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고객의 하루 24시간 중 ‘단 10초’라도 점유할 수 있다면 마케팅에 필요한 돈은 현저히 줄어듭니다. 타깃 고객을 직접 만나 제품을 주제로 10초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인스타그램 광고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고객의 습관적인 행동이나 일상 루틴을 고려해 우리 서비스를 매일 10초씩 쓸 수밖에 없게 만든다면? 스팸 취급을 당하는 프로모션 메일을 덜 보내도 재구매/재방문을 늘릴 수 있습니다.
적은 예산으로 실행할 수 있는 마케팅 아이디어를 떠올리려면 일반적인 기준보다 고객을 훨씬 더 세심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 ~한 취향을 가진 사람’ 정도의 간단한 정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하죠. 만나고 싶은 고객의 하루를 눈앞에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거기서 우리가 점유할 10초를 찾는 거죠. 이왕이면 그 10초가 기억에 남는 10초면 더 좋고요.
내 고객은 하루 24시간을
어디서 뭘 하면서 보낼까?
돈이 좀 있는 브랜드는 타깃 고객을 겨냥하는 메시지를 최대한 넓게 뿌려 그들의 10초를 잡으려고 합니다. 주로 그들이 스마트폰에 빠져있을 때를 노리죠. 다수의 사람들이 머무는 모바일 공간은 이미 마케터들의 전쟁터입니다. 대부분의 전투는 돈을 계속 쓸 수 있는 마케터들이 승리합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주 강력한 무기인 건 사실입니다.
돈이라는 무기가 현저히 부족한 작은 브랜드들은 다른 무기를 병행해서 써야 합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광고 좀 돌려보고 콘텐츠 발행 몇 개 해본 뒤 ‘마케팅 다해봤다’라고 말하는 건, 전투기가 떠다니는 전쟁터에서 권총 몇 번 쏴보고 ‘이미 내가 다 싸워봤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뻔히 질 싸움에만 뛰어든 뒤에 ‘어쩔 수 없이 졌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략을 짜야합니다. 고객의 10초를 점유할 수 있는 방법 그 자체에만 주목해 보세요. 고객도 24시간의 하루를 사는 ‘사람’입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보는 건 아니죠. 잠자리에서 눈을 뜨고, 씻고, 출근하고, 일하고, 밥도 먹고, 운동도 하고, 때로는 여행도 떠납니다. 감동을 받으면 울고, 서프라이즈 파티에 환하게 미소 지으며, 유머러스한 사람에게 호감을 갖습니다. 친구를 만나 수다 떨고 노는 게 삶의 낙인 사람도 있고, 최고의 휴식은 집에서 혼술 하며 드라마 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퇴근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모든 즐거움을 등지고 밤마다 새로운 도전에 열중하는 사람도 있죠.
- 디지털 광고에 의지하지 않고 그들의 10초를 뺏을 방법은 없을까?
- 내 고객이 습관처럼 하는 행동은 뭘까?
- 내 고객의 하루 이동 동선은 어떻게 될까?
- 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뭘까?
-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 절대 빼먹지 않는 하루의 루틴은 뭘까?
이런 세세한 질문들에 최대한 많이 답해본 뒤에 그들의 일상에 우리 브랜드를 딱 10초간 녹일 방법을 찾아보는 겁니다.
제품의 품질이 비슷하면
더 많이 움직이는 쪽이 이깁니다.
바쁜 직장인이 아침 대용으로 간편하게 먹기 좋은 건강 간식을 만드는 두 브랜드 A, B가 있다고 해보죠. 양쪽 다 소구 포인트가 하나도 없는 뻔한 간식은 당연히 아닐 거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사람들에게 어필할 소구가 아예 없다면 마케팅을 고민할게 아니라 제품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A 브랜드는 흔히 말하는 ‘디지털 마케팅’ 정도를 계획합니다. 보통 예산이 적은 초기 브랜드들의 계획을 들어보면 아래 정도가 다인 경우가 많습니다.
- 스마트스토어를 연다.
- 상세페이지를 만든다.
- SNS 포스팅을 열심히 한다.
- 블로그 체험단 후기도 좀 쌓는다.
- 인스타그램 광고를 돌린다.
물론 이런 액션들을 ‘잘’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치열한 시장에서 이 정도의 노력만으로 큰 성공을 이어가는 브랜드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5번 인스타그램 광고 같은 ‘매체 광고’에만 마케팅을 의지하면 광고비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제품 생산에 이미 많은 비용을 쓴 작은 브랜드들에게는 지속가능한 마케팅 플랜이 되기 어렵죠.
반면 B 브랜드는 1~4를 모두 비슷한 퀄리티로 작업해 둔 뒤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매체 광고비에 쓸 돈의 절반을 떼어내 아래와 같은 활동을 추가하는 거죠.
- 6. 출근시간에 샘플을 들고 직장이 많은 양재역이나 선릉역 등 회사가 많은 역에 나간다. 우리 브랜드 스토리와 재구매를 위한 QR코드가 새겨진 작은 명함 카드와 함께 샘플을 나눠드린다. 우리 브랜드 컬러와 로고가 새겨진 후드 + 신선한 인사 멘트를 준비해서 브랜드 노출과 인지도를 늘린다. 어느 역으로 갈지는 브랜드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리 공지한다.
- 7. 각 QR 코드는 지역별 폐쇄 판매 링크로 연결되게 설계해 둔다. 양재역에서 나눠준 샘플 QR코드를 찍으면 ‘우리 양재역에서 뵀었죠?’라는 배너와 함께 10% 할인된 가격이 노출되도록 한다. ‘이 링크만 있으면 평생 10% 할인! 즐겨찾기에 추가해 두세요!’라는 멘트를 넣어 재구매를 유도한다.
고객은 어느 브랜드를 더 친숙하게 느낄까요? 어느 브랜드와 유대감이 형성될까요? 시간과 체력이 소모되긴 하겠지만, B 브랜드는 디지털 마케팅만 고집한 A 브랜드보다 훨씬 빠르게 타깃 고객의 5~10초를 점유할 수 있을 겁니다. 오프라인에서 만난 고객에게 생생한 피드백을 받아 획기적인 제품 개선 포인트를 얻게 될지도 모르죠.
고객을 ‘제품을 팔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역량으로 특별한 10초를 만들어주고 싶은 대상’으로 여겨보세요. 그 10초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다 보면 마케팅 아이디어는 계속 떠오릅니다. 아침 한 끼 먹을 시간도 아끼는 바쁜 직장인들에게 특별한 10초를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은 또 뭐가 있을까요?
점심 식사 후 산책을 즐기는 이들을 웃게 할 소소한 이벤트, 늦은 퇴근이 잦은 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 서비스, 출근 전 그들의 모닝루틴에 자연스럽게 끼어들 수 있는 유/무형의 아이템, 일을 하다 잠깐 들를지도 모를 커뮤니티에 적어놓은 인사이트 넘치는 글,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이 우연히 발견할지도 모를 우리 브랜드의 채용 공고 게시글까지.
물론 각각의 액션이 한 번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진 못하겠죠. 하지만 이런 작은 노력들에 꾸준히 신경 쓰는 브랜드와 디지털 광고만 열심히 돌리는 브랜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지 않을까요? 작고 귀여운 예산일수록 힘이 ‘쌓이는’ 곳에 꾸준히 쓰면서 브랜드의 힘을 키워보세요. 나와 팀원들의 노력과 시간, 제품 자체의 치밀한 설계까지 더해지면 적은 예산도 알차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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