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질문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자 묻는 질문이다. 둘째는 자신이 알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답을 생각해 보도록 유도하기 위해 묻는 질문이다. 그리고 셋째는 자신도 모르고 상대방도 모르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함께 답을 찾기 위해 던지는 질문이다.
이 세 가지 질문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질문에는 반드시 묻는 이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의도가 없는 질문, 다시 말해 목적 없는 질문은 질문이라 할 수 없다. 추운 겨울 집을 나서며 아이 춥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의미 없는 혼잣말에 불과하다. 혼잣말은 아무렇네가 내뱉어도 상관없지만 의도가 있는 질문은 적확한 때에 꼭 맞는 내용으로 던져야 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진짜 고수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 고수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자.
Ⅰ. 당신에게는 목표가 있는가
사람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목표를 갖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살마이다.
난 새로운 주제의 책을 쓰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한동안 재정의, 역설, 비유, 어원 등의 주제에 깊이 빠져서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고 생각을 정리해 글을 썼고, 이를 모아 책으로 완성했다. 몇 권을 쓰고 나니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달을 무위도식했다. 들어오는 일, 꼭 해야 하는 일만 했고, 내가 알아서 목표를 세우고 일을 하지는 않았다. 날씨가 더운 것도, 또 딸이 아이를 낳으러 와서 집에 머문 것도 일조했다.
그러다 보니 생활이 늘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도 할 일이 생각나지 않았고, 활기가 사라지고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목표를 세우고 나니 생활이 많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목표란 무엇일까? 목표는 내비게이션과 같다. 우리는 차를 타면 가장 먼저 내비게이션을 켜고 목적지를 설정한다.그럼 내비게이션이 알아서 목적지까지 안내를 한다. 목표가 없다는 건 시동을 켜고 움직이긴 하지만 어디로 갈지 모르는 것과 같다. 당연히 성과를 내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인생에 목표가 없다는 건 되는 대로 사는 것과 같다. 영어 단어 중 디재스터란 말이 있다. 이 단어의 어원을 보면 사라지다는 뜻의 Dis와 별이란 뜻의 aster로 구성되어 있다. 즉, 별이 사라지는 것이 재앙이라는 말이다. 나침반이 없던 옛날에는 항해할 때 북극성을 보고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면 별이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재앙이다. 목표가 없으면 사람은 게을러진다. 잠자리에서 일어날 이유가 없다. 목표가 있으면 벌떡 일어나 책상 앞에 안게 된다. 목표가 없으면 쉽게 흔들리고 방황한다.
목표가 생기면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위해 일을 한다. 목표는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목표를 안티바이러스 백신과 같다. 우리 주위엔 부정적인 정보가 넘쳐나지만, 목표가 명확하면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목표가 우리를 지켜주는 것이다. 또 목표는 잠재력을 발휘하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목표 없이 하루하루를 산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잠재력을 가졌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잠재력은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휘된다. 목표가 없으면 당연히 잠재력을 깨어나지 않는다.
Ⅱ. 질문도 알아야 할 수 있다.
주변에 걱정되는 사람들이 많다. 애들은 아직 어린데 회사에서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 역시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걱정만 할 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은 하지 않는다. 거기에 대한 이야기도 회피하기만 한다. 그들이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하는 유일한 일은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이미 회사를 드만둔 사람, 회사를 그만둘 예정인 사람들과 주로 어울린다.
그런 사람들과 놀면 얻는 것이 있다. 우선 자신만 이런 어려움에 처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는 데서 오는 위안이다. 혼자 당하는 것보다는 같이 당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그나마 위로가 된다. 재수가 좋으면 자신보다 훨씬 상황이 좋지 않은 사람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럼 내심 그래도 쟤보단 내가 낫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며칠간은 속 편하게 지낼 수 있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에 자신이 하던 일 외에는 아무 관심도 흥미도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호기심도 없고 질문도 없다. 그러니 발전할 계기도 없다. 이들의 수준은 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이 속했던 조직에서 경험한 것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비슷비슷한 사람들과 매일 밥을 먹고 등산을 하니 생각 자체도 거기에 머문다. 발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난 말이 통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다양한 소재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호기심이 많고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좋다.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통찰력을 갖고 계속 공부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상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뭔가를 물어보고 그 과정을 통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이 좋다. 반면 질문이 없는 사람, 호기심이 사라진 사람들과의 대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남 이야기하는 사람도 싫어한다.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돈의 팔촌 이야기를 길게 하는 사람은 질색이다. 정치인과 연예인을 주제로 오래 이야기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들을 보면 할 이야기가 있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불필요한 화젯거리를 자꾸 끄집어낸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호기심이 없고 질문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Ⅲ. 철저히 준비된 질문이 대화의 격을 높인다.
