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동안 능력 있는 리더만 만나서 몰랐지?’
그동안 저는 매우 목표 지향적인 리더와 일을 해왔어요. 모든 관계는 본인과 잘 맞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아마 그런 성향의 사람이기 때문에 목표 지향적인 리더가 편안함과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이었을 거예요.
최근 팀에 리더가 바뀌는 이슈가 있었어요. 사실 리더분이 저에게는 조금 어려운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가장 큰 어려움은 명확하지 않은 방향성이었습니다.
리더분은 일단 물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고 나중에 물길을 만들겠다고 하시는 분이셨어요.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이슈들이 있으니 일단 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보시겠다는 의미였지요. 하지만 저는 일단 작게나마 물길을 내어두고 그 방향으로만 물이 흘러가도록 해야 추후에 둑을 쌓던 어떤 방법을 사용해 물길의 방향을 트는 게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답니다. 그냥 흘러가는 물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더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엎어진 물은 주워담기도 힘들다고 하는데, 이미 엎어져야 할 물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담을 수 있게 수건을 아래 깔아 두던 쓸어 담을 도구를 준비하던 미리 대응할 방법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게 너무 힘든 요즘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명확한 저만의 관점과 생각이 생겼다는 게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회사 일이던지 개인 생활이던지 저는 흘러가는 상황을 바라보기보다는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땅에 줄을 그어보는 삶을 살아야겠어요. 작은 나뭇가지가 그어둔 줄을 따라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사실 물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중요한 일일까요..? 작은 실선 하나로 흘러간 물줄기가 시냇물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로 흘러가는 거 아닐까요..? 저는 저만의 작은 물길을 내며 살아가야겠습니다. 그게 바다가 될 거니까요.
이상
2024. 05. 21
ps. 튀르키예 여행에 가서 봤던 물길이 갑자기 생각났어요. 따뜻한 온천물을 산 아래에서 이용하고 싶어서 낸 물길이었어요. 결국 필요하고 원하는 게 길이 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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