 수 있는 단어, 문장의 구조 등을 반복해 리듬을 만들어보세요. 반복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카피를 쓰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말하면 사람들은 더 집중해서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 기준은 팩트입니다. 선택은 우루사입니다.
- 카레가 맛있으려면, 카레가 맛있어야죠.
- 꽃게 싸게 줄게
7. 말장난
우리 브랜드의 성격, 보는 사람의 상황을 고려한 말장난을 구사해 보세요. 숨겨진 의미가 있어도 좋고, 꼭 의미가 없어도 좋습니다. 때로는 진지한 농담이 더 뇌리에 깊게 박힙니다.
- 당신을 살 떨리게 만들 단 하나의 ‘불룩’버스터 (365mc)
- 초당 옥수수는 초(달달하)당
- 반으로 갈라쇼 (50% 세일 행사의 이름)
8. 격차
조합이 낯설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쓰고 싶은 대상과 정반대의 무언가를 나열한 뒤 연결고리를 찾아 이어 보세요. 격차를 활용하면 글에서 뿐만 아니라 말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습니다.
- 같지만 다른 은행 (카카오뱅크)
- 최고는 최후에 온다 (아파트 분양 광고)
- 행운이 반복되면 실력이다 (기아 K7)
9. 반전
보는 사람의 기대와 예상을 깨는 카피를 쓰세요. 반전의 스케일이 영화나 드라마만큼 클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시작했으면 이제 이런 게 나오겠지’라는 예측이 빗나가게만 만들면 됩니다.
- 탕수육은 찍먹도 부먹도 틀렸다. 더먹이 정답이다.
- 껍데기는 가라. 100% 순살 간장 게장
- 불 편해야 좋은 가스레인지
10. 베네핏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듣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쓰세요. 결국 상대방을 더 많이 헤아리는 사람이 이기는 카피를 쓸 수 있습니다.
- 죽 먹을 일은 언젠가 꼭 생길 테니까
(건강한 사람들이 본죽 상품권을 미리 구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베네핏 상기) - 행운은 나눌수록 커진대요!
(공유하기 CTA와 함께 배치해 상대가 공유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베네핏 강조) - 땅끝마을 해남에서 꿀고구마 무료배송 갑니다
(맛있는 해남 고구마를 배송비 없이 받을 수 있다는 베네핏을 강조)
좋은 카피는 그 카피 내용을 말하는 화자에 의해 완성됩니다. 카피 그 자체만 볼 때보다 그 카피의 주인을 함께 봤을 때 더 강하게 와닿는 카피들이 많습니다. 그 화자(개인 혹은 브랜드)의 이름, 성격, 이미지, 만든 제품, 발행하는 콘텐츠, 그 외 기존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만들어진 인식 등이 그 말에 무게를 실어주기 때문입니다.
다정한 화자가 다정한 카피를 씁니다. 강한 화자가 강한 카피를 씁니다. 정말 좋은 카피를 쓰고 싶다면 위의 열 가지 무기와 함께 ‘나(혹은 우리 브랜드)’라는 화자를 갈고닦으세요. 우리가 해온, 매일 하는, 그리고 앞으로 할 행동들이 우리가 하는 말의 임팩트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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