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었지만 <F1 더 무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얼마 전 <F1 더 무비>를 보고 왔는데 참 재미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진짜 F1 선수들이 까메오로 출연해 반갑기도 했고,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의 긴장감과 재미를 정말 잘 표현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F1 더 무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브레드 피트가 연기한 ‘헤이즈’와 댐슨 이드리스가 연기한 ‘조슈아’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조슈아는 이제 막 F1에 데뷔한 젊고 패기 넘치는 신인 드라이버입니다. 헤이즈는 오래 전에 은퇴한 나이 많은 드라이버이지만, 친구의 부탁으로 젊은 조슈아와 팀 메이트가 되어 다시 F1 레이싱에 참가하게 됩니다.
헤이즈와 조슈아는 영화 내내 반복하지만, 결국 팀의 승리를 만들어 냅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조슈아가 헤이즈를 보며 삶에 대한 무언가를 깨닫기도 하고요.
조슈아 뿐만이 아닙니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브레드 피트가 연기한 헤이즈의 매력에 푹 빠진듯 합니다. 헤이즈가 레이싱을 대하는 태도에는 낭만과 바이브가 가득하거든요. 영화 속 브레드 피트가 내린 결정들은, 그렇지 못한 현실에 있는 우리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동경의 대상이 됩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레이서가 우승을 위해 목숨을 걸고 F1 머신에 올라 탔습니다. 허투른 결심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왜 우리는 브레드 피트가 연기한 헤이즈에게 이토록 큰 매력을 느낄까요?
낭만과 바이브는 목적이 이끄는 삶에서 나옵니다.
영화 속에서 ‘돈이 중요한게 아니다’라는 브레드 피트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럼 뭔가 중요한데?’라는 똑같은 질문을 여러번 받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저 대답 없이 웃어 넘기고 말아요.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그 질문에 헤이즈가 말하고 싶었던 답이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알것 같습니다.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순수하게 몰입할 수 있는 목적’이지 않았나 싶어요.
젊은 조슈아는 영화 막바지까지 레이싱을 수단으로 생각합니다. 레이싱을 통해 명성과 인기를 얻고, 큰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매니저를 두고, 홍보에 신경쓰고, 중요한 사람들과 연줄을 만들려고 의도적인 노력을 합니다.
헤이즈는 레이싱 자체를 목적으로 둡니다. 그래서 헤이즈는 레이싱 외의 모든 것이 잡음이라 느낍니다. 잡음에 이끌리는 조슈아를 보며 ‘그냥 운전해’라고 말하기도 하죠.
헤이즈는 목숨을 걸고 레이싱 자체에 몰입하는 것을 순수한 목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레이싱 중에 눈 앞의 트랙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마치 세상에 혼로 남아 날아가는 듯한 몰입의 순간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그래서 팀이 처음으로 우승했을 때, 팀을 떠나 다른 레이싱을 찾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레이싱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조슈아와 대조되는 헤이즈의 모습을 보고, 순수한 목적이 이끄는 헤이즈의 삶에서 뿜어져 나오는 낭만과 바이브를 동경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조슈아를 비난 할 수는 없어요. 바로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이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수단으로 삼습니다. 이걸로 유명해 지거나, 이걸로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해요. 조슈아처럼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신경쓰고, 중요한 사람들과의 연줄을 애타게 구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질문이 뒤따릅니다. 그렇게 얻은 명성과 돈을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수단이 또 다른 일의 수단이 괴기도 하겠지만, 어떤 수단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이 질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나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헤이즈처럼 낭만 넘치는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저도 ‘현실’이라는 이유로 마음 속 어딘가에 닫아 두었던 상자 속에서 제가 예전에 품었던 순수한 목적들을 한번 살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