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수집(3) 일요일 저녁은 이미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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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쿠텐 트래블 신문광고 (2007)

日曜日の夕方からは、
もう月曜日だ。

일요일 저녁 무렵부터는
이미 월요일이다.

팩트폭행이라고 하나요? 그렇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일요일 저녁의 마음에 제대로 펀치를 날리는 한방입니다. 월요일에 데이트가 있거나, 기다리는 택배가 있지 않은 한 일요일 저녁을 기분좋게 맞이하기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일요일 저녁의 무거운 마음을 ‘일요일 저녁 부터 이미 월요일’이라는 말로 표현한 카피라이터의 재치가 돋보입니다.

2. 캐논 카메라 잡지광고 (1980)

撮影は
獲物を殺さぬ狩りだ。

촬영은 사냥감을
죽이지 않는 사냥이다.

사냥감을 죽이지 않는 사냥. 피사체를 완벽하게 담아내기 위해 숨죽인채 조리개를 만지고, 포커스를 만지며 앵글을 잡는 사진가의 모습을 사냥감을 잡기 위해 웅크리고 적절한 타이밍을 재고 있는 사수(射手)로 표현한 카피와 메인 이미지가 인상적입니다. 이 카피를 제 SNS에 소개한 적이 있는 데, 한 디자이너 분께서 촬영을 뜻하는 단어 shoot이 총이나 활을 쏜다는 shoot에서 유래됐다고 일러 주셨습니다. 

3. 올림푸스 카메라 잡지광고 (1983)

写真家として森に入り、
詩人となって出ていった。

사진가로 숲에 들어가
詩人이 되어 나왔다.

약 40년 전에 나온 올림푸스의 카메라 광고 카피입니다. 오랫동안 조류사진을 남겨온 유명한 시마다 타다시(嶋田 忠) 작가의 사진 작품 위에 얹어진 한 줄의 문장이 예술의 경지입니다. 이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왠지 저 같은 사람도 예술적인 사진 작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4. 산토리 위스키 로얄 잡지광고 (1988)

ウイスキーの中には、
俺の独立国がある。

위스키 안에는
나의 독립국이 있다.

이 카피를 처음 접한 자료에는 ‘침해받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시간을 나만의 독립국이라고 표현했다’고 해설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고독하게 혼술을 즐기는 누군가의 실루엣이 아른거리는 카피입니다. ‘독립국’이라는 표현이 다소 오글거리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다소 술 취한 사람의 감성이 아닌가 싶지만, 그래서인지 제 인스타그램을 찾은 주당들이 지지를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술을 거의 못마시는 저는 문장만 이해했지, 제 안에 독립국이 생기는 경지는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정말 그런가요, 애주가 여러분?

5. 조니워커 블랙라벨 TV광고 (2021)

歩くからこそ、道は生まれる。
迷ったら、ときめく方へ。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망설이고 있다면, 가슴이 뛰는 쪽으로.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는 스페인의 시인 안토니오 마차도가 쓴 시의 한구절 입니다. 이 문구에 혹해서 광고에 집중했는데 ‘망설이고 있다면 가슴이 뛰는 쪽으로 향하라’는 메시지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낍니다. 아무래도 평소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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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
글쓴이

정규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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