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사고>는 기존에 생각했던 여백과는 다른 여백의 개념을 알게 해 준 책이다. 작가의 이력을 보고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단지 책으로만 보는 것과 달리 작가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작가 야마자키 세이타로는 도쿄 올림픽 때에는 선수 표창식 업무를 총괄했다. 국내외 디자인 분야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은 그의 실력을 말해준다. 그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가 뽑아낸 키워드는 ‘여백’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일의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 야마자키 세이타로는 여백 사고가 일을 잘 돌아가게 만든다고 확신한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좀 더 잘해보려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어떠했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사실 상대가 원치 않는데도 내가 더 밀어붙이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그 반대로 좀 더 가까이 가야 하는데 너무 멀리 있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나의 기준이 아니라 상대의 기준에서 여백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더 많았음을 느꼈다. 특정한 공간뿐만 아니라 내 마음의 공간도 여백이다. 일에 대한 여백, 사람에 대한 여백이 적절하다면 생각은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됐다. 여백이 왜 중요한지를 먼저 이야기한 후에 일, 인간,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여백에 대해 다뤘다. 그중에서 내가 더 집중해서 본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부분이다.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여백’의 사고방식은 매우 중요합니다. 오히려 여백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은 절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제가 커뮤니케이션의 다리 역할을 자주 요청받는 이유도 여백을 가진 상태로 소통하기 때문입니다.”-145쪽, <여백 사고>중에서
여유가 있다는 것은 다르게 보면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여백 사고는 상대의 말을 잘 경청하는 데 있다.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은 일치하지 않는다. 상대가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잘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어떤가.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먼저 판단하고 자신의 말을 건넨다. 저자는 여백 사고에 대해 “자신과 타인의 적절한 거리감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랠리를 반복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나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한다.
여백이 부족하면 일의 결과가 좋지 않다. 그래서 여백은 비우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새로운 여백을 만들어낼 때 일의 관계, 사람의 관계, 커뮤니케이션의 관계 더 나아가 나 자신과의 관계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여백은 다 다르다. 작가가 제시한 여백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가이드는 될 수 있다. 답답한 마음, 복잡한 업무 관계를 풀어가는 뚜렷한 답이 없다면 내 마음의 공간에 여백이 어떠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자. 나는 마음이 복잡할 때 기존에 하지 않던 것을 해보려고 한다.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새로운 분야의 강의를 찾아 듣기도 한다. 잠시라도 그렇게 하면 보지 못했던 것을 바라보게 된다. 나는 그게 나의 여백이다.
그래서 저자의 이 문장이 나를 힘내게 한다.
“배움은 여백을 강제로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배우는 일이 즐거우면 ‘실패하면 어쩌지?’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배우는 건 부끄러워’라는 감정보다 ‘즐거움’이 승리합니다. 한참 어린 학생에게도 ‘스케이트보드 좀 가르쳐 줄래?’라고 자연스럽게 부탁할 수 있습니다. 어떤 가치관이 들어와도 괜찮은 여백 공간을 가지고 있으면, 다양한 차이에 놀라고 때로는 혼나기도 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무한히 넓힐 수 있습니다.”-187쪽, <여백 사고>중에서
일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것을 모르고,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이 어디에서 오류가 있었는지를 모른다. 충돌이 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여백이다. 저자 야마자키 세이타로가 직접 경험한 여백의 힘을 믿어보자.
북스톤이 펴낸 야마자키 세이타오의 <여백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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