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제가 얘기했는데..
내가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상대방이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거야.
얼마나 억울해. 내가 이럴 줄 알고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그때 내가 했던 말만 상대방이 기억했다면, 지금 이 안 좋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던 것인지 의심스러운 동료가 있긴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네가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했잖아.
그런데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를 했어? 상대방이 잘 기억하게 이야기한 게 맞을까?
잘못은 오롯이 기억하지 못한 상대방에게만 있을까, 혹은
상대방이 더 잘 기억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나에게도 잘못은 있지는 않을까?
오늘은 내가 한 이야기를 상대방이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잦은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야.
어쩌면, “지난번에 제가 얘기했는데..”를 밥 먹듯이 하는 네가 들었으면 하는 이야기일 수도.
이미 했던 말도 기억 못 하는 너는 정말 일 못하는 무능력자야.
가장 먼저 묻고 싶은 질문은 이거야.
‘지난번에 제가 이야기했는데’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면, 그 이야기를 들은 상대방은 어떤 기분을 느낄지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어.
당황스럽겠지.
기억하지 못하고 놓친 자신이 부끄러울 거야.
상대방이 두 번, 세 번 같은 이야기를 하게 해서 미안할 거고.
심하게는, 만약 여러 사람을 앞에 두고 들은 이야기라면 무안을 줬다고 반발심을 느낄 수도 있어.
‘지난번에 제가 이야기했는데’라는 말은 오히려 상대방의 기분만 부정적으로 바꿀 뿐 근본적으로 우리가 처리해야 할 업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푸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니야.
어쨌든 지금 상대방이 모르고 어려워하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니,
상대방에게 괜히 눈치를 주고,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것보다는 정보를 알려주거나, 직접 도와주는 것이 더 상황을 낫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그리고 앞으로는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 상대방이 더 잘 기억하게 될 수도?
무엇이든 기록을 남기자
통화, 회의 등 구두로 중요한 정보를 주고받았을 때는 핵심적인 내용을 메신저나 메일로 상대방에게 남겨두는 습관을 들여봐.
나도 물론이지만 상대방도 하루에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고 통화를 하겠어.
내가 던진 말과 그 내용이 상대방의 머릿속에 가장 깊숙한 곳에 남을 것이라는 건 아주 큰 착각이야.
방금 끝낸 ‘우리의 대화’는 또 다른 ‘저들의 대화’에 금방 묻혀버릴 확률이 아주 높아.
묻히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고, 상대방이 더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핵심 대화 내용을 메시지나 메일로 남겨두면 그 외에도 좋은 점이 많아.
스스로도 내용을 한 번 더 점검하고 기억하는 데도 좋을뿐더러, 혹시나 서로 이해가 달랐던 부분은 없었는지 점검할 수 있고,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중한 근거 자료가 되기도 해.
나만의 언어를 사용하자
혹시 어렵고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했거나, 매뉴얼에 적힌 그대로를 전달하지는 않았어?
상대방이 이해하기 어렵게 전달했다면 상대방이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해.
네가 지금 알고 있는 정보나 지식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했는지 되돌아봐.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용어를 해석하고, 수많은 절차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해하게 되지는 않았어? 그런데 네 말 한마디만 듣고 상대방이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기를 바라는 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 봐.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 대신, 네가 그것을 공부하고 이해할 때 썼던 재밌는 용어도 좋아.
매뉴얼에 적힌 그대로의 말 대신, 담당자로서 네가 새롭게 정의한 의미나 적절한 비유도 좋지.
텍스트만 나열하는 것보다 이미지를 첨부하면 금상첨화겠다!
자, 이제 정리할게.
이미 말한 것을 또 상대방에게 말해야 할 때 귀찮기도 하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져 기억하지 못하는 상대방이 원망스럽습니다.
당연히, 기억하지 못한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지.
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상대방을 무작정 비난하는 대신,
상대방이 기억하지 못하게 전달한 나의 잘못은 없는지 잠깐 멈춰 생각해 보자.
두 번째 이야기할 때는 분명 첫 번째 이야기할 때보다 상대방이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이야기하는 방법이 있을 거야.
결론
내가 이전에 말한 내용을 상대방이 기억하지 못할 때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보다 다음에는 상대방이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이야기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더 나은 주니어가 되는 방법이다.
*눈 떠보니 직장 4년 차입니다. 아직 주니어를 못 벗어난 것 같은데, 점점 주니어에서 벗어난 기대와 역할을 하고 있어 큰일이 난 상황입니다. 더 나은 주니어가 되기 위해 조직에 속하고, 다양한 성향과 태도를 가진 동료들과 일을 하며 떠오른 ‘일 잘하는 방식과 태도’에 관한 짧은 생각들을 앞으로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연차, 직책에 관계없이 누구나 ‘주니어’로서 각자의 경험을 편하게 나누는 컨셉이라 반말체를 사용하려고 하니 불편함 대신 더 편하게 읽어주세요)
모베러주니어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