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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페> 저희도 나가봤습니다
<제일기획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이라면 모두 참가해 봤을 공모전이다. 수상을 한 적은 없지만, 나도 여러 번 출품했었다. 그중 하나의 출품작을 소개하고자 한다. 2022년 제43회 제아페에서 우리가 선정한 클라이언트는 배스킨라빈스였다. 당시 응모과제를 요약하자면 핵심은 다음과 같았다.
1)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낮은 1020 소비자에게
2) 무인, 배달 서비스가 증가한 상황에서
3) 스테디셀러 메뉴들을 Re-vitalization 하는 아이디어를 가져오라는 것이다.
어디서 독특해야 할까
공모전 하면, 특히 제아페 하면, 남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강하게 작용한다. 광고 아이디어에 창의성을 부여하는 방법 중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색다른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그러면서도 클라이언트와 너무나도 잘 들어맞는 매체를 활용한 수상작들을 많이 봐왔다. 그 안에 들어간 콘텐츠는 이차적으로 고려할 문제였다.
당시 트렌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가지 매체는 NFT와 세계관 마케팅이었다. 독특한 이름을 가진 스테디셀러 메뉴들을 홍보한다는 주제에도 잘 들어맞는 매체였다. 각 메뉴별로 컨셉을 잡아 NFT를 발행하거나 캐릭터를 잡아 세계관을 기획하는 방식이 생각났다. 실제로 관련된 아이디어를 논의하기도 했고, 공모전이 끝난 이후에는 유튜브에서 해당 매체를 활용한 출품작들을 접하기도 했다.
우리는 매체로 ‘영수증’을 일찌감치 골라 뒀다. 지금보다 영수증을 활용한 마케팅이 적던 시기였기에, 신선하고 흥미로운 매체였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주문한 아이스크림 메뉴에 따라 개인화된 콘텐츠를 담을 수 있다는 점에 꽂혔다. 영수증에는 선택한 메뉴마다 다른 콘텐츠가 담기며, 아이스크림이라는 식품의 소비 상황에 근거해 정서적인 효용(재미, 위로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배달앱에서 브랜드 메시지 주문하기
문제는 ‘영수증을 어떻게 줄 것인가’였다. 영수증을 매체로 한다면 중간 매체가 하나 더 필요했다. 배라 매장에서 영수증은 키오스크가 주고 있었다. 키오스크와의 상호 작용에서, 얼마나 신선한 경험을 선물할 수 있을까? 더욱 효과적인 매체를 찾다가 배달앱으로 방향을 틀었다. 배달을 시켜도 영수증은 온다.
영수증에 개인화된 콘텐츠를 담을 때에는 두 가지가 중요했다. 1) 가장 잘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 2) 소비자가 콘텐츠의 정서적인 효용을 느낄 상황에 놓여 있는지이다. 배달앱은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키오스크보다 앞섰다.
키오스크 주문 상황을 생각해 보면, 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단순하고 편리한 주문 과정만이 존재한다. 누군가가 뒤에서 기다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정서 등에 대해 묻는 건 유쾌한 경험이 아닐 것이다. 또한 소비자는 매장에서보다 배달 주문을 할 때 아이스크림의 ‘감정적인 효용’을 더 필요로 한다. 오프라인에선 만남을 위해, 또는 지나가다 더워서, 단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그리고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방문한다. 우리 콘텐츠를 즐기기에 적합한 상황은 아니었다. 집에서 혼자 아이스크림이 필요해서 주문할 때, 우리의 영수증 콘텐츠가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정적으로, 배달앱에는 키오스크보다 자연스럽고, 종류도 무궁무진한 옵션 추가 절차가 있었다. 아이스크림의 사이즈와 맛을 고른 뒤, 오늘이 어떤 하루였는지, 그래서 어떤 기분인지도 옵션 추가를 통해 물을 수 있었다. (마치 마라탕에 감자 사리를 추가하듯이 말이다)
달콤한 순간을 더욱 달콤하게, <베라 모먼트>
(아래 내용은 당시 우리의 PT보드를 그대로 인용했다.)
소비자가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배달 주문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기쁜 일이 있든 슬픈 일이 있든, 항상 지금의 순간을 더 나은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주문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배달 음식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여기에 주목했다. 아이스크림을 배달시키는 소비자에게 더욱 달콤한 순간을 선사할 수는 없을까?
소비자의 현재 정서를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개인화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배달앱의 옵션 선택 기능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아이스크림 주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라 모먼트>로 행동이 이어지도록 했다. 소비자는 자신의 상황과 기분을 선택하고, 이에 맞는 메시지가 영수증에 인쇄되어 제공된다. 영수증은 항상 아이스크림과 함께 배달되어 오는 물건으로, 별도의 매체를 활용하지 않으면서 소비자가 자신의 기분에 맞는 콘텐츠를 ‘주문’했다고 느끼도록 한다.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며 자신의 상황과 기분을 선택한 소비자는 사은품으로 스테디셀러 메뉴 블록팩과 함께, 선택한 메뉴를 소재로 한 메시지를 받게 된다. 자신의 기분에 맞추어 위로나 축하를 건네주는 <배라 모먼트>는 SNS에서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소비자의 정서 표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렇게 소비자의 자발적인 바이럴에 따른 스테디셀러 메뉴의 Re-vitalization을 기대한다. <배라 모먼트>는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의 짧은 순간을 더 달콤하게, 더 오래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고민의 시간이 버려지지 않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정말 열심히 했고, 개인적으로도 만족하는 아이디어이다. 이때의 실패가 스튜디오 와그작을 만들게 해 줬다. 공모전 출품 경력은 어디에도 남지 않으며, 어디에도 내세울 수 없다. 그러나 ‘광고 소매넣기 도전’은 실패하더라도 이렇게 콘텐츠가 되며, 몇 번의 소중한 성공 사례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최근 제44회 제아페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여기에 쏟은 모든 도전자들의 고민의 시간들이 버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진로를 결정하는 계기나 좋은 팀원을 찾는 시간, 혹은 우리처럼 새로운 도전의 동기가 되었으면 한다.
모든 경험은 경험 자체로 끝나지 않으며, 배우고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다만 공모전은 유독 더 소모적이고, 수상하지 못한 경우에는 얻어가는 것이 적어 허탈한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도전해 결국 꿈꾸던 공모전 수상을 해낼 수도 있다. 그러나 혹시라도 그러한 과정이 자신의 날카로움을 뭉툭하게 깎아내는 것처럼 느껴지고, 창의적인 것이란 무엇인지 회의감이 들게 한다면 다른 선택지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이지만, 스스로의 개성을 곧 창의성으로 만드는 도전의 길도 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그 길이 타협이 아니라 도전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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