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브랜드의 본질을 전달하는 방법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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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사람에 비유하면 어떨까? 얼굴 생김새나 체형 등 외모는 물론이고 목소리, 말투, 특유의 분위기, 나아가 성격이나 습관, 문화적 배경이나 성장 과정, 취향이나 가치관까지도 제각각인 사람 말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구축된 자신만의 고유한 해석 체계를 지니고 있어서 똑같은 일을 경험하더라도 개개인마다 전혀 다른 해석을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고유한 요소들이 한데 모여 그 사람만이 지닌 매력적인 모습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렇듯 모든 사람이 각자 저마다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분류되기 위해 자신을 규격화된 틀 속에 집어넣기 위해 애쓸수록 본연의 매력적인 모습들을 잃어간다. 


브랜드 역시도 경쟁자와는 구별된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규격화된 체제 속에서 무의미한 차별화를 반복한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 문영미 교수는 오늘날 브랜드들이 차별화를 위해 애를 쓰면 쓸수록 점차 동일화의 흐름 속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녀는 진정 사랑받는 아이디어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 흐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을 드러내는 진정한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브랜드가 잃어서는 안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본연의 모습, 본질, 진심, 진정성과 같은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브랜드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것을 제공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본질적인 가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처럼 자신만의 고유함을 지닌 브랜드에 아낌없는 애정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설사 어떤 브랜드가 고객에게 진정성을 보인다거나, 자신의 강점이 되는 본질에 충실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고객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브랜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무엇을 의도하고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알고 있지만,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고객들에게 있어 그것은 종종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입장에서 분석한 데이터나 객관적인 수치 속에 존재하는 고객들과 현실에 존재하는 고객들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실에서의 고객들은 합리적이거나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언제든 감정적이고 모순적일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브랜드와 고객들의 커뮤니케이션에는 오해의 여지가 항상 존재한다.


소설가 김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그저 ‘진심’을 담아 전한다면 그 ‘진심’이 상대에게 전달되리라는 헛된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한다. “안타깝게도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진심 역시 ‘잘 설계된 우회로’를 통해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그게 이 세상에 아직도 이야기가, 그리고 작가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고객들에게 자신의 본질적인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 브랜드도 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브랜드가 지닌 고유한 모습은 고객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쉽게 왜곡되고 달리 해석된다. 이때 ‘잘 설계된 우회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디자인이다. 그것은 마치 브랜드라는 섬과 고객이라는 또 다른 섬 사이를 잇는 다리와 같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브랜드와 고객의 중간에서 하나의 다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디자이너가 브랜드의 고유한 특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리는 브랜드라는 섬에 닿지 못할 것이고, 설사 브랜드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하더라도 고객들과 공감할 수 없다면 다리는 완성될 수 없다. 


이때 브랜드의 본질을 본질에 가깝게 전달하는 ‘잘 설계된 다리’는 작은 것을 크게 과장하거나 진실보다 더 진실처럼 꾸며내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브랜드가 지닌 고유한 매력을 가장 그 브랜드다운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이나 취향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구하듯이 브랜드 역시도 그 브랜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 방식이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신들을 ‘남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여성’에 가깝다고 말하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는 자신들의 브랜드 컬러를 핑크색으로 지정한다. 그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핑크색에 거부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핑크색은 남다른 것에서 영감을 얻는 아크네 스튜디오와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핑크는 브랜드의 본질적인 가치인 독창성을 전달한다. 사람들은 이제 아크네 핑크라는 고유한 색에 담긴 독특한 감성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것이 디자인이 브랜드의 본질을 본질에 가깝게 전달하는 방식이며, 또한 이 세상에 아직도 디자인이, 그리고 디자이너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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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수
글쓴이

신광수

브랜딩 전문가, 전략 기획자 겸 BX 디자이너. 브랜드에 남다른 비전을 제시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고유한 언어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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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수

Brand Strategist / Lead BX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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