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키타자와 리로드, 시모키타자와다움을 공간에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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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공간을 만들 때는 기본적으로 그 주변 지역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나 지역문화를 이해하고 계승해야 한다. 그래야 공간 안에 유일한 경험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공간이 물리적인 공간과 비물리적인 공간 두 가지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의자 등은 물리적인 공간, 그곳을 둘러싼 분위기와 브랜드는 비물리적인 요소다.

물리적인 공간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건축이다. 비물리적인 공간은 공간에 있는 모든 요소. 브랜드, 콘텐츠 운영방식등이다. 물리와 비물리적인 면이 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리로드도 이를 철저히 따랐다. 리로드 안에는 시모키타자와의 느낌만 있는 게 아니라, 시부야와 시모키타자와를 이어주는 철로와 연결되는 토미가야와 우에노우에하라 주변 분위기도  있기 때문이다.

시모키타자와만의 감도가 담긴 공간, 리로드.

리로드는 상업시설이지만, 그 어느 곳보다 시모키타자와의 특색을 잘 담고 있다. 시작은 건물 외관이다. 리로드의 외관은 낮다. 긴 형태의 2층 건물이다. 긴 박스 모양은 아니다. 작은 건물이 띄엄띄엄 붙여져 있다. 일반적인 백화점 상가와는 다르다. 유럽길거리에서 볼만한 상점과 비슷하다. 긴 직사각형 건물의 가로폭은 8개 상점이 이 들어설 수 있는 정도다. 가게마다 크기와 위치도 제각각이다. 

상점들은 건물 안과 바깥길과 이어져있다. 건물 형태가 이렇게 나온 이유는 시모키타자와는 길이 좁고, 경사가 진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모키타자와 역을 포함한 시모키타자와 철로거리 주변은 경사가 높다. 언덕처럼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경사길이 많다.

길쭉한 1.7km의 시모키타자와 철도거리는 주변 상가 주택가에 비해 매우 길고 좁다. 만일 여기에 수직형 건물이 단독으로 들어선다면?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시모키타자와 선로거리는 빌딩들이 가득한 롯폰기지역과는 전혀 다른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곳은 시모티카자와만의 특징을 건물 안에 세밀하게 담을 수밖에 없다. 리로드를 설계한 오로리 신 건축가는 이러한 점을 적극 반영해 테넌트 공간들을 15㎡에서 130㎡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로 구상했으며 이를 엇갈리게 중첩하거나 대비시켜 배치해 공간을 만들었다.

리로드의 건물 선들은 시모키타자와 주변과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

리로드는 2층이다. 건물색은 갈색과 아이보리가 섞인 단색이다. 주변공간을 배려한 건물색도 공간에 활력을 넣는다. 리로드 건물이 낮은 이유는 주변 공간들이 저층이기 때문이다. 또한 리로드 주변으로 경사가 올라가기 때문에 리로드 건물 높이가 주변 공간들과 높이를 맞추면서 조화를 이룬다. 골목길처럼 좁게 이어지는 공간들은 규칙이 없고, 길과 계단 들고 성인 2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위치도 가늠할 수 없다. 리로드 안의 조밀한 골목길은 이러한 ‘시모키타자와’를 고스란히 닮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채광은 리로드의 상점들의 개성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리로드의 입점한 모든 가게들은  자연광을 크거나 작게 받는다.

리로드의 입점한 모든 가게들은  자연광을 크거나 작게 받는다. 많은 가게들을 직접 돌아다녀보면, 가게마다 빛이 각기 다르게 들어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PFR 같은 경우, 천장에서 햇빛이 들어온다. 입점한 브랜드들도 시모키타자와 그 자체다. 서서 마시는 선술집, 카레 가게, 비컨베이커리 커피숍, 서점, 문구점, 의류점, 향수가게등 24개 점포가 입점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는 빔즈다. 빔즈 같은 경우는 2층에 있다 보니 햇살이 쏟아진다. 이러한 부분은 형광등 조명이 비치는 쇼핑몰과 다르다. 빛이 가게에 직접 들어오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리로드는 이 같은 빛이 주는 다채로운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2층에 크고 작은 라운지, 의자 등을 설치해 놓았다. 빈티지 옷 매장처럼 보이는 스테이크 샌드위치가게인 스테블러. 가게 앞에서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놓여있다. 이러한 건물은 마치 하나의 캔버스와 비슷하다.  또한 이곳에 입점한 브랜드들도 간판은 최대한 작게 하거나 자신들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만들었다. 어떤 가게는 네온사인을 활용해 간판을 만들었고, 어떤 가게는 페인팅으로 끝내기도 했다.

시모키타자와에 어울리는 리로드의 브랜드들은 리로드를 운영하는 그리닝의 세키구치 CEO의 작품이다. 그는 리로드에 옛 상점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24개 테넌트를 콘텐츠로 생각하고 접근했다. 그리닝은 땅소유자인 오다큐 전철로부터 건물 운영권임을 위임받은 후 공간을 쪼갰다. 그 후 24개 상점들과 임대차 계약도 직접 했다.  이는 과거 시부야파르코가 파르코 파트 2에서 했던 방식이다. 미야시타파크 또한 공간을 크고 작게 쪼개서 작은 브랜드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리로드는 시부야파르코와 미야시타파크가 했던 것처럼 작게 쪼갠 공간에 있는 브랜드들 입점시켰다.

스테이크 샌드위치가게인 스태블러는 시모티카자와를 상징하는 빈티지의류로 내부를 채웠다. 바리스타가 일대일로 붙어 원두를 추천하고 고객이 로스팅과 추출까지 체험 가능한 카페인 오가와 커피 실험실도 입점했다. ‘올드 에르메스’, ‘올드 구찌’ 같은 빈티지 제품을 시즌에 따라 큐레이션 하는 빈지티 명품만 파는 포레스티에’라도 입점시켰다.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인 향을 선보이는 APFR도 입점했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편집샵인 빔즈는 바와 편집샵을 섞은 독특한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빔즈 매장의 바에서 파는 음료를 매장에서 같이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모든 매장 안에는 키오스크가 없다. 모두 얼굴을 맞보면서 주문해야 한다. 이 부분도 시모키타자와 정서에 맞게 설계한 접객방식이다.

😊더 많은 인사이트 구경가기 : 경험을전하는남자의 브런치스토리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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