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꼭 해야 하나요?
회사 선배였던 여성 임원분은 자녀 두 분을 모두 서울대에 보내셨다. 막내아들이 재수하면서 만든 일화가 하나 있는데 재미있는 에피소드다. 재수 중인 아들이 너무 공부를 안 해서 잔소리를 하니 반항기 가득한 돌발 질문으로 엄마를 괴롭히려고 했다.
아들: 엄마 왜 꼭 명문대를 가야 해요? 그냥 4년제 대학 나오면 되지! 명문대 나오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죠? (아들의 저돌적 질문)
엄마: 아들아 세상 살다 보면 너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누군가에게 증명할 해야 할 순간이 많이 온 단다. 그때 너의 대학 졸업장이 너를 설명해 주는 든든한 근거가 될 거야.
나는 선배의 지혜로운 답변에 감탄했다. 좋은 대학교를 가야 할 이유는 너무 많지만 신선한 답변이자 엄마의 30년 경험이 담긴 현실적인 이유이다. 현명한 엄마를 둔 이 반항하던 재수생은 서울대에 무사히 합격하였다.
MBA 졸업장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녀온 사람들은 오히려 동의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이 졸업장은 회사에서는 비즈니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실제 경험과 간접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 졸업장을 내가 비즈니스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보증서라고 생각했다. 첫 직장에서 만났던 클라이언트 중에도 MBA 졸업자들이 종종 있었다. 글로벌 기업으로 옮긴 후 한국 존슨 같은 소비재 회사에도 미국 탑 MBA를 졸업한 분들이 마케팅에서 같이 근무하였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이들의 알게 모르게 풍기는 겸손함과 자신감이 부러웠다.
30대 중반부터 어디든 가서 MBA 졸업장을 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필요 시간, 학비, 필요한 영어 성적 그리고 기회비용 등을 확인하다 보면, 실행의 의지가 항상 꺾였다. 다만 매년 마지막 날에 남편과 올해 의미 있는 사건이나 내년 계획을 서로 공유하는 자리에서 매번 ‘아들이 더 크고, 돈을 모으면 MBA에 가고 싶다’라고 어필했다.
남편은 “설마 가려고?” 하는 마음으로 나의 ‘판 깔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리고 공부가 점점 재미있어지고, 어느 정도 수준이 만들어지니 좀 더 체계적이고 낯선 자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자, MBA가 다시 생각났다. 더욱…
결정적이었던 사건은 나이가 40대로 넘어가자 마음이 너무 조급해졌다.
1-2년 안으로 떠나지 않으면 영원히 못 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용기 내어 남편에게 허락을 구하니 남편은 예상대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허락 주었다. 이제 어디로 공부하러 갈 것인가 정하는 것과 영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었다.
의사 결정은 복잡하지 않았다. 우선 지역, 미국은 2년제가 주였고 유럽은 대학마다 2년, 1년 6개월, 1년 등 기간이 다양했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40대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남편의 나이를 고려해서 2년은 너무 잔인할 것 같아서 1년인 유럽 MBA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학교는 직장 후배가 영국에서 경영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여러 대학을 소개해주었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니 당시 후배가 다니고 있는 The university of BATH가 한국내 지명도는 좀 떨어져도 경영/마케팅으로 유명한 대학이라는 걸 확인하고 결정했다.
자. 이제 내 인생의 걸림돌 영어 시험 성적표를 제출해야 한다. 영국은 ILETS라는 영작/스피킹/독해 등의 4가지 파트를 6.5점 이상 득점한 성적표를 제출해야 했다. 시험 비용은 20만 원 넘었다. Speaking의 경우 직접 영국 선생님에게 테스트를 받아야 해서 비용이 높은 것 같았다. 시험은 12번 매주 토요일마다 치렀고 12번째 시험에서 모두 6.5가 넘었다. 2011년 6월 이 성적표를 받고 7월에 퇴사를 하고 나는 히드로 공항행 비행기를 탔다.
이 글은 질문으로 시작했으니 답을 기다리는 분이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면 공부를 위해서 MBA를 갈 필요는 없다. MBA가 직장인의 공부의 완성이나 마침표도 아니다. 또 수업 내용이 70-80%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마케터 출신이 마케팅 수업을 듣는 경우),본인이 관심 없거나 경험해보지 못했던 주제는 새로울 수 있다. 아카데믹한 공부와 관련성은 부정적인 답변 뿐이지만 내가 많은 것을 희생하며 갔다 온 MBA 통해 얻은 것은 다음과 같다.
25개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Classmates : 글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꼰대> 성향이 많이 제거된다. 글로벌 감각도 생기는데 매일 같이 한 공간에서 있다보니 서로 잘 알게 되고, 낯선 문화에 익숙해진다. (공통점을 발견하면 너무 서로 신기해하고 특이한 문화나 관습은 설명을 듣게되면 이해도 가고 재미있다). 지금도 출장가면 만나고 일본 친구는 부부끼리 여행도 같이 간다.
글로벌 경쟁관점에서 나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 평가 받는 기회를 얻는다. 처음에는 MBA 동기들 중에서 내가 영어를 제일 못하는구나 느껴서 매우 위축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룹 과제에서 총 7개팀 중 6개팀이 모두 나에게 CMO를 제안해왔다. 이 수업으로 자신감을 얻게 되었지만 내 한계도 인정하게 되었다.
리더십에 대한 깨달음: 모두 본인들의 영역이 비지니스에 제일 중요한 파트라고 생각한다, marketing, finance, operations,others. 그러나 결국 사람이 일하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을 사고 설득하는 리더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하는 수업이 많다.
”MBA가 필요하냐? 는 질문에는 어느 누구도 100% 확신을 가지고 조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1억 이상의 비용이 들고, 결혼한 사람들은 가족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 돌아갔을 때 일자리를 보장 받는 것도 아니다.
내 주변 MBA 없이도 더 훌륭한 비지니스 성과와 안정적인 직장생활하는 분이 많다. 명백히, 필자가 재취업하는데 이 졸업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적도 없다. 자신의 삶에 우선순위와 가치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필자가 MBA를 통해 얻은 경험과 가치를 만드는 다른 방법을 알고 있다면 굳이 비행기 티겟을 끊을 이유가 없다.
“시계를 돌려 다시 그 때 오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할 것입니까?”
” 무조건 다시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