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생각보다 돈 많이 들지 않습니다.

작은 회사의 브랜드 사용법
2023-05-03

해당 아티클은 에디터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travlr/432

지난번에 대행사와 일을 해본 적 없는 작은 회사들의 이야기를 했죠. 우리도 브랜딩 한번 해보려고 만났는데, 로고부터 다시 만들라거나, 블로그 마케팅을 하라던가, 인스타그램 광고부터 시작하라고 합니다. 돈부터 쓰라는 거죠. 정작 우리는 아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도 없는 상태인데요.

이 사람들이 과연 내 고민들을 제대로 듣기나 한 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돈독이 오른 건가, 내가 호구로 보이나 싶죠. 하지만.. 대행사도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브랜딩을 처음 시작하는 업체의 입장에서야 방향성에 대한 조언이 제일 필요하죠. 하지만 친절하게 이런 조언을 한다고 해도 돈을 지불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기획이나 컨설팅 비용을 청구하면 섭섭해하죠. 아직 한 게 없는데 무슨 돈이 드냐는 거죠. 

그러니 (필요 이상으로) 뭔가를 자꾸 만들라고 하거나, 광고비를 쓰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만약 진짜 돈을 아끼고 싶으시다면 초기 기획에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나 혼자 공부할 자신이 없으면 주변에 조언을 해줄 사람이나 업체를 활용하시고 비용을 지불하세요.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작은 브랜드들은 이런 여러 어려움이 많은데도 최근에는 활기차게 브랜딩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작은 회사의 브랜딩이 왜 많아졌나 그 비결(?)을 알아본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도 좀 명확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 작은 회사들의 브랜딩이 유행인가?

한때 브랜딩이란 건 큰 회사들이 하는 거고, 작은 회사들은 주로 키워드 광고나 바이럴에 집중하는 것이 공식이었죠.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여기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단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성비가 떨어지다 보니 브랜딩으로 관심이 옮겨졌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근데 제가 보기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생각보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브랜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브랜딩의 ROI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브랜딩을 하기 전에 먼저 적절한 롤모델을 찾아봐야 한다고 했으니, 예를 하나 들어 보죠.

혹시 김창수 위스키 아시나요? 최근 김창수 대표가 ‘K-술’을 알리는 자문단에 위촉됐다고 하니.. 이젠 한국술(물론 위스키가 우리 전통주라는 건 아니고, 국산 위스키)을 대표하는 분이 됐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모르는 분이 훨씬 많았죠.

주로 한정판 판매를 하는 김창수 위스키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

주로 한정판 판매를 하는 김창수 위스키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

김창수 대표는 왜 대한민국엔 국산 위스키가 없을까?라는 질문 하나로 10년 넘게 위스키 공부를 하며 국산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험난한?) 과정들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 올렸죠. 물론 술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도 함께 공유했구요.

이 채널이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김창수라는 이름 자체가 위스키의 아이콘이 되어 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첫 위스키, 그것도 본인의 이름을 딴 김창수 위스키를 출시했을 때, 그야말로 대박이 났죠. (물론 한정판이라 많이 팔진 못했습니다만..)

이상하죠. 따지고 보면 정작 제품(위스키)은 아직 만들지도 않았는데, 또 과연 출시가 될 수는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브랜딩이 된 겁니다. 선브랜딩 후출시가 된 셈이죠.  

여기에 <요즘 브랜딩>을 위한 중요한 인사이트가 있습니다.

제품보다 중요한 건 우리 고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우리의 브랜드의 핵심적인 ‘가치’와 고객의 ‘관심사’ 사이를 이어 줄 수 있는 매개물이 콘텐츠가 되는 거죠. 김창수 위스키의 경우 ‘(대한민국) 위스키에 대한 열정과 집념’이 가치이고,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콘텐츠와 연결돼서 브랜딩이 된 겁니다.  

고객의 관심사와 우리 브랜드 사이에는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최프로)

전통적인 미디어라는 것은 돈을 내야(그것도 많이) 쓸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진입 장벽이 높았죠, 그 대신 그 안에서 일정량의 광고를 집행을 할 자금력만 있다면 인지도는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는 정보가 부족하니 인지도 있는 제품을 구매했고 지금까지는 그게 브랜딩이었죠. (아직도 그렇게 아는 분도 많죠) 

하지만 이제 공기처럼 언제 어디서나 서로 연결이 됩니다. 또 정보 접근성이 좋아져서 인지도가 곧 브랜딩인 것도 아니죠. 이제 우리의 타깃 소비자를 모을 수 있는 진짜 미디어(원래 뜻 그대로 보자면 두 개를 연결해 주는 매개물)의 역할은 콘텐츠가 대체하게 된 겁니다.

즉, 브랜딩을 위한 기본적인 매개는 콘텐츠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vs. 퍼포먼스 브랜딩.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해 아시나요? 우리가 집행하는 광고비용 대비 전환율을 높여 효율적인 광고비 집행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죠. 전통적인 마케팅은 이게 불가능했습니다. 트래킹(추적)이 되지 않으니 고객이 광고를 보고 온 것인지, 봤으면 또 어디에서 본 것인지를 알 수 없었죠.

이런 트래킹을 토대로 퍼포먼스 마케팅(그로스해킹)에서는 고객 여정을 AARRR이라는 깔때기 모델로 관리합니다. 우리의 고객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적절한 마케팅을 해서 다음 단계로 전환을 유도하는 거죠.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마케팅이 트래킹을 통해 전환율과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면, 브랜딩은요? 브랜딩도 퍼포먼스 브랜딩이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브랜딩도 AARRR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콘텐츠에 우리의 핵심 가치가 담아 브랜딩을 할 수 있습니다. (Ⓒ최프로)

AARRR 깔때기에 브랜딩을 적용해 보면 위와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에서 고객 획득(Acquisition)을 위한 장치는 콘텐츠가 되고, 이메일 구독이나 알림 설정 등이 고객 유지(Retention)에 해당하게 되는 거죠.

제가 앞서 브랜딩의 ROI가 높아졌다고 말씀드린 이유는 바로 이런 트래킹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브랜딩이라는 것이 막연한 호감이나 관심이었다면, 지금의 브랜딩은 실질적인 구독과 구매로 연결시키는 행위입니다.  

즉, 요즘 브랜딩을 아래와 같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왜 작은 브랜드의 브랜딩이 유행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죠.


이 글의 제목으로 돌아가 볼게요. 요즘 브랜딩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죠. 물론 김창수 대표는 전 재산을 털어 해외를 돌며 위스키를 공부하고, 증류소를 만들었죠. 나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셈입니다.

하지만 그건 브랜딩이 아닌 본질적 ‘가치’에 대한 투자입니다. 어떤 브랜드나 그런 본질적인 가치가 있죠. (역으로 말해 그것이 없다면 브랜드가 아닙니다. 당연히 브랜딩도 불가능하구요)

또 콘텐츠에도 돈이 들어가잖아요..라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혹시 빅브랜드들의 유튜브 영상이나 인스타그램의 멋진 사진들을 떠올리신 건 아닌가요? 브랜딩은 그런 포장이 아닙니다. 적어도 우리가 해야 할 브랜딩은요. 우리가 콘텐츠에 담아야 하는 것은 오직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입니다.

이걸 진정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전 진정성이라는 말은 ‘노력’과 오해될 소지가 있어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진정한 가치가 있느냐이지 진심을 담았나 같은 게 아니거든요.

향후 이런 전제로 브랜딩에 대한 연재를 이어가 볼 생각입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구독 부탁 드릴게요. (가급적이면 매거진 구독보다는 전체 구독으로~)

최프로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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