인터뷰의 핵심은 바로 질문이고, 질문의 핵심은 사전 준비다. 질문을 들어보면 그 사람이 준비된 선수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
나도 인터뷰 요청이 자주 오는 편인데, 누가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인터뷰의 품질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낀다. 주로 소통, 리더십, 채용 등의 주제인데 대부분의 경우 질문자들이 아무 준비 없이 제목만 갖고 온다. 인터뷰이인 내가 다시 질문지를 수정해서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 내가 질문하고 내가 답하는 격이다.
아무 준비 없이 하는 질문은 게으른 질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처음 만난 전문가 혹은 유명인에게 요즘 제일 고민되는 문제가 뭡니까?라고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난 아무 준비 없이 당신의 명망만 듣고 왔다. 그러니 아무 이야기나 한마디 해달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다. 이 질문을 받은 전문가가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은가? 처음 보는 사람, 아무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의 깊은 속을 털어놓을 것 같은가? 말도 안 되는 기대다.
나 같으면 절대 답하지 않는다. 인터뷰의 핵심은 질문이다. 그런데 알아야 질문할 수 있고 알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프로세스는 명확하다.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면 그 사람에 대해 공부할 것, 공부하다 보면 궁금한 게 생기는데 이를 질문으로 바꿀 것, 열심히 들으면서 또 다른 질문을 던지며 더 깊이 들어갈 것, 틈틈이 공감하고 자신의 생각도 살짝 곁들일 것. 이런 것이 내가 생각하는 인터뷰와 질문 간의 상관관계다.
세상에서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을 만나 한 시간 동안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 질문을 한번 적어보라.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써먹어 보라.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글을 마치며 ]
고수의 질문법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세 가지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았다.
첫 번째는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호기심이라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반대로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먼저 자각해야만 호기심이 생겨날 수 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면 호기심이 생겨날 수 없다. 자신이 아는 것만 계속 아는 것은 매우 편안한 일이다. 잘하는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실력을 갈고닦아서 전문가가 되는 것도 바람직한 자세이지만 그 외의 분야도 함께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오히려 전문가가 된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 외에도 다양한 방면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길만 오랫시간 동안 판 사람들 중에서 고수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종종 다른 분야에 대한 식견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심심치 알게 되고 놀란 경우가 많다. 반면에 전문가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고 약간의 발전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발전에 도취된 나머지 다른 것을 더 아는 것을 멈추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고수의 경지까지 올라가지 못하게 된다. 진정한 고수의 단계에 가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꼭 한 분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가지고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면 이제는 그것을 알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 이때에 말하는 공부는 자신이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부는 누군가가 시켜서 혹은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하는 시험이 아닌 스스로의 동기가 부여되어서 하는 공부를 말한다. 자신의 순수한 호기심과 동기 부여를 통해서 시작하게 되는 공부는 매우 강한 원동력이 되어 준다. 그리고 호기심에서 발현되고 자신이 스스로 하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는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나가게 된다. 한 가지 방향으로만 정해지지 않게 되고 새로운 방향으로도 뻗어나가게 되고 이는 매우 큰 발전을 이루게 되는 과정의 일환이 된다.
이런 공부의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책을 읽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서 스스로 깨우치고 새로운 독서를 하면서 정리하고 곱씹는 과정을 거치면 우리는 매우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자신의 관심사가 생겨서 언어를 새롭게 배우거나 운동을 한 가지 더 배우고 싶어서 하는 것이나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위한 공부나, 경제를 알기 위해서 고민해 보는 공부 독서 모두 이에 해당된다. 지금보다 독서를 하기에 더 좋은 시대는 없다고 보인다. 이 책의 저자도 눈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독서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이 모든 과정을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가 없는 사람은 공부를 할 이유도 없고 호기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 이럴 경우에 우리는 공부를 하지 않게 되고 궁금한 것도 점차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주변에 이미 익숙한 것에서만 생각을 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때문에 호기심을 갖는 자세를 갖거나 공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 왜 하고 싶은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목표가 된다. 그 공부를 통해서 내가 다다르고 싶은 상태가 무엇인지 어떤 상황이 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본다면 우리는 더 깊은 공부와 지속적인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강한 동기를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그것을 왜 달성하고 싶은지에 대해서고 고민하고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언제까지 할 것인지 그러면 당장 오늘은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언젠가 꾸준한 호기심과 공부를 통해서 고수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면 좋겠다.
* 참고 도서 : 고수의 질문법 (한근태)
* 박천욱님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